주간동아 292

2001.07.12

“뭐? 약수로 암을 치료한다고”

경희대 연구팀 쥐 실험에서 놀라운 항암효과 확인… 강원·충청 5곳 약수터 ‘절대 비밀’ 보호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입력2005-01-06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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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약수로 암을 치료한다고”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지역인 루르드 지방에는 ‘기적의 물’이라고 하는 작은 샘물이 하나 있다. 그 샘물은 1858년 14세 소년이 성모 마리아의 출현을 보았다는 소문이 난 후, 1981년 세 명의 간암 환자가 이 물을 마시고 회복한 사실이 크게 보도되면서 난치병을 치료하는 ‘성수’라 불린다. 조사 결과 루르드 샘물에는 항생물질이나 방사성물질은 없고 천연 유기 게르마늄이 녹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게르마늄이 녹아 있는 생수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암 예방식품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는 이런 신비의 샘물이 없는 것일까. 최근 경희대 한의대 병리학교실에서는 이런 기적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실험이 이루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5개 지역 약수터에서 나온 약수를 대상으로 암세포 억제실험을 한 결과 엄청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물론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이지만 병리학교실은 당황할 정도로 놀라운 결과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사실 국내에서 민간의 구전을 통해 ‘만병통치약’으로 소문난 약수터는 많다. 청송 달기약수에서 천연 유기질 게르마늄이 나온다는 태백산 약산 샘물까지. 그러나 이들 약수들은 위장병이나 피부병 등 특정 질환에 대해 효과가 있는 것이 일부 증명되었을 뿐 항암 효과가 과학적으로 밝혀진 약수는 전혀 없는 상태다. 오히려 일부 약수는 환경오염문제로 음용수로 부적합하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는 상황.

    이런 면에서 경희대 한의대 연구팀의 이번 실험 결과는 놀라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 4월 중순까지 2차에 걸친 이들 약수의 항암효과 실험에 나선 연구팀의 결론은 “이럴 수가”였다.

    실험 결과 대부분의 쥐에 이식한 암세포(육종, 악성종양)가 약수 결정체(약수를 끓여 증발시킨 미네랄 결정체)를 투여받은 후 흔적만 남을 정도로 사라진 것이다. 1차 실험은 암세포를 이식한 쥐 14마리 중 7마리에게는 약수를 먹이지 않고(대조군), 나머지에게는 약수 결정체를 먹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16일이 지난 후 대조군 쥐의 암세포는 계속 자랐으나, 약수 결정체를 날마다 먹은 쥐 6마리에게서는 암세포의 흔적만 남았고, 1마리는 대조군에서 자란 암세포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뭐? 약수로 암을 치료한다고”
    연구팀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투여기간을 늘렸다. 3주가 흐른 후 측정했더니 상황은 1차 시험과 거의 마찬가지. 이번에도 1마리가 대조군의 3분의 1 크기로 암세포가 자랐을 뿐 나머지 쥐는 1차 실험 때와 같은 결과였다. 52일이 지난 뒤 약수결경체에 알칼리수를 섞은 물을 먹인 쥐의 종양 무게는 대조군의 종양 무게를 100%로 잡았을 때 0.0036%. 대조군의 종양 무게가 2000mg에 육박한 반면 약수결정체를 먹은 쥐의 종양 무게는 7.2mg에 지나지 않았다. 거의 종양이 자라지 않은 것과 같은 결과였다.

    병리학 교실의 강희 연구원은 “지금까지의 동물실험만으로는 그 어떤 천연물질이나 한방재료보다 월등한 암 억제효과를 나타낸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으나 동물실험 결과는 어떤 식으로든 이들 약수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대부분의 항암제가 암세포와 함께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독성(부작용) 때문에 실험대상의 몸무게가 현저하게 주는 것과 달리 이번 실험에서는 쥐들의 무게가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살이 찐 쥐까지 있었다. 암세포는 억제하는 반면 정상세포에는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을 증명한 셈. 실제 한국한약연구원에 혈액검사를 의뢰한 결과 이 약수들에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유해한 독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의 성분 분석 결과, 중금속 성분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병리학교실은 이들 약수가 정확히 어느 지역 약수인지는 절대 비밀에 부치고 있다. 신비의 약수를 발견한 것은 연구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약수를 발견하고 경희대 의대에 실험을 부탁한 사람은 모 한의원 원장 김정진씨(41)였다. 그는 이런 실험 결과가 알려질 경우 약수가 금세 동이 나 말라 버릴 것을 우려해 약수터의 위치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다만 그는 이들 약수가 강원도와 충청도 지역 5개 약수터라고만 밝히고 있다.

    김원장이 이들 약수터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 아토피성 피부염에 좋은 약수를 찾아 전국 50여 곳의 약수터를 헤매다 우연히 이들 약수터 부근 주민에게 피부염뿐만 아니라 암을 치료한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후부터. 일반인이 먹는 약수였기에 혹시나 하며 골육종 환자에 약수를 권했다. 한 달 만에 종양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보고 이 약수의 항암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찾기 시작했다. 당시 이 환자는 어금니에서 골육종이 발생해 입 밖까지 야구공처럼 종양이 튀어나와 물도 제대로 못 먹는 상태였으나 한 달 후에는 밥을 씹을 정도의 정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김원장은 혹시 루르드 샘물처럼 게르마늄 성분이 들어 있나 해서 한국과학기술원에 성분 조사를 따로 의뢰했으나 이들 약수에서 게르마늄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김원장은 “이후 약수를 계속 줬지만 모 요양원에 들어간 후 암이 재발해 6개월 만에 이 환자는 죽었다”며 “약수를 제대로 먹었는지 확인할 수 없고, 이런 점에서 약수가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경희대 한의대 병리학교실도 이 실험 결과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았고, 어떤 성분이 항암효과를 내는지 또 어떤 암에 특효가 있는지 구체적인 부분이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병리학교실은 “동물실험에 성공했다고 해서 임상실험에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동물실험도 좀더 다양한 암세포를 투여한 뒤 쥐가 죽을 때까지 지켜봐야 정확한 데이터와 논문을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이 약수의 항암효과에 대한 공식적인 결론을 유보한 상태다. 경희대 한의대 병리학 교실은 현재 미국의 유력 의료잡지 SCI에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새롭게 하는 한편, 임상실험을 준비하는 중이다.

    국산 떡갈나무류에서 골수성 백혈병 억제성분인 당결합단백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한 원광대의 박래길 교수는 “현재까지 약수에서 항암성분을 추출했다는 보고는 전혀 없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항암제 탁솔류도 주목나무에서 추출한 것”이라며 “어디에서든 획기적인 항암성분을 개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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