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1

2001.07.05

금강산 급한 弗 꺼라 … 관광공사 투입

남북협력기금 지원받기 위한 ‘준비 안 된’ 응급조치 … 정부 보증수표 발행 의미

  • < 김영식 /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 spear@donga.com<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입력2005-01-04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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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 급한 弗 꺼라 … 관광공사 투입
    자금난과 관광객 감소로 중단위기에 처한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이 한국관광공사의 참여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물론 아직까지는 출자규모와 합작법인 설립 등 공동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지 않았고, 사업의 수익성도 불투명한 상태여서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그러나 금강산관광사업에 공기업인 관광공사가 뛰어들었다는 것 자체가 금강산관광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정부의 ‘보증수표’ 발행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반면 정부는 그동안 정경분리원칙을 강조해 왔으면서도 이번에 민간사업인 금강산관광에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를 앞세워 ‘간접 지원’하기로 최종 방침을 정함으로써 ‘혈세 지원’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부가 부인함에도 정부가 관광공사의 컨소시엄 참여에 모종의 역할을 담당했음이 보이는 증거는 여러 군데서 나타난다. 실제 정부 당국자는 현대아산과 관광공사의 컨소시엄 구성을 합의한 직후 남북대화의 재개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정부의 이같은 반응은 금강산관광이 남북관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해볼 때 당연한 것으로도 보인다. 특히 북측 인사들의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를 보면 정부가 금강산관광에 매달리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은 지난해 8월, 2차 장관급회담에서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에게 “금강산관광이 지속되는 것을 보고 남측 정부에 신뢰를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는 것. 또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지난 3월 방북한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금강산관광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앞으로 남북당국 간 회담은 없을 것”이라 잘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북측의 메시지에 접한 정부는 북측이 금강산관광사업을 남한과의 신뢰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부 정책담당자들에게 뿌리깊이 박혀 있던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와 관광공사, 그리고 정부는 한결같이 “관광공사는 정부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했다”고 입을 맞춘 듯이 설명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조홍규 사장은 20일 컨소시엄 구성 합의서를 교환한 직후 “현대가 북한측과의 육로관광 합의 등을 바탕으로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공동참여를 요청했고, 관광공사는 수익성 확보를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판단해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금강산관광사업에 관광공사가 참여하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검토한 사안이라 강조한다. 사실 한국관광공사는 이미 지난해 8월 금강산관광을 전담하는 현대아산측과 업무협정을 체결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금강산관광사업에 동참한 상태였다. 당시 관광공사와 현대는 남북관광교류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새로운 남북연계 관광상품 개발 △금강산관광 등 북한 관련 상품의 해외홍보와 마케팅 등 관광교류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로 합의했었다.

    금강산 급한 弗 꺼라 … 관광공사 투입
    다시 말해 현대는 금강산개발을 전담하는 대북창구로, 관광공사는 남북연계 관광상품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전문기관으로 협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합의했음에도 양측은 본격적인 사업의 동반자로는 발전하지 못했다. 매달 과도한 대가를 지불하지만 자유로운 관광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광공사의 금강산관광 참여에는 정부의 전폭 지원 등 경제외적인 요소가 고려되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관심은 앞으로 관광공사와 현대가 적자사업인 금강산관광사업의 리스크를 어떻게 적절하게 나누면서 관광특구 지정, 육로관광 허용 등으로 이 사업이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밀고 갈 수 있겠느냐는 것으로 모아진다. 현재 관광공사는 중문 골프장 등 자산 매각을 통해 현대아산측의 북한 내 편의시설 인수 등 계획을 구상하였지만 당장 주거래은행이 금강산사업 관련 대출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곤혹스런 처지에 놓여 있다.

    이렇듯 구체적 자금마련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관광공사가 선뜻 뛰어들고 본 것은 무엇보다도 6월 말까지 북한측에 주겠다고 한 미지불 금액 2200만 달러를 남북협력기금에서 충당하기 위한 ‘응급조치’ 성격으로 풀이된다. 현대는 남북협력기금의 ‘30대 기업 집단’ 배제 원칙상 기금의 지급대상이 될 수 없다. 또 관광공사가 참여하기 전 일부에서는 남북협력기금이 보증을 선다는 조건하에 현대측이 은행 대출을 추진하는 방법도 거론된 바 있으나 이는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결론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춰볼 때 결국 6월말 시한을 지키기 위해 남은 방법은 남북협력기금 사용밖에 없었다는 결론이다. 관광공사와 현대가 6월 말 시한을 열흘 앞두고 전격적으로 컨소시엄 구성을 발표할 수밖에 없던 배경에는 이러한 사정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현대 주변에서는 이미 현대와 관광공사, 그리고 정부 간에 협력기금 대출에 대한 대략의 일정을 합의한 상태가 아니었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관광공사 조홍규 사장은 육로 관광 합의서를 체결한 지 5일 만인 지난 25일, “900억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의 사업 전개과정에서도 대북창구 역할은 지금처럼 현대측이 맡지만 전반적인 사업추진은 관광공사쪽으로 힘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컨소시엄이 별도의 사무실을 두는 일 없이 자금 조달 등 핵심 업무는 관광공사측이 맡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정부투자기관인 관광공사가 금강산관광사업에 참여한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금강산관광사업 전개과정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정부가 북측에서 현대아산을 통해 꾸준히 요청해 온 금강산관광사업 참여요구를 간접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 정부가 금강산관광을 중단시킬 뜻이 없으며 금강산관광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대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기도 하다.

    둘째, 국내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라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공기업인 관광공사의 금강산관광사업 참여는 그동안 수익성 불투명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사업 참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던 국내 투자자들을 유인하려는 정부의 중장기적 대책으로도 해석된다.

    또 하나의 의미는 소강상태를 보이는 남북관계의 걸림돌을 제거한다는 측면이다. 정부는 남북당국 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서라도 금강산관광사업의 계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물론 남북관계가 소강상태를 보인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이 장기화되었다는 것이지만, 내적 요인으로는 금강산관광이 갖는 비중도 고려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기업 참여라는 카드까지 쓰면서 금강산관광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 또한 이 사업이 햇볕정책의 ‘옥동자’로서 남북 간 신뢰회복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였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조속한 관광정상화를 위해 북한과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짐을 현대와 관광공사가 나누어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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