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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빚내서 빚막는 부실공화국

追更 좋아하다 ‘빚 수렁’에 빠질라

“곳간 식량 넉넉해도 빌린 쌀부터 갚아야” … 전문가들 “정부 채무 논란 땐 편성 않는 게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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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5조555억 원의 올해 추경예산안을 확정한 지난 6월19일. 추경예산 관련 당정협의회가 열리던 같은 시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재정위기’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현재 우리의 재정구조에 위기적 징후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과도한 추경 남발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쪽에서는 재정위기를 걱정하면서 한쪽에서는 추경예산을 짜는 코미디 같은 일이 한날 한시에 벌어진 것이다.

정부·여당이 확정한 추경예산안 5조555억 원은 올해 정부 재정을 100조2000억 원에서 105조3000억 원으로 크게 늘였다. 덩달아 재정규모 증가율 역시 당초 5.6에서 10.9%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재정증가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측 발표보다 재정규모가 훨씬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5.6%와 10.9%의 재정증가율은 지난해 추경예산 2조2600억 원이 포함된 최종예산 94조9000억 원을 토대로 한 것이다. 추경분을 제외한 본예산 92조7000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재정증가율은 5.6%가 아닌 8.2%로 늘어난다. 만약 이번에 당정이 합의한 5조 원대의 올해 추경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가정하면 정부측 발표대로 전년대비 재정규모 증가율은 10.9%가 아니라 무려 13.7%로 뛰어오른다. 재정증가율을 추경이 포함된 최종예산을 기준으로 하느냐, 추경 이전의 본예산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재정증가율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추경에 얽힌 숫자의 마술이 바로 이것이다.

본예산 비교하면 정부 발표보다 3% 높은 재정증가율

문제는 단순히 숫자가 몇 % 커지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예산을 편성할 때마다 정부측이 가이드라인처럼 내세우는 ‘경상성장률보다 낮게 편성되었기 때문에 긴축예산’이라는 대전제가 무색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예산편성 당시 민주당은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8~9%)보다 2~3% 낮게 설정한 긴축예산임을 강조했다. 물론 이 당시에도 올해 성장률을 너무 낙관적으로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게다가 이번 추경까지 감안하면 ‘긴축예산’이라던 여당의 설명은 더 이상 설득력을 잃는다.

일반적으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정부측은 재정증가율을 예상 경상성장률 이하로 낮췄기 때문에 건전성을 유지하였다는 점을 내세운다. 당연히 정부측은 전년도 예산을 어떻게든지 키워서라도 재정증가율을 낮게 보이려 하게 마련. 결국 추경을 편성해 올해 예산을 키울수록 내년의 재정증가율은 낮아지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가 어떻게든 명분을 만들어 추경 편성의 유혹을 느끼게 마련이라고 지적한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오관영 예산감시국장은 “당초 예산을 짤 때는 실질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에서 예산을 편성했다고 해놓고 결국 추경을 통해 재정규모를 확 늘려 결과적으로 팽창예산으로 가는 관행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측은 이에 대해 “최종적으로 집행된 예산을 기준으로 재정증가율을 계산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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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의 재정상태가 위기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위기의 신호가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추경에 대해 좀더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조성과정에서 발행한 정부 보증채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온다는 데 있다.

정부가 예보채에 보증을 선 것만 해도 올해 1조4600억 원, 내년 4조7200억 원, 2003년 9조7371억 원, 2004년 13조9700억 원, 2005년 9조400억 원 수준으로 계속해서 만기가 돌아온다. 정부의 논리대로 국가부채에 포함하지 않는 금액이라 하더라도 예금보험공사가 이를 갚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정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사실상의’ 부채금액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예보 또는 자산관리공사가 예금보험료 수입이나 부실채권 매각수입 등 자체 수입으로 이를 모두 상환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정전문가들 중에서 정부재정 부담 없이 자산관리공사나 예보가 이를 모두 상환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형편.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국회 재경위에 제출한 보고자료에는 지난 4월 말까지 투입한 137조 원의 공적자금 중 33조1천억 원을 회수해 24% 정도를 회수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 박사는 지난해 말 현재 104조 원의 정부 보증채 중 원금손실률이 80%에 이를 것이라는 전제하에 2003~2007년간 해마다 17조 원의 추가 재정지출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세출이 이처럼 급증하면 당연히 국채 발행액도 늘어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된다.

재정전문가들이 추경에 반대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긴급한 수요가 있을 경우 추경 편성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지만 국채 발행 등 미래의 수요에 대비해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빚을 갚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계명대 윤영진 교수(행정학)는 “부채는 어느 순간 갑자기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세계잉여금으로는 추경을 편성하고 나중에 국채를 발행해 빚을 갚으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 경고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박사도 “아무리 전년도 세계잉여금을 쓰는 것이라 해도 막대한 규모의 우발채무가 빚인지 아닌지의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는 추경을 편성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측 입장은 전반적으로 위기론에 대해 부정적이다. 기획예산처 배국환 예산제도과장은 “공적자금 회수율을 ‘제로’라 보고 투입한 자금을 하나도 건지지 못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재정위기’ 운운은 어불성설”이라 잘라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003년 균형재정을 계기로 추가 국채는 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 강운태 제2정조위원장은 이를 두고 “이때부터는 국채를 발행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은 물론 조금씩이나마 빚을 갚아가겠다는 것”이라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측의 ‘추가 국채발행 불가피’라는 예측과 동떨어진 전망을 하는 것이다.

‘빚 내서 빚 갚는’ 악순환 고리는 끊어야

게다가 정권이 바뀔 경우 빚 상환보다는 재정적자에 대한 책임문제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짙다. 이미 한나라당은 지난해 총선 당시 국가채무 논쟁을 불러일으킬 때부터 재정위기론에 대한 정부측의 태도를 ‘재정운용 잘못을 차기 정권의 부담으로 떠넘기려는 행태’라 규정함으로써 책임론에 대한 불지피기를 시도하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진통을 예고하는 5조 원대의 추경 예산안은 여야 간에 이렇게 복잡한 계산법을 깔고 국회로 넘어왔다. 납세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자칫 잘못하다가 ‘빚 내서 빚 갚는’ 악순환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도 있는 ‘추경방정식’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악순환의 고리가 있다면 이를 끊어버려야 한다. 그렇다고 재정건전화법 제정은 물론 ‘최소한의 추경’에 합의해 놓고도 추경에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정부측 조치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전문가들은 언젠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일이라면 기왕 위기론이 불거져 나온 지금이 최적기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위기는 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1.07.05 291호 (p30~32)

  •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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