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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NLL 홍역’… 골프공에 뒤통수 맞은 軍

어선은 물론 경비정도 올 8번 넘어와… 영해­NLL 구분 대응해야 ‘안보혼란’ 예방

‘NLL 홍역’… 골프공에 뒤통수 맞은 軍

‘NLL 홍역’… 골프공에 뒤통수 맞은 軍
지난 6월2일부터 북한 상선이 잇달아 우리 나라 영해와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이후 온 나라가 ‘NLL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야당은 6월14일 우리 함정과 북한 상선의 교신록이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과 일부 언론에 의해 공개된 이후 줄곧 남북한 ‘이면 합의설’(영해 통과 6·15 밀약설)을 주장하면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6월20일부터는 북한 상선이 영해를 침범한 첫날인 6월2일 군 수뇌부가 ‘한가하게’ 골프를 했다는 보도가 뒤늦게 불거지는 가운데 야당은 국방부·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군의 ‘안보 불감증’을 질타하는 비판적 여론이 제기된 데는 군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 부족과 국가 안보를 정쟁(政爭)의 대상으로 끌어들인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국민이 의아해하는 것은 그런 ‘비상상황’에 어떻게 군 수뇌부 전원이 ‘한가하게’ 골프를 했느냐는 것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해군의 P3 대잠초계기가 북한 상선 청진2호(1만3000t)를 처음 발견한 것은 6월2일 오전 11시43분경. 당시 청진2호는 울산 동쪽 22마일 공해상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낮 12시35분경 령군봉호(추자도 동남쪽 17마일)에 이어 오후 7시10분경 백마강호(추자도 서쪽 15마일)가 영해 상에서 잇달아 발견되었다.

‘한가하게 골프’ … 안보 불감증 질타

그런데 토요일인 이날 오후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육군·해군·공군 참모총장 등은 각각 군 영내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대통령-국방장관을 통해 군령권을 위임 받은 합참의장의 경우다. 군사 작전명령은 합참의장에서 야전군인 육군의 1·2·3군 사령부 및 해·공군 작전사령부로 바로 내려가므로 총장들은 작전권 및 지휘권 선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합참 관계자에 따르면 조영길 합참의장은 이날 오후 1시40분쯤 경기도 성남의 남성대 골프장에서 전역 장성들과 골프모임을 갖던 중 령군봉호가 추자도 동남방 17마일 영해로 진입했다는 상황보고를 받고 해군 작전사령부 작전예규에 따라 령군봉호를 조기에 영해 밖으로 퇴거토록 지시한 뒤 운동을 계속했다.



조의장은 이어 오후 7시20분쯤 저녁식사 도중 백마강호가 추자도 서방 15마일 영해를 침범했다는 추가보고를 받고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위기조치반을 즉각 소집토록 지시했다. 그런데 조의장은 합참 지휘통제실이 아닌 의장공관으로 가 상황을 지휘함으로써 또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군의 정서는 이와 판이하다. 우선 한 영관급 장교는 “일반 사회에선 골프가 사치스런 운동으로 통하지만 군에선 영내 대기 겸 체력 단련 개념으로 운용된다”고 강조했다. 즉 골프는 토·일요일에 가족과 떨어져 있는 지휘관들을 ‘영내에 잡아놓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전국의 군 골프장은 26개. 이 가운데 원주 공군비행장이 있는 강원도 횡성골프장(9홀)의 회원(공군 장교 및 육군 대령 이상) 요금은 4000원. 24시간 비상대기에 묶인 전투기 조종사들은 원주 시내 외출이 1년에 한두 번 정도다. 그러니 가족과 떨어져 ‘위수지역’을 벗어날 수 없는 이들에게 가장 값싼 최상의 휴식공간은 비상대기의 연장인 영내 골프장이라는 주장이다.

‘NLL 홍역’… 골프공에 뒤통수 맞은 軍
또 합참은 이날 저녁 7시30분까지는 초기대응단계로 위기상황이 아니었고, 이후 위기조치반이 가동된 뒤에는 군 수뇌부가 작전지휘 및 상황대기에 들어갔으므로 군은 할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합참은 “북한 군함이 영해를 침범했다면 몰라도 민간 상선이 들어온 상황에서 공관 지휘는 관례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군 관계자들은 장소와 상관없이 지휘관과 긴급연락체제를 유지하도록 한 ‘통신축선’의 개념을 들어 “통상 지휘관은 대대장급 이상만 되어도 주선(主線) 2개선과 예비선 등 3개 통신선을 늘 유지하고 있다”며 “합참의장 공관은 모든 지휘통신시설을 갖춘 지휘소”라고 말했다. 한 영관장교는 “조의장이 합참 벙커(상황실)에서 지휘할 경우 준전시(準戰時) 상황이 된다”면서 “그에 따른 소모적인 병력 대기와 불필요한 위기의식 조장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공관 지휘가 현명한 선택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이번 사태에서 군의 ‘안보 불감증’을 질타하는 비판적 여론이 촉발된 데는 영해와 NLL을 구분하지 않은 혼선도 한몫을 했다. 언론은 대체로 정전(停戰) 이래 50여 년 동안 북한의 민간 선박이 우리 영해와 NLL을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식으로 보도했고, 야당 또한 그 점을 부각해 군의 소극적 대응을 질타했다. 그러나 북한이 정전협정 발효 이후 영해를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NLL을 침범한 것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6월2일 이후에도 지난 6월24일 북한 어선이 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물러났다. 또 북한 경비정이 올해 들어 NLL을 침범한 것만도 8번째다.

NLL(Northern Limit Line)은 종전 직후인 1953년 8월 유엔군사령부(UNC)가 함정과 항공기 활동의 북방한계를 설정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그은 해상분계선이다. 당시 UNC는 동·서해 NLL의 총연장을 명시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후 군사작전의 편의상 서쪽 NLL은 백령도 북단의 공해를 기점으로 서해 쪽 42.5마일로 정하고, 동쪽 NLL은 강원도 저진항에서 동해 218마일까지를 그어 그 안의 해상을 작전인가지역(Approved Area of Operation, AAO)으로 운영해 왔다. 즉 이 지역 안으로 북한 선박이 들어올 경우 해군은 작전예규에 따라 탐색·식별, 정선(停船) 시도, 강제퇴거 등의 단계별 대응조처를 강구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에도 해군은 강제퇴거 단계의 마지막 조처인 △경고사격·승선나포를 빼고는 △탐조등, 사이렌 등에 위한 시위기동 △선박 포위기동으로 항로 차단·방해 △밀어내기 기동으로 영해 외곽 강제퇴거 등 제반조처를 취했다. 김근태 합참 작전차장은 국방부 브리핑에서 “NLL의 일정 부분까지는 군이 철저히 방어하지만 그 밖은 오래 전부터 통상항로로 간주되어 왔다”면서 “12마일까지만 영해로 인정하는 현실 속에서 동서로 각각 200, 40마일씩 뻗어 있는 NLL 모두를 경비구역으로 설정해 북한 상선 통과를 막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재의 해군력으로 영해 밖의 작전인가지역까지 샅샅이 경계하라는 주문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주간동아 2001.07.05 291호 (p26~27)

  • < 김 당 기자 > da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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