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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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압이다” vs “개혁이다”

한나라당 “법 앞세워 특정 신문 목 조르기”… 민주당 “정당한 공권력 원칙대로 처리”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05-01-04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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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압이다” vs “개혁이다”
    세무조사 추징액 5056억 원, 공정위 과징금 242억 원을 두고 여야간에 ‘언론개혁’‘언론탄압’ 공방이 치열하다. 시민단체에선 각 언론사별로 세무조사 명세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형성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세무조사가 정당한 공권력 행사며 언론개혁의 계기가 될 것이라 주장한다. 전용학 대변인은 “모든 기업이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거듭해 왔으나 언론기업들은 이에 역행해 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세무조사가 언론사의 투명한 경영을 정착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김중권 대표) “언론기업 세무조사가 언론 길들이기라면 취임 초에 하지 3년이나 지나서 했겠나”(한화갑 최고위원) “조세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법 집행이 정치쟁점이 될 사안인가”(이인제 최고위원) “세무조사는 언론기업 영업부문에 대한 조사다”(정동영 최고위원) 등 세무조사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반응 일색이다. 초·재선 의원들은 이보다 더 강경해 ‘봐주지 마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경제부 진념 부총리는 “각 사별로 액수를 놓고 타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역시 ‘세금추징’ ‘사주처벌’ 등의 핵심 쟁점에 대해 “원칙대로”를 천명했다. 언론개혁은 조세정의의 확립이자 국민적 지지를 얻는 개혁작업이므로 흔들림 없이 밀고 가겠다는 것.

    반면 한나라당은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제기하는 대목은 세금추징 액수. 이회창 총재는 “언론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추징금을 부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언론자유를 크게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매출 2~3천억 원대에 지나지 않는 중소기업 규모 언론사에 매출 수십조 규모의 대기업보다 많은 세금을 추징했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얘기다. 5056억 원을 23개 언론사로 나누고 이를 5년으로 다시 나누면 각 사별 연간 평균 추징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여권의 주장을 한나라당은 ‘숫자놀이’라고 일축한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세금추징액이 집중된 언론사의 경우 내라는 대로 내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한다. 기업 망하게 하는 게 무슨 세무조사며 언론개혁이냐”고 말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법을 앞세운 교묘한 특정 신문 목조르기라는 시각이다. 이회창 총재는 “언론의 예기를 꺾고 멱살 잡아 비판 못하게 하는 시도는 묵과할 수 없다”며 야당이 전면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탄압이다” vs “개혁이다”
    이런 가운데 언론사의 탈세명세 공개 여부를 두고 3인3색의 법 해석이 나온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 81조8항에 의거 납세자 보호차원에서 개별납세자의 과세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국세청은 23개사 총액 정보는 공개했다.

    시민단체에선 세무조사 명세 공개 요구

    참여연대,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 언론학자 107명은 성명서·선언문 등을 통해 누가, 어떻게, 얼마나, 세금을 탈세했는지 더 구체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정보보호법’도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결과 공개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으며, 언론사와 정치권의 타협설이 나돌고 있다는 점 등이 세무조사 결과 공개를 요구하는 이유들이다.

    반면 한나라당 언론장악저지특위는 국세청이 총액 기준으로 공개한 행위조차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탈세혐의로 고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세무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데 국세청이 일방적 추정치에 지나지 않는 세금탈루 사실을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면서 발표한 것은 언론사를 망신주기 위한 의도라는 것. 그러나 언론사별 결과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사태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정부가 세부항목을 열거해 가며 총액을 세상에 발표한 이상 언론사와 정부의 뒷거래 여지는 거의 차단되었다는 것. 민주당 관계자는 “명분과 정당성에서 조금이라도 밀리면 모든 것을 잃는 게임이므로, 당분간 언론과 정부는 마주 달리는 기차에서 누구도 먼저 내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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