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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길 택한 ‘부적응(?) 부부’

느림의 길 택한 ‘부적응(?) 부부’

느림의 길 택한 ‘부적응(?) 부부’
정수복·장미란(46) 부부가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때가 1989년. 남편은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아내는 같은 학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논문을 쓰던 중 “만사 제치고 남편부터 대학에 자리잡아야 한다”는 주위의 조언에 논문도 미룬 채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로부터 11년. 남편은 사회운동연구소 소장으로 시민운동과 대안문화운동에 여념이 없고, 아내는 한국알트루사 여성상담소 부회장으로 나눔과 보살핌의 미덕을 실천한다. 교수 자리도 박사학위 논문도 부부와는 영 인연이 없었지만 그들은 게으름을 찬양하며 느림의 삶을 살고 있다.

자칭 ‘부적응 부부’인 두 사람이 ‘바다로 간 게으름뱅이’(동아일보사 펴냄)를 출간했다. 머리말(책을 열며)은 남편이, 마무리글(책을 닫으며)은 아내가, 본문은 각자 쓴 후 돌려 읽고 사이좋게 다듬었다. 정수복씨는 이 책에 대해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는 적응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충고를 저버리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한 ‘어느 부적응 부부’가 보낸 지난 세월의 흔적”이라 했다. 귀국 후 3~4년은 나름대로 남들처럼 살아보려고 속도에 ‘적응’을 모색했지만 부부는 곧 느린 부적응의 길을 택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그때까지 나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해 오던 것들의 허구성을 알게 되었다. 남편이 안정된 교수자리를 잡는 것, 내가 박사학위를 갖는 것이 나의 자존심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은 내가 구성한 내용이 아니라 외부에서 강제된 내용들이었다”(장미란). 이렇게 생각을 정리한 후 부부는 유학시절 정답게 학교에 가고 책을 읽고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던 여유로운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날마다 20통씩 전화를 건다면 5통으로 줄이세요. 강제로라도 게으름을 피워야 해요. 매일 자기 전 20분씩 명상을 하세요. 비로소 변화가 시작됩니다”(정수복·장미란).



주간동아 2001.06.21 289호 (p101~101)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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