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5

2001.05.24

아이들 손잡고 그림구경 가자꾸나

  • < 윤동희/ 월간미술 기자 ceohee02@unitel.co.kr >

    입력2005-01-28 1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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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손잡고 그림구경 가자꾸나
    혼인-혈연으로 이루어진 집단과 그 성원, ‘동일한 호적 내에 있는 친족의 단체’. ‘가족’의 사전적 정의다. 5월이 가정의 달임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가족이란 시공을 초월하며 이어온 인류의 커다란 유산이다.

    그러나 자크 아탈리가 “가족이란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 뿌리부터 뒤흔들릴 제도”라고 예언하기 무섭게, 새로운 세기를 맞은 가족(의 개념)은 대표적 1차 집단의 전형을 탈피해 간다. 산업화-도시화-핵가족화와 함께 급속히 변해가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바쁘게 살아온 현대인에게 가족의 진정한 가치를 되묻는 기획전들이 동시에 열려 눈길을 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4월27일부터 5월 18일까지 서울 경희궁 공원에 위치한 서울 600년 기념관에서 ‘가족’을 주제로 한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다. 연령과 세대를 초월한 40명의 작가가 회화-사진-설치-영상 등 100여 점을 차려놓은 이 전시는 ‘가족 향수’‘가족위기’ ‘가족의 대안과 다양성’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현대인들에게 가족의 문제점과 중요성을 재인식시킨다.

    우선 ‘가족 향수’에서는 머리에 광주리를 인 어머니(윤석남),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가족(심현희) 등의 모습을 통해 가족 안에 자리한 사랑을 느낄 수 있고, ‘가족 위기’에서는 더 이상 설 곳이 없는 아버지(구본주), 원조교제 등으로 황폐해지는 청소년(강승희) 등을 통해 가족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특히 일리야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를 모티브로 한 이건수의 개념영화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는 레핀의 그림을 가지고 엮어지는 러시아혁명사, 우리 나라의 해방공간에서 좌파 사회주의자 아버지를 가장으로 둔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정치적-경제적으로 소외의 삶을 살아온 한 386세대 가장의 피곤한 일상과 추억을 통해 이 시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담담히 전한다. 전시 기간 동안 무료 가족사진 촬영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즐길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문의: 02-736-2024∼7

    지난 5월1일부터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쿨룩이와 둠박해 2’는 전시장에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강진식 신한철 이주연 정경희 최우람 등 다섯 명의 작가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공간으로 탈바꿈한 미술관에서 어린이들과 작품이 친구가 된다.



    먼저 지하 1층의 ‘헨젤과 그레텔’(정경희)은 어린이들이 미술관에서 미리 준비한 의상을 입고 어두운 오솔길을 헤매다 과자로 만든 집을 지나 꿈동산에 다다른다.

    전시장 벽면 전체를 별그림으로 채우고, 바닥에 깔린 옥수수 알갱이를 넣은 주머니 수백 개를 공중에 걸린 바구니에 던지는 이주연씨의 ‘1층’은 흡사 별나라에서 열리는 운동회를 연상케 하며, 2층에서 어린이를 기다리는 신한철의 ‘구-유희’는 갖가지 색으로 색칠한 공을 뒤집어쓴 어린이들이 딸기밭-포도밭이 그려진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 조각작품을 연출하게 했다. 최우람의 ‘Bring me a star’ 역시 바닥에 그려진 검은 선을 따라 돌아다니는 형광자동차를 통해 어린이를 모험의 세계로 안내한다. 31일까지. 입장료 2천원. 문의: 02-720-5114

    마지막으로 서울 관훈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열리는 ‘향수’는 디지털에 물든 현대인이 정작 무엇을 그리워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지용의 시 ‘향수’의 주옥 같은 시어, 즉 넓은 벌, 황소, 질화로, 성근 별, 초가지붕 등을 형상화한 작가 16명의 작품으로 형상화해 보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어린 시절 자신을 품어주던 대자연의 노스탤지어를 잊지 못하는 부모님을 모시고 찾는다면 좋을 전시회. 5월 20일까지. 문의: 02-736-4371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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