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5

2001.05.24

75세 폴 뉴먼 “은행강도는 역시 좋아”

  • < 신을진 기자 happyend@donga.com >

    입력2005-01-28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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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세 폴 뉴먼 “은행강도는 역시 좋아”
    한때 이름을 떨친 은행강도가 노인이 되어 다시 재기에 나선다? 이건 무척 재미있는 설정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 노인 역을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금세 폴 뉴먼을 떠올릴 것이다.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 등의 영화에 출연해 낭만적 갱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그의 매력적이고도 시니컬한 눈빛은 세월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올해 75세의 폴 뉴먼이 주연을 맡은 영화 ‘웨어 더 머니 이즈’는 과거 폴 뉴먼의 대표작과 절묘하게 어우려져 단순한 시나리오 이상의 효과를 낸다.

    1973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스팅’은 폴 뉴먼의 마지막 강도 영화였으며, ‘비폭력 강도’라는 점에서 ‘웨어~’와 맥을 같이한다. 영화 속 ‘헨리’(폴 뉴먼 분)의 캐릭터는 ‘내일을 향해 쏴라’의 ‘부치’를 비롯해 그가 출연한 영화들의 잔재를 최대한 반영하였다고 볼 수 있다.

    반항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고, 비도덕적인 인상도 남기지 않는 강도들이 출연하는 케이퍼 무비를 참으로 오랜 만에 만난 것이다. ‘웨어~’의 카니에프스카 감독도 유머와 기막힌 반전이 있는 영화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과의 힘겨운 총격전이나 피 튀기는 폭력 장면 하나 없이 가뿐하게 거액의 돈을 훔치는 주인공들.

    75세 폴 뉴먼 “은행강도는 역시 좋아”
    그들의 무기는 재빠른 두뇌회전과 두둑한 배짱이다. 예를 들어 ‘웨어~’에서 경찰로 위장한 헨리가 슈퍼마켓에서 진짜 경찰을 만났을 때, 캐럴(린다 피오렌티노 분)이 훔친 돈다발과 함께 숨어 있는 뒤 트렁크를 경찰이 열려는 순간, 그리고 경찰이 캐롤의 집을 빼곡히 둘러싼 순간 등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주인공들은 상식을 뒤엎고,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묘법으로 유유히 위기를 모면한다. 여기에 진정한 케이퍼 무비의 묘미가 있다.



    기발한 두뇌 회전과 대담한 범죄행각으로 한때 세상을 뒤흔든 강도 헨리. 하지만 이제 그도 오랜 수감생활 끝에 늙고 병든 한 명의 노인에 지나지 않는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헨리는 잠시 시립양로원에 맡겨진다. 이곳에서 일하는 간호사 캐럴은 한때 고교 졸업파티에서 여왕으로 뽑히기도 할 만큼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고루한 늙은이들 사이에서 답답한 일상을 이어나간다.

    헨리의 간호를 맡은 캐럴은 곧 그가 평범한 강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일상에서의 화려한 탈출을 꿈꾸며 그를 설득해 은행을 털기로 한다. 여기에 가세한 캐럴의 순진한 남편 웨인. 오묘한 앙상블의 세 파트너는 은행을 털기 위해 복면을 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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