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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대북사업 Go? Stop?

금강산에 발목 잡힌 개성공단

관광대가금 조정협상 난항 여파…4∼5월 착공에서 연내로 늦춰

금강산에 발목 잡힌 개성공단

금강산에 발목 잡힌 개성공단
개성공단은 기본적으로 현대의 금강산 개발사업 투자와 6·15 남북정상회담의 산물이다. 이는 지난해 8월에 방북한 남한 언론사 사장단과의 면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분명히 밝힌 사안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당시 이렇게 말했다.

“현대측에 개성 관광단지와 공업단지를 꾸밀 수 있도록 개성을 줬는데, 이건 ‘6·15 선언’ 선물입니다. 그래서 서울 관광객들을 개성까지 끌어들여야겠습니다. 공업단지도 해주보다 개성에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관광-공업 단지가 생기면 이것저것 보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겠느냐’고 얘기를 해줬더니 정몽헌씨가 입이 찢어져 갔습니다…(중략)…현대에 특혜를 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남 관계를 제일 먼저 뚫고 소도 아버지(정주영)가 가져왔는데….”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김용순 위원장과 북한 서해안 지역에 2000만 평 규모의 공단을 개발하기로 합의한 것은 지난 99년 10월. 당시 현대는 공단 후보지로 황해도 해주를 희망했고, 북한측은 신의주를 희망했다. 그러나 그 후 현대는 토지공사와 함께 공단 후보지인 신의주, 해주, 개성, 남포에 대한 현지조사를 거쳐 2000년 8월 북측 아태평화위 및 민족경제협력연합회(회장 정운업)와 개성시 일원 2000만 평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11월 현대아산이 토지공사와 공동사업 시행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개성공단 사업은 사실상 반관반민(半官半民)의 프로젝트가 되었다.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맺은 공동사업 시행협약에 따르면, 개성 산업단지에 800만 평 개발을 공동 시행하되, 우선 1단계 100만 평에 대해 역할을 분담해 공동 시행한다는 것. 역할 분담에 따르면 토지공사가 자금조달, 설계 및 감리를 맡고, 현대아산은 북측과의 교섭과 시공을 담당한다. 그리고 기타 사업계획 수립, 인허가, 분양 등은 공동으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의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이제 경영권이 채권은행에 넘어갔으므로 현대아산의 주요 역할은 대북 교섭권만 남은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개성공단 사업의 교섭권을 가진 현대아산이 먼저 다급한 금강산 관광 대가금 조정 협의에 매달리느라 개성공단건에 대해서는 운(韻)도 못 뗀다는 데 있다.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북측과 계속해 온 관광 대가금 조정협상을 매듭짓고 개성공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지난 3월에 이어 4월24일에 다시 방북했으나, 개성공단건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돌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방북 일정을 앞당겨 베이징으로 나온 정몽헌 회장이 서울로 돌아오지 않고 일본행을 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불과 10개월 전만 해도 김정일 위원장에게서 개성공단 선물을 받고 ‘입이 찢어져’ 돌아온 정회장이 이제는 그 선물 때문에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에 이른 것이다.



토지공사의 개성공단 개발 추진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단계 현지측량 및 토질조사를 완료하여 현재 개발계획 및 단지설계를 추진중이다. 현재 기본계획의 80%, 기본 및 실시설계의 15%를 완료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관건은 개성공단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특별법 제정 여부다. 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은 지난 1월 가칭 개성국제자유경제지대 기본법안을 북측에 제안하고 제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북한사업단 이상후 과장은 현재의 상황을 이렇게 밝혔다.

“국제자유경제지대 기본법이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다. 현재 우리는 거기에 대비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상태다. 지대 기본법을 어떤 방향으로 제정하는지에 따라 사업 규모나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본법만 제정하면 나머지는 급속하게 진행할 것이다.”

금강산에 발목 잡힌 개성공단
사실 경제지대특별법은 공단개발 및 기업의 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다. 토지공사측이 현대아산을 통해 북한측에 제안한 지대 특별법안에는 △자유로운 투자와 경제활동 △노동력의 직접 채용 및 성과급 인정 △토지의 장기 이용권 및 전매 권한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보다 더 나은 조세-관세 조건 △남북 육로(경의선) 개설을 통한 물류 이동 △거주-통신 활동의 자유 △외환시장 통화-금융 부분의 유통화폐와 결제방법의 자유 △자유로운 송금 등 획기적인 내용들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특별법을 제정하면 개성공단 사업은 그동안의 남`-`북 간 임가공형태 교역의 한계를 벗어나 직접투자의 물꼬를 트고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토지공사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지대특별법을 제정하면 4∼5월께 공사를 착공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지대특별법 제정이 늦어지자 현재는 ‘연내 공사 착공이 가능하도록 추진한다’는 쪽으로 착공 일자를 멀찌감치 늦춰놓았다. 직접적인 원인은 북한측의 특별법 제정이 늦어지기 때문이지만, 이는 결국 현대가 과연 이 사업을 감당할 재정능력이 있는지를 북한측이 의심하는 데서 말미암은 것이다.

이와 같은 기류는 지난 3월부터 감지되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 사업은 금강산 관광 대가금 조정문제와 연계되어 있는데 이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김정일 위원장밖에 없다. 그런데 정몽헌 회장은 지난 3월에 이어 이번에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북한 중앙방송은 지난 4월25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김용순 위원장이 25일 남조선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 일행을 만나 동포애의 정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담화를 하였으며, 여기에는 아태위 송호경 부위원장이 함께 참가하였고, 정몽헌 회장 일행은 25일 평양을 떠나갔다”고 보도했다. 북한측 보도대로 ‘동포애의 정’은 넘쳤는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현대측이 삭감을 요청한 금강산 관광 대가금에는 ‘에누리’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이 갈피를 못 잡고 표류하는 가운데 개성공단 개발사업마저 현대(금강산사업)에 발목이 잡혀 답보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표류함에 따라 지난 3월 방북한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이 북측과 합의한 개성-금강산 관광특구 개방건도 연내 시행이 불확실해졌다. 특히 육로를 통한 개성지역 연계 관광은 당초 9월 완공 예정인 경의선 개통과 맞물려 있어 실현 가능성이 컸으나, 경의선 공사 역시 한 달 이상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여 연내 실현 가능성이 더 적어졌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것은 김한길 문화부 장관이 지난 3월15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북측과 합의한) 개성-금강산 관광자유특구 개발과 남북 연계관광은 현대의 금강산 관광과는 전혀 별개며, 이른 시일 내에 제2차 남북 문화장관 회의를 열어 세부 내용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이는 다른 대북사업의 걸림돌이 되는 현대 금강산 관광사업을 정부 차원의 남북 연계관광과 분리함으로써 남북관계 진전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동안 남북 합영-합작 사업은 있었지만 남북한 직접 경협은 개성공단 개발사업이 처음이다. 사실 개성특구 지정은 기존의 나진-선봉 특구와는 그 의미가 크게 다르다. 남한 이외의 다른 나라 자본에 의존하려 했던 나진-선봉 특구와 달리 개성특구는 거의 전적으로 남한 자본에 의지하고 있다. 그 추진 주체를 보더라도 현대라는 사기업과 함께 토지공사라는 공기업이 참여함으로써 사실상 정부가 공단개발을 주도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은 북한 당국의 개방의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시험지’다. 그런데 남북 경제협력 거점 구축을 위한 이 첫 사업이 현대라는 사기업의 경영난 때문에 지연된다. 금강산 관광사업 초기부터 우려해 온, 대북사업의 현대 독점이 갖는 단선화의 위험부담이 지금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1.05.10 283호 (p28~29)

  • < 김 당 기자 dangk@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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