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1

2001.04.26

미국은 넓고 빼낼 정보는 많다?

美, 한국을 다섯 번째 ‘산업스파이국’ 지목… 중국-일본이 1, 2위

  • 입력2005-02-28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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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넓고 빼낼 정보는 많다?
    미국이 한국을 자국의 경제-산업-기술 정보를 빼내기 위해 애쓰는 ‘산업스파이 국가’ 중 하나로 지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National Counterintelligence Center, 즉 국가방첩센터(NACIC)가 지난 2월 미국 의회에 보고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일본, 이스라엘, 프랑스, 대만, 인도 등과 함께 7대 산업스파이 국가로 꼽혔다. 그동안 미국이 한국 등 우방 국가들을 산업스파이 국가로 지목하였다는 보도는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미국 정부기관의 공식 문건에 의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ACIC가 지난 2월 의회에 보고하고 3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www.nacic.gov)에 공개한 연례보고서(Annual Report to Congress on Foreign Economic Collection and Industrial Espionage, 2000)는 부록에 사유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첨부하였는데, 이 부록에는 ‘(미국에서) 가장 활동적으로 정보(경제-산업-기술 정보)를 수집하는 나라는?’이라는 질문과 함께 ‘중국, 일본, 이스라엘, 프랑스, 한국, 대만, 인도’ 순으로 답항을 제시하였다. 사실상 한국을 다섯 번째 ‘산업스파이 국가’로 지목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 ABC 방송은 지난 3월5일 NACIC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일본, 이스라엘, 프랑스, 한국, 대만, 인도 등과 함께 비합법적인 수단까지 동원하여 미국의 산업정보를 빼내기 위해 공격적인 시도를 하는 국가로 꼽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보 절도로 한 해 수십억달러 손실 주장

    흥미로운 사실은 조사결과에 대한 간단한 해설이 붙은 다른 질문 항목과 달리 이 질문 항목에는 답항만 제시하였을 뿐, 응답결과에 대한 해설은 생략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조사결과를 공개해 미국 내 ‘산업스파이 국가 리스트’를 적시하였을 경우 초래할 수 있는 해당 국가의 반발이나 민감한 반응을 고려한 조처로 보인다. 그러나 NACIC는 지목 빈도수가 높은 국가들을 응답 항목에 순서대로 나열함으로써 해당국의 직접적인 반발을 피하면서도 해당국에 우회적으로 ‘경고’하는 효과를 꾀하고 있다. 정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것은 “우리(미국)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너희(한국)는 미국 내에서 다섯 번째로 공격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하고 있는 ‘산업스파이 국가’임을 알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인 것이다.

    NACIC 요원들이 미 ‘포천’지(誌)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에서 선정한 수십 개 기업을 접촉해 얻은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산업스파이 국가’들이 수집 목표로 삼는 미국의 주요 경제-산업-기술 정보는 수출 통제품 정보, 정부 프로그램, 국가미사일방어(NMD) 시스템, 비밀 분류하지 않은 공개 소스 정보, 신경 기술, 지레장치 기술, 사업계획, 제약 지적재산권, 조제법 연구, 제조공정, 컴퓨터 스토리지-메모리-소스코드-프로세서-암호화 등이다.



    연례보고서는 “미국이 세계의 산업 선도국으로 남아 있고, 미국의 산업이 기술개발 면에서 계속 세계를 선도하는 한, 미국은 외국의 경제정보 수집과 산업스파이 활동의 주요 목표로 남을 것”이라며 “전통적인 우방과 적성국들은 미국에 대한 그들의 경제수집 활동을 증대해 왔을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이 잠재적인 새로운 경제적 경쟁자로 떠오름에 따라 그들 또한 미국에 대한 경제정보 수집 노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적성국들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동맹국들은 미국에 대한 경제정보 수집활동을 확대해 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확대할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NACIC는 또 최근의 한 다른 조사결과를 인용해 포천 지가 선정한 1000대 기업들이 1999년 한 해 동안 자신들이 소유한 재산 정보의 절도로 인해 입은 손실은 수십억달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공한 스파이 활동은 거의 드러나는 법이 없고, 산업스파이 행위를 발각하였을 때조차도 기업들이 그런 사실을 공개하는 데 따르는 낭패감과 법적인 분규 가능성 때문에 자신들이 스파이 활동의 희생자가 되었다는 것을 당국에 보고하는 것을 종종 꺼린다는 것이다. NACIC는 바로 그러한 요인 때문에 공개 경제정보 수집과 산업스파이 활동 사이의 명확한 범위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NACIC는 국가 안보에 대한 전통적인 위협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미 국방부가 ‘군사적으로 중요한 기술 리스트’(MCTL)에서 분류한 ‘무기체계기술’의 18가지 분야가 모두 군사`-`경제적 이용을 위한 외국의 정보수집 목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NACIC에 따르면 이러한 목표에 대한 외국의 관심 정도는 나라마다 상반되게 다르다.

    “첨단 선도기술이 외국의 정보수집 목표가 되는 유일한 기술은 아니다. 저개발 산업국가들은 종종 한물 간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선호한다. 이들은 또한 적어도 한 세대는 뒤떨어진 군사기술을 찾으려 한다. 왜냐하면 비용이 적게 드는 이런 기술은 고치기 쉽고, 자기들의 군사적 구조에 통합하는 데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더 발전한 전통적인 위협국가들은 지휘, 통제 그리고 의사결정 시스템과 때로는 무기체계의 상호 운용성을 증가하기 위한 주요 지상`-`공중`-`해상 무기에 관한 정보를 추구한다.”

    NACIC가 인용한 미국 방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수행하는 개인적(32%)-상업적(26%) 정보수집 활동 목표는 58%이고, 외국 정부의 직접 지원(22%) 또는 정부와 협력관계에 있는 연구기관 등(20%)의 정보수집 활동목표는 42%에 해당한다. 연례보고서는 결론에서 “점점 더 군사력과 동등하게 국력과 경제 안보를 중시하는 세계에서 미국은 계속해서 사유 경제정보와 중대한 기술을 도둑맞는 위협에 처해 있다”면서 “냉전 이후 과거의 적국이나 우방국 모두 군사-정치적 분야에 집중한 첩보활동의 목표를 경제분야 쪽으로 돌리면서 민감한 기업정보와 첨단기술을 유출할 위험이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이 NACIC의 이와 같은 국가 방첩활동을 벤치마킹해 국내 기업-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시행한 ‘산업보안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나라 기업-연구소 관계자들은 외국 국가들 중 우리의 산업기술 및 정보를 가장 많이 수집하는 국가로 일본(57.3%) 다음으로 미국(16%), 그리고 중국(10.8%)을 꼽고 있다. 그리고 외국 산업스파이의 주 관심 기술 분야(복수 응답)로는 반도체 기술(83.3%) 정보통신기술(42.8%) 응용프로그램 개발기술(23.8%) 기계전자기술(23.8) 정밀화학기술(20.9%) 등을 꼽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할것없이 서로들 상대국의 경제-산업-기술 정보 수집에 혈안이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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