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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꽃 무궁화’ 중국産이 웬 말

묘목값 오르자 일부 양묘업자들 대량 수입… 일부 이미 식수, 국가적 망신

‘나라꽃 무궁화’ 중국産이 웬 말

‘나라꽃 무궁화’ 중국産이 웬 말
나라꽃 무궁화가 중국산에 점령당하고 있다?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무궁화 양묘업자들에 의하면 4월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는 중국산 무궁화 묘목은 모두 29만4000여 주에 이른다. 국내 일부 양묘업자들이 중국 산동성에서 지난해 11월 6만8000여 주, 한 달 뒤인 12월에 22만6000여 주를 유입한 이 묘목들은 전북 정읍시 소성면과 충남 연기군 전의면의 개인 양묘장에 가식돼 있다는 것. 이중 일부는 이미 판매되어 부산, 울산, 경북, 충남 등지에 식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중국산 묘목을 수입한 연유는 뭘까. 재래종 무궁화 선양운동을 펴고 있는 한 양묘업자는 “지난해부터 무궁화 묘목값이 폭등하자 몇몇 묘목 판매상들이 차익을 노려 국내산보다 20~30% 값싼 중국산을 들여와 나라꽃의 상징성을 퇴색시키는 수치스런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현재 무궁화 묘목값은 수고(나무높이) 1.5m짜리 2500원, 2m짜리는 8500원대로 99년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수준. 이는 행정자치부가 2002년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앞두고 ‘한국 알리기’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전 국토 무궁화 심기사업’을 벌이면서 국내 무궁화 묘목의 수급에 일시적인 불균형현상이 빚어짐에 따른 것. 행자부에 따르면 지난해 203억원의 예산을 들여 137만3000여 그루의 무궁화를 심었으며 올해도 200억원(유지관리비 포함)을 들여 78만1000여 그루를 전국의 월드컵경기장과 문화관광지 주변 등에 식수할 계획이다.

묘목 상태에선 구별 불가능

‘나라꽃 무궁화’ 중국産이 웬 말
행자부 지역진흥과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실태조사를 통해 중국산 유입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한 그루도 심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현재 재래종 묘목의 물량이 충분하므로 중국산 무궁화를 심지 않도록 각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지도를 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산 묘목의 수입 자체는 정상적인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처벌할 수는 없지만, 만일 중국산을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고 재래종으로 속여 팔 경우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상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어 어느 정도 단속이 가능하다는 것. 더욱이 지자체가 중국산 묘목인 줄 모르고 심었을 경우 이를 판매한 상인에게 재래종으로 대체하도록 ‘하자보수’를 요구할 방침이라는 것이 행자부의 답변이다.



문제는 재래종과 중국산을 분간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행자부의 장려 품종은 재래종 단심계(꽃 중앙부분이 빨갛다) 홑꽃. 중국산 무궁화의 80% 가량은 겹꽃이긴 하지만 역시 단심계다. 물론 중국산은 수입 당시 검역과정에서 잔뿌리까지 소독`-`세척된 상태로 들어오는데다 열매가 달려 있지 않은 겹꽃의 특성상 묘목 상태에서는 식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묘목들이 가식된 뒤 2, 3개월이 지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부산의 한 무궁화 재배 전문가는 “6월쯤 되면 이미 가식된 중국산 묘목이 흙 속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는데다 7월 이후 꽃이 피면 전문가라 할지라도 재래종과 중국산을 구별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산의 꽃 모양이나 색상이 재래종에 비해 열등한 것은 아니지만 나라꽃마저 수입하였다는 사실은 국가적 망신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 세계에 분포된 200여 종 중 140여종이 국내에 서식할 만큼 무궁화는 명실상부한 우리의 국화(國花)다. 그러나 서울시가 탄생, 입학, 결혼 등 뜻 깊은 날을 맞아 시민들이 식수를 할 수 있도록 운영중인 시민 기념식수 안내센터를 통해 지난 3월까지 접수된 1000여 건의 신청 중 무궁화를 택한 경우는 5% 미만. 이래저래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애국가의 한 구절마저 바뀔까 두려운 식목철이다.



주간동아 2001.04.17 280호 (p44~44)

  •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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