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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덫에 걸린 공적자금

은행지분 매각… 이러다 소탐대실?

예보 출자분 36조원 중 겨우 2조 6천억원만 회수…기업가치 회복 급선무

은행지분 매각… 이러다 소탐대실?

은행지분 매각… 이러다 소탐대실?
이미 120조원 가량 들어간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부실은행에 들어간 정부 지분을 팔아 치우는 방법이다. 금융기관 손실보전을 위해 출연한 금액이나 보험금 지급을 위해 들어간 돈의 경우, 파산재단에 남아 있는 자산을 처분한 뒤 다른 채권자들과 이를 나누어 배당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회수 금액도 적고 회수 비율도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출자 주식을 얼마나 높은 값에 처분하는지가 공적자금 회수 비율을 따지는 관건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기관에 출자 형식으로 지원한 공적자금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35개 금융기관에 모두 36조원 규모. 예보가 투입한 공적자금 총액 82조원의 40%가 넘는 금액이다. 그러나 지난 1월 말 현재 예보가 회수한 12조원대의 공적자금 중 금융기관 출자분을 매각해 회수한 금액은 2조6000억원에 불과해 파산 배당을 받은 금액보다도 훨씬 적다. 주식시장 상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서울은행이나 대한생명과 같은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에 선뜻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 투자자도 없기 때문이다. 반면 IMF(국제통화기금)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들은 정부 소유 은행 민영화가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라며 압박작전을 구사해 오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박승 위원장은 얼마 전 정부 소유 은행 매각과 관련해 “위원회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공적자금 회수가 어렵다면 금융지주회사에 편입시켜 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인 뒤 민영화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공적자금 회수’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예금보험공사가 예금대지급 등으로 인해 사실상 날려버린 돈을 모두 채워넣고 출자 지분 매각을 통해 원금과 이자를 모두 회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투자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대 관련 부실채권이라는 변수까지 감안하면 무조건 매각작업을 서두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충고했다. 예를 들어 1년 후에 어느 정도 클린화를 거쳐 2조원 정도의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지금 1조5000억원이라도 받아 신규 채권을 발행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설명은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할 만한 외국계 투자자들이 많지 않다는 현실론에 근거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소매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데는 시티뱅크나 체이스맨해튼은행, 또는 홍콩상하이은행(HSBC) 정도가 적격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시티뱅크는 주로 지분 참여보다는 외국지점 형태의 직접 진출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다 홍콩상하이은행은 이미 서울은행 매각협상에 참여했다가 포기한 바 있다. 게다가 세계경제를 둘러싼 시장 환경마저 국내 은행 매각에 불리한 방향으로만 돌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외국인들의 주장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증시 상황이 단기간에 좋아지지 않을 바에야 매각 조건을 꼼꼼히 따져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는 일이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것. 금융연구원 손상호 박사는 “제일은행 매각 당시처럼 낮은 가격에라도 팔아치운 뒤 대외신인도를 높여야 할 상황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국민 세금을 축내면서까지 매각 작업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경우도 빨리 회생된 은행은 5∼6년, 늦은 곳은 8∼9년 만에 완전 민영화가 이뤄졌다는 것.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정부 지분 매각작업을 벌이는 정부측 시각도 대체로 신중론에 가까운 편이다. 공적자금 관리위원회 어윤대 매각심사소위원장(고려대 교수)은 “앞으로 4∼5개월 이내에 해외매각 성사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 비록 해외 매각이 어려워진다고 해도 서울은행은 올해부터 400억∼500억원씩 이익이 나기 시작하는 만큼(제일은행처럼) 시간을 다투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공적자금 회수 1호’가 될 가능성이 높은 대한생명 역시 탄탄한 영업망을 기반으로 계약액을 유지해 가고 있다. 또 대한생명의 경우 제3자 매각을 위해서는 상장을 통해 자산가치가 정확히 계산되어야 한다. 상장을 위해서는 주주와 보험 계약자간의 이익 배분 비율도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이같은 조치들이 이루어지지 않아 매각 작업이 추진력을 얻기 힘든 형편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가장 적극적 자세를 보이는 한화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공적자금 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공적자금 추가투입만 결정된 상황에서 특정 기업의 매입설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그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화의 경우 퇴출된 충청은행의 대주주였던데다 한화종금이 퇴출되면서 공적자금을 받았던 전력이 있어 결격사유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 물론 한화측은 이미 공적자금을 메워넣어 면제부를 받았는데 입찰에 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결격사유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지분 매각… 이러다 소탐대실?
한편 정부가 제3자 매각을 독려하기 위해 금융지주회사 편입 방침을 시사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루빨리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 금융지주회사에 또 하나의 짐을 얹어주는 결과만 낳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인지 ‘비용 최소화’인지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제일은행의 경우에도 당장 가격 협상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추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대표적 케이스였다. 제일은행 매각 당시 주간사였던 모건스탠리측은 미래에 발생할 부실채권에 대해 정부와 뉴브리지캐피털이 일정 비율로 분담하는, 이른바 손실분담(loss sharing)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방안을 적용할 경우 당장 매각 가격이 떨어지고 이에 따른 여론의 비난을 우려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국 정부는 뉴브리지캐피털과 맺은 풋백옵션 계약에 따라 부실 여신이 드러날 때마다 이를 되사 주어야 했고, 이로 인한 제일은행의 추가 부실채권 매입을 위해 3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추가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연구원 김우진 박사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우리 은행들이 별로 매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익이나 손실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원매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장치를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국의 공적자금 회수 경험을 보더라도 금융위기 이후 거시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좋아지면서 자산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자산디플레에 따른 금융위기 요인이 상쇄된 것을 볼 수 있다. 또 ‘선(先)매각 후(後)구조조정’이든 ‘구조조정 후 매각’이든 간에 구조조정 이후 기업가치가 좋아져야만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 공적자금을 또다시 축내는 일일 것이다.



주간동아 2001.04.17 280호 (p24~25)

  •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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