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6

2001.03.22

단신… 2인자… 구슬땀으로 일궈낸 ‘MVP’

  • < 김종석/ 동아일보 체육부 기자 kjs0123@donga.com >

    입력2005-02-18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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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신… 2인자… 구슬땀으로 일궈낸 ‘MVP’
    “운동을 그만두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지만 그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뛰었습니다.”

    3월8일 프로농구 2000∼2001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LG세이커스 조성원(30)의 농구 이력은 여느 선수들과는 사뭇 다르다. 큰 키 하나로 명문 학교와 탄탄한 성공의 길을 보장받았던 대부분의 농구 스타들과 달리 홍대부고와 명지대, 아마추어 현대를 거치면서 단 한 번의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했다. 프로에서는 현대를 3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는데도, 1년 후배 이상민에 밀려 항상 2인자에 머물러야 했다. 지난해 8월에는 LG에 트레이드 돼, 팀을 떠나는 비운을 맛보기도 했다.

    한국농구연맹(KBL) 등록 선수 중 단신 랭킹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1m80의 신장이 항상 문제였다. 수비에서 너무 많은 허점을 보인다는 것. 하지만 조성원의 이번 MVP 수상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농구 선수로는 치명적인 ‘늦깎이’와 ‘단신’이라는 두 가지 약점을 남다른 ‘구슬땀’으로 극복한 것. 특히 트레이드 된 선수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농구 코트의 질긴 ‘징크스’까지 날려버렸다.

    “팀을 옮겼기 때문에 부담감이 심했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평소보다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LG에 새롭게 둥지를 마련한 조성원의 올 시즌은 화려했다. 45게임을 모두 뛰며 역대 프로농구 시즌 최다인 3점슛 173개를 터뜨렸고 평균 25.71점으로 국내선수 득점 1위에 올랐다. 자유투 성공률도 85.1%로 단연 최고. 화끈한 공격 농구를 앞세운 LG의 정규리그 2위도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LG=조성원’의 등식이 나올 만했다.



    “이 모두가 팬들과 선후배들이 밀어준 덕분입니다. 솔직히 운도 따랐고요.”

    MVP를 비롯해 개인상 3개를 휩쓸어 4관왕에 등극한 그는 부상으로 받은 상금 450만원을 불우이웃돕기에 쓰기로 결정, 훈훈한 미담을 남겼다. 18개월 된 아들(종민)에게 나중에 해줄 얘기가 생겨 기쁘다는 조성원은 “MVP에 만족하지 않고 플레이오프에서도 팀이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남은 힘을 쏟아붓겠다”며 벌써부터 연습에 몰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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