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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도 국민연금 바닥위기 “어쩌나”

노령화에 경제인구 감소로 급격 고갈…사용자協 은퇴연령 연장 주장에 노조 강력 반발

프랑스도 국민연금 바닥위기 “어쩌나”

프랑스도 국민연금 바닥위기 “어쩌나”
국민연금 제도를 둘러싼 노사정의 갈등으로 프랑스 사회가 떠들썩하다. 프랑스에서는 수년 전부터 현행 국민연금 제도의 실시 재원이 가까운 미래에 바닥나게 될 것이라는 각종 보고서가 발표되었고 이에 따라 고용주 대표단체로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메데프(Medef)는, 지난해 말 은퇴 연령을 65세로 늦출 것을 주장하였다. 사용자측의 65세 은퇴 주장 이후 시작된 노사협의는 일단 지난 2월10일 새벽, 21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타결됐다. 그러나 타결안에 대한 노조 전체 차원의 승인과정에서 5개의 전국단위 노조 가운데 2개의 노조만이 협상대표가 서명한 타결안을 받아들인 상태다. 이에 따라 메데프가 올해 1·4분기 국민연금 재원 분담금을 내지 않겠다고 주장했고 재경부 장관은 즉시 이를 비난하는 등 국민연금을 둘러싼 노사정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프랑스의 연금제도는 1910년 노동자-농민의 60세 은퇴와, 은퇴 이후 연금지급 법안이 마련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현행 제도는 60세 은퇴를 규정하고 있고 은퇴 이후 은퇴 당시 월급의 80∼100%에 해당하는 연금을 사망할 때까지 지급받도록 되어 있다. 60세 이전 조기은퇴도 가능하나 이 경우 연금 수혜액이 줄어든다. 이같은 제도 덕택에 대부분의 국민은 은퇴 후에도 경제적 여유 속에서 자녀들의 경제적 도움 없이 여행을 다니는 등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사용자 단체들, 분담금 납부 버티기

이러한 연금제도에 문제가 생긴 이유는 무엇보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인구의 노령화와 낮은 출산율 탓에 노동시장에 새롭게 편입되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즉, 연금 수혜자와 수혜액은 늘어가는데 젊은 노동인구의 부족으로 월급에서 국민연금기금으로 공제되는 액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낮은 프랑스의 출산율은 이미 19세기부터 지속돼온 현상으로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현 사회당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채택하고 있는 주당 35시간 노동제다. 이전의 주당 38시간 노동제에서 35시간으로 법정 노동시간을 줄이며 신규고용을 촉진해 실업률은 크게 낮추었지만 여기에는 임금을 삭감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결국 기업가들이 결코 지불할 리 없는 감소된 노동시간에 해당하는 임금 지불을 위해 정부는 국민연금 재원의 일부를 차지하며 노사정 협의체가 관리하는 사회복지 기금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아버지 세대들에 비해 국민연금을 위한 공제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생겨난 젊은층의 불만에 대해, 97년 6월 사회당의 조스팽 총리는 “연약해진 은퇴 시스템을 굳건히 하기 전에 세대간의 연대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며 젊은 세대들의 이해를 구한 바 있다.



한편 35시간 노동제 채택 이후 총리의 요청으로 실시한 ‘은퇴와 연금제 실태 조사 보고서’는 일반 기업체의 노동자들에게 해당하는 사적 부문 노동인력들이 지금과 같은 연금 수혜액을 받으려면 현재 40년간의 납입 기간을 42.5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계속해서 조스팽 총리는 2000년 3월에 정부가 사용자인 노동자들, 즉 공무원들의 은퇴기금이 보유한 연금 재원이 20년 내에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하며 일반 기업들보다 연금액 납입기간이 3년 내지 5년이 짧은 공적부문 노동자들의 연금 납입기간을 사적부문과 마찬가지로 4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연구중이라고 언급했다.

현행 은퇴법에 대한 사용자측과 노동자측의 개별적 조사와 연구가 진행된 뒤 지난해 11월 말부터는 고용주 협회인 메데프와 5개의 전국단위 노조단체의 협상이 시작되었다. 이 협상에서 메데프측은 60세 은퇴를 65세로, 즉 40년간의 연금납입액을 45년으로 늘릴 것을 주장했고 노조측은 이를 전면 거부하면서 한 달 만에 협상이 결렬됐다. 사용자측은 65세 은퇴를 노조측이 받아들이기 전에는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일이나 사회적, 경제적 성취보다는 개인적 여가생활과 바캉스를 우선시하는 프랑스인들에게 현재보다 5년을 더 일하라는 것은 전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연말과 연초에 부분적인 파업들이 잇따랐고, 결국 지난 1월25일 5대 전국 노조가 조직한 국민행동의 날에 파리, 마르세유, 리옹, 보르도, 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사적부문 노동자 30만명이 하루 파업을 실시했다. 이 파업은 96년 겨울 우파 정부의 사회복지 후퇴조치에 대항해 한 달여 동안 진행된 전국적 총파업 실시 이후, 그리고 97년 좌파 사회당 정권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파업이었다.

30만명의 파업 이후 다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2월10일 새벽, 노사는 △2002년까지 현행 은퇴 연령 유지 △노동강도가 높은 직종의 60세 이전 조기은퇴 실시 △연금제도 전면 개혁 요구 등의 내용을 골자로 협상안을 타결했다. 그러나 1895년 결성돼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전국노동 총연맹(CGT) 협상대표는 2002년까지의 유보항목이 2002년 이후에는 사용자측의 65세 은퇴 주장을 정당화할 것이라며 협상안을 거부했고, 나머지 4대 전국 노조인 프랑스 민주노동 총연맹(CFDT), 노동자의 힘(FO), 중간 관리직 총연맹(CGC), 프랑스 기독 노동자 총연맹(CFTC) 대표들만이 협상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4대 노조 협상대표의 서명안이 조합원 총회에서 각각 승인받는 과정에서 CFDT와 CFTC만이 협상안을 받아들였고, FO는 협상안의 일부만을 인정했다. 게다가 협상안 서명 자체를 거부한 CGT는 또 한 번의 파업을 촉구하고 있다.

메데프는 이에 맞서 2월 셋째주, 소속 기업들에 국민연금의 올해 1·4분기 분담금을 납부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메데프 소속 일반 기업들이 1·4분기 분담금을 내지 않을 경우 올 4월부터 연금 재원에서 당장 100억∼110억 프랑(한화 1조8000억∼2조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메데프의 분담금 납부 거부 주장에 대해 노조측은 ‘사회적 협박’으로 비난하며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사회당 소속 재경부장관 로랑 파비우스는 메데프의 결정에 대해 ‘놀랍고 충격적인 결정’이라고 언급하면서 “연금 재원에 부족분이 발생한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연금액 납입기간을 늘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조치는 아니다”며 메데프의 65세 은퇴안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 언론이나 정치권은 대체로 연금제도가 2002년까지는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노조나 메데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02년까지 현행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2월10일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2002년 이후인데 2002년은 프랑스에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된 해다. 이번 노사간 합의도 이러한 정치일정을 염두에 둔 것이다.

결국 현행 연금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노사정 모두, 아니 국민 전체가 알고 있으므로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는 이 제도의 개혁방안을 둘러싼 치열한 정책대결의 장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어떤 개혁방안이 가장 합리적인지는 투표권을 가진 국민의 판단에 맡겨질 것이다. 97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주35시간 노동제를 주장한 사회당의 승리 이후 메데프 등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35시간 노동제가 채택된 것처럼, 논란에 휩싸인 연금제도의 실질적 개혁은 2002년 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주간동아 2001.03.15 275호 (p51~52)

  • < 파리=민유기 통신원 YKMIN@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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