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시 2학년으로 연극반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해 운동회에서는 특별히 가장행렬을 맡게 되었다.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복장 변천사를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당시 화랑 역을 맡아 참가했다. 두번째 줄 오른쪽 얼굴이 반쯤 가려진 사람이 바로 나다.
나의 상대역이었던 ‘공주’ 한녀는 벌써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한녀의 곱상한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 당시 우리들은 구경꾼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만 해도 학교 운동회는 온 마을의 행사였으니까…. 멋지게, 좀더 크고 똑똑하게 찍었으면 좋으련만 당시만 해도 사진기가 귀해 이 사진도 학교 행사를 찍는 사진사 아저씨한테 겨우 얻은 것이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