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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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 수가”… 용서 못할 아버지

짐승 같은 친부, 양부가 초등생 자매 상습 性폭행… 충격받아 가출 후 원조교제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02-14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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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이럴 수가”… 용서 못할 아버지
    지난해 12월26일 K양(15·중3·대전)은 4만원을 들고 무작정 서울로 왔다. 가출한 것이다. 그녀는 PC방에서 날밤을 새웠다. 이틀째 되는 날 돈이 떨어졌다. 채팅사이트를 이용해 중년의 남자를 만나 10만원을 벌었다.

    올해 1월18일 0시30분. 그녀는 ‘알바 급구 장난 사절’이라는 제목의 채팅방을 만들어놓고 남자를 기다렸다. 한 대학생이 노크했다. K양은 그의 자취방에서 3일을 함께 보낸 뒤 10만원을 받고 나왔다. 꼬박 한 달간의 서울 생활은 이런 식으로 지나갔다.

    2월13일. 그날도 K양은 밤늦게까지 서울 대현동 PC방에 있었다. 그녀는 경찰의 검문을 받아 서울 서대문경찰서로 갔다. 가출 청소년임을 안 경찰의 추궁…. 곧 원조교제 사실이 들통났다. 전화번호를 남긴 대학생이 붙잡혀 왔다. 경찰은 “왜 가출했냐”고 물었다. 집요한 질문에 그녀는 눈물을 쏟아냈다. 차마 말할 수 없었던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K양은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듯 지난 6년 동안 겪었던 일들을 하나 둘 털어놓았다.

    수년 전 이혼한 K양의 아버지는 지난 96년 초등학교 6학년이던 K양의 언니를 성폭행, K양의 언니는 임신을 하게 됐다. 아이는 미국으로 입양됐다. 1년쯤 지난 뒤 K양의 언니가 머물고 있던 미혼모 보호시설에 갑자기 K양이 찾아왔다. 그러나 동생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언니는 동생의 침묵에서 모든 상황을 알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구속됐다.

    갈 곳이 없었던 두 자매는 97년 12월, 재혼한 어머니 집으로 갔다. 그곳에 온 지 3일째 되는 날부터 K양 자매는 의붓아버지의 ‘성적 노리개’가 되고 말았다. K양은 그때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K양의 언니는 연속되는 충격으로 학교를 그만두었다. K양 자매는 이번엔 사실을 숨겼다.



    막노동을 하는 의붓아버지는 건설경기 침체로 1년째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구청에서 실직자를 위해 마련한 공공근로사업에 나가 근근이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다. 의붓아버지와 어머니는 싸움이 잦았다. K양 자매는 ‘굴러 들어온’ 자신들로 인해 위태롭게만 보이는 어머니의 가정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는 K양에겐 최악의 날이었다. 의붓아버지는 이날도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녀는 의붓아버지의 눈 밖에 나 집에서 쫓겨나는 것을 항상 걱정해왔다. 그러나 이날 그녀는 달라졌다. K양은 ‘얼어죽는 한이 있어도 밖으로 나가자. 집에선 단 하루도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그녀는 가출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김민옥 반장은 “그녀의 가출은 ‘탈선’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것은 ‘피신’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K양은 아버지라는 ‘법적 보호의무자’로부터 씻을 수 없는 공격을 받고 도망쳐 나온 셈이다. 사회도 그녀를 보호해 줄 수 없었다. 돈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서울. 당장 먹을 것, 잘 곳을 해결해야 하는 K양이 정신을 차려 ‘반듯하게’ 사는 것을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원조교제는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15세 소녀가 필연적으로 택할 수밖에 없었던 생존법이었다.

    K양의 의붓아버지는 경찰조사에서 처음엔 두 자매를 성폭행한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두번째 진술에서 그는 K양의 언니에 대해서만 성폭행한 사실을 시인했다. K양의 언니는 K양이 가출하자 그녀가 왜 집을 나갔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K양의 언니는 K양이 한 차례 상담을 받은 적 있던 서울 양재동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전화를 해 자신의 동생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대전의 집으로 돌아간 K양과 K양의 언니는 극도의 노이로제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매스컴의 인터뷰 세례 후 큰 충격을 받았다고 경찰이 전했다. 기자는 K양 자매와 인터뷰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K양과 상담한 적이 있다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오희옥 부장을 찾았다. 오부장은 “K양이 가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K양측에선 자신들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연락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자는 오부장에게 K양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과 함께 그녀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오부장은 “K양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성심 성의껏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00년 성폭력 피해여성 8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중 46명이 친부, 82명이 친족에 의해 성폭행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미성년자. 오부장은 “K양 자매와 같은 피해자가 적지 않다는 이런 조사에 대해 일반인들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 이 단체를 찾는 여성이 매년 20여명에 이른다.

    친부 등 친족에 의한 성폭행은 쉽게 털어놓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정신적으로 더 큰 후유증을 남긴다고 한다. 남성혐오증, 편두통은 기본. 그 생각만 하면 얼어붙어 꼼짝 못하는 여성도 있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자존감이 결여되며 일탈행위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친족에 의한 성폭행은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덮어두고 쉬쉬하는 분위기다. 여부장은 “임신 등 최악의 상황이 되어서야 이런 곳을 찾아온다. 가정으로부터 도피할 수밖에 없는 어린 여성들이 안전하게 쉴 곳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K양은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이렇게 썼다. “아버지를 다시 만나기가 겁납니다. 밥 사먹을 돈이 필요해 원조교제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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