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2

2001.02.22

국제미아 ‘탈북자’ 1년간 한국 품에

  •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

    입력2005-03-21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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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미아 ‘탈북자’ 1년간 한국 품에
    ‘당분간’은 안심할 수 있게 됐다.

    지난 88년 탈북 후 북한당국의 추적을 피해 중국, 베트남, 한국과 일본을 떠돌아야 했던 ‘국제 미아’ 김용화씨(47). 그가 2월5일 김포공항을 통해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함경남도 단천에서 철도국 직원으로 근무하던 김씨는 열차사고의 책임을 둘러싸고 상사와 다툰 뒤 문책이 두려워 압록강을 건넜다. 그 후 그는 95년 6월 서해를 통해 한국으로 밀입국했지만 검문 통과를 위해 지니고 있던 위조한 중국 거민증 때문에 정부로부터 귀순자 인정을 받지 못해 당시 국내 언론으로부터 ‘불운의 망명자’로 불렸다. 재판을 통한 국적 취득마저 어려워보이자 그는 결국 98년 일본으로 밀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난민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었던 건 마찬가지. 2년간 후쿠오카 외국인수용소에 수용된 그는 건강 악화로 지난해 4월에야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가석방됐다. 이번 입국은 다시 중국으로 재송환될 위기에 처한 그에게 우리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1년간의 한시적 체류를 허용해 이뤄진 것. 그러나 ‘김씨는 탈북자가 아니다’는 당국의 공식 입장은 변경된 바 없다.

    잇따른 추적과 추방 위협, 밀항…. 탈북 후 그가 목숨을 걸고 넘긴 고비만 여덟 번. 가장 마음 아픈 건 이 과정에서 만난 수미동지회(중국 내 탈북자 모임)의 다른 동료들 소식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바다에서 죽었겠지요. 정식으로 들어올 수 있는 루트가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간절한 것은 내가 묻힐 수 있는 땅 한 조각입니다. 죽어서도 이국을 떠돌 운명이라면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13년 만에 비로소 그리던 한국땅에서 ‘합법적’으로 살게 된 기쁨과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김씨의 얼굴에 복잡하게 얽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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