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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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父子의 情’ 가슴이 뭉클

  • < 신을진 기자 happyend@donga.com >

    입력2005-03-21 1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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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한 ‘父子의 情’ 가슴이 뭉클
    ‘…세상사에 시달려가며 자꾸 흐려지는 내 눈을 보면/ 이미 지나버린 나의 어린 시절 꿈이 생각나…‘ 가수 박지윤이 리메이크하면서 다시 인기를 얻었던 가요 ‘하늘색 꿈’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간직하고 있을 어린 시절의 푸르른 꿈을 노래하고 있다.

    “나, 돌아갈래!” 철로 위에서 절규하던 영화 ‘박하사탕’의 영호처럼, 사람들에겐 각자 돌아가고픈 시절이 있을 것이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처럼 남루한 삶이 아닌, 햇빛 찬란한 인생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전투기 조종사를 꿈꾸고 발레리나를 꿈꾸던 맑은 눈빛의 소년 소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무척 실망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충고할지도 모른다. “그깟 일 좀 줄이고, 더 재밌게 살아보는 게 어때?”

    진한 ‘父子의 情’ 가슴이 뭉클
    여기 ‘마흔 살의 나’와 ‘여덟 살의 나’가 만났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꿈의 공장 할리우드의 상상력에 무슨 불가능이 있을라고. 그러나 둘의 만남은 동화처럼 따뜻하진 않다. 며칠 후면 마흔 살이 되는 남자는 지긋지긋해서 지워버리고만 싶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꼬마의 존재가 당혹스럽고, 꼬마는 아내도 없고 강아지도 키우지 않는 32년 뒤의 자신의 모습이 실망스럽기만 하다.

    유명인들의 이미지를 관리해주는 이미지 컨설턴트로 꽤 성공한 인물인 러스 듀리츠(브루스 윌리스) 앞에 어느날 불쑥 나타난 꼬마 러스티. 두 사람은 말투나 버릇, 흉터까지 똑같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한 집에서 지내면서 견원지간처럼 으르렁대던 두 사람은 생일을 며칠 앞두고 과거의 추억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32년 전 초등학교 시절의 놀이터. 그날은 러스에게 있어 뼈아픈 추억을 안겨준 날이었다. 어린 러스티는 32년 간 아버지의 비난을 악몽처럼 간직하며 어두운 심정으로 살아왔다. 러스는 러스티에 의해 재현되는 과거의 장면을 지켜보면서 아버지의 상처를 이해하고 비로소 마음을 열게 된다.

    할리우드 영화 ‘키드’가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부자간의 화해를 이뤄냈다면, 영국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고달픈 현실과 역경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껴안는 과정을 눈물겹게 그리고 있다.



    진한 ‘父子의 情’ 가슴이 뭉클
    1980년대 대처 정부의 광산 구조조정 여파로 탄광노동조합의 파업시위가 한창이던 영국의 탄광촌. 가난한 이곳에서 파업시위에 열성인 아버지와 형, 그리고 치매증세가 있는 할머니와 살고 있는 소년 빌리는 사내답게 크길 바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권투를 배우러 체육관에 나가지만, 체육관 한 귀퉁이에서 실시되는 발레수업에 참여하면서 순식간에 발레에 매료돼 버린다.

    “사내녀석이 발레라니…” 아버지와 형은 빌리를 집안의 수치로 생각하고, 친구들은 ‘게이’라며 놀려댄다. 아내의 유품인 피아노마저 도끼로 패 땔감을 만들 정도로 물질적-정신적으로 궁핍한 이곳에서 빌리가 발레리노의 꿈을 키워가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성탄절, 빌리는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춤에 대한 열망을 온몸으로 표현해내고 예술에 문외한인 아버지도 아들의 진실한 열정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아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평생을 지켜온 신념과 자존심을 꺾는 아버지의 모습은 눈물겨운 감동을 자아낸다.

    높은 작품성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면서 올해 아카데미상의 강력한 후보로 떠오른 작품. 이 영화의 감독 스티븐 달드리는 런던의 연극연출가 출신으로 이 작품을 통해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키드’와 ‘빌리 엘리어트’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보면 더 좋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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