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8

2001.01.18

정치와 종교의 고리를 끊어라

선거때 몰표 주고 이권 챙기기 은밀한 관행 … 새로운 관계 재정립 없이는 개혁 어려워

  • 입력2005-03-09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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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와 종교의 고리를 끊어라
    정치권력 입장에서는 종교를 원격 조종하고 싶어하고 종교는 교세를 키우는 수단으로 권력과 일정한 관계를 맺으려는 경향이 있다.”

    한국종교연구회 회원인 서울대 강사 이진구씨의 진단이다.

    이런 지적처럼 일부 학자들과 종교계 인사들은 “종교계의 각종 문제점 가운데는 정치권력으로 인해 파생된 것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의 말대로 ‘정치승’ ‘정치목사’ ‘교회정치가’라는 용어가 종교계에 나도는 것 자체가 정치권력과 종교계의 왜곡된 현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종교계와 정치권력의 관계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권종(權宗) 유착’이라는 말까지 사용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11월4일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는 ‘한국불교단체총연합회 제5대 회장 취임식’이 있었다.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룬 이날 행사에서 회장에 취임한 사람은 주택보증기금 상임감사로 있는 김기석씨. 불교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 아닌 김감사는 야당 시절 김대중 대통령 특보를 지내고 현재 민주당 직능위 부위원장으로 있는 ‘정치인’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모든 불교단체를 초종파적이고 범불교적으로 재결집해 훌륭한 신행단체로 만들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종교계 문제점 정치권력서 상당수 책임



    정치와 종교의 고리를 끊어라
    그러나 불교계의 눈길은 곱지 않다.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의 회장 취임식에는 민주당의 한 부총재가 참석해 축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이 단체는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에 민주계 김명윤 전 의원이 회장을 맡는 등 정치권과 남다른 관계를 맺어왔다. 때문에 김감사의 회장 취임을 정치와 관련지어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이 단체는 중앙회관 건립 등을 목표로 잡고 3월쯤 ‘나라를 위한 호국법회’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김종찬씨의 지적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최근에는 행태가 좀 달라졌지만 오랜 기간 정부의 종교정책 담당자들이 종단 대표들과 은밀한 거래를 즐기는 관행이 있었다. 대개 정부의 관제행사를 종교계가 대행해 주고 선거 때 표를 몰아주도록 종단 대표들이 앞장서는 것이다. 이때 종단은 각종 재산권 관련 이권을 챙기게 되며, 이를 중개하는 승려들은 중간에서 개인 이권을 챙기기도 한다.”

    재가연대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불교계가 정치자금의 세탁소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교부금 등을 매개로 일부 정치승들이 정치권과 막후 거래를 한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박물관 등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정치권 실력자를 끼고 거액의 교부금을 타내 실제로는 불교회관 등을 짓는 식이다.

    불교계에는 국립공원관리법 문화재보호법 전통사찰보존법 등 각종 법적인 규제가 많아 ‘민원 해결’을 위해 정치권 인사들과 유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독시민사회연대 박천응 집행위원장은 “개신교인들이 대거 정치권에 진입하면서 정치권과 발을 나란히하고 있다. ‘우리 교회에 다니는 장관이 몇 명’이라는 식으로 자랑하며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 교세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부 성직자들이 정치권력과 손을 잡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위원장은 ‘정치목사’라는 표현을 썼다.

    선한용 전 감리교신학대학 교수의 지적은 좀더 직설적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도 있지만 언제나 여당 쪽에만 서온 교회 지도자들도 있다”는 것. 그는 “건물 신축 등에서 혜택을 받는다든지 심지어 인사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김영삼 정부 당시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민주계 인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목사들의 경우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사 청탁이나 민원 해결 등의 요청을 받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부 인사들은 “정권의 부침에 따라 종교계 내부의 세력판도가 달라지는 경우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불교신문’은 2000년 3월 창간 40주년을 맞아 당시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던 인사 100명의 종교를 분석한 적이 있다. 결과는 개신교 42명, 가톨릭 20명, 불교 9명, 무종교 26명으로 나타났다. 종교학자인 이진구 서울대 강사는 “이승만 대통령 시절부터 개신교는 한국 사회의 주류집단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2000, 한국의 대형 교회들’이란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MBC 최승호 PD는 “일부 개신교 보수교단의 경우 권력과 공생관계를 유지해왔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종교학자인 한신대 강사 조현범씨는 “정치권력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모델을 정립해야 종교개혁운동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종찬 전 불교신문 편집국장도 “정치권력과 종교계의 관계가 재정립되지 않고서는 종교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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