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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위성 발사한다고?

美 시론치社 99년 최초 성공 이어 현재 주문만 17건 … 육상 비해 안전성 월등, 보험료도 싸

바다에서 위성 발사한다고?

바다에서 위성 발사한다고?
한때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상징한 말로 회자되던 ‘하면 된다’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는 ‘발상의 전환’으로 ‘하면 된다’를 이뤄가는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지구상에는 두 종류의 위성이 떠 있다. 하나는 ‘정지위성’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 주위를 빠르게 돌아가는 ‘이동위성’이다. 정지위성이란 지구상(예를 들어 한국)에서 봤을 때 항상 같은 자리(한국 상공)에 떠 있는 위성이다. 정지위성은 대개 방송과 통신용으로 쓰인다. 한국에서 방송과 통신용으로 사용될 위성이라면, 지구 자전에 맞춰 지구 주위를 돌아야 항상 한반도 상공에 떠 있을 수 있다. 정지위성이 지구 자전과 똑같이 지구를 돌기 위해서는 적도 직(直)상공에 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위성의 대표가 한국통신이 보유한 무궁화위성이다.

정지위성이 적도 직상공에서 지구 자전에 맞춰 동쪽으로 도는 반면 이동위성은 지구의 남-북극을 지나며 빠르게 남북으로 도는 위성이다. 지구의(地球儀)를 보면 남극과 북극을 정점으로 동경 135도니 서경 154도니 하는 수많은 ‘경도선’(經度線)이 그어져 있다. 이동위성이 남-북극을 지나며 뺑뺑 도는 사이 지구는 계속해서 자전하므로, 이동위성은 경도선 같은 궤적을 그리며 지구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이동위성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측정하는 관측위성(또는 과학위성)이나 군사 사진을 촬영하는 첩보위성으로 사용된다.

美·佛 로켓발사사업 치열한 각축

바다에서 위성 발사한다고?
이동위성은 남-북극을 지나므로,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 발사해도 된다. 그러나 정지위성은 적도 부근에서 발사해야 궤도 진입 확률이 높아진다. 적도가 아닌 곳에서 발사하면, 발사 후 적도 직상공까지 또 비행해야 하므로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로켓을 제작할 수 있는 나라는 여럿이지만, 상업적인 면에서도 성공한 나라로는 미국과 프랑스가 꼽힌다. 후발국인 프랑스가 로켓 발사 사업에 성공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째, 대부분의 로켓은 한 개 위성만 싣고 발사되는데 반해 프랑스의 아리안 로켓은 두 개의 위성을 싣고 발사된다. 두번째로는 로켓 발사지점을 꼽을 수 있다. 프랑스는 남미대륙에 ‘기아나’라는 식민지를 갖고 있는데, 기아나는 적도에서 아주 가까운 북위 5도쯤에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 재벌인 보잉은 지난 98년 전투기 제작사로 유명한 맥도널더글러스를 합병할 때까지는 로켓 분야에 진출하지 못했다(맥도널더글러스는 델타 로켓을 발사하는 자회사를 갖고 있었다). 90년대 들어 로켓 발사 분야에 진출해야겠다고 판단한 보잉은 구소련 국가들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지금도 로켓 1, 2, 3단을 연결하는 최종 조립은 수직 발사대에서 한다. 그러나 구소련 국가들은 수평으로 놓고 최종 조립한다. 수평조립은 수직조립에 비해 어렵지만 경제적으로는 훨씬 더 효과적이다.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제니트’라는 로켓의 1, 2단을 만들 수 있었다. 러시아는 이 로켓에 맞는 3단 부분을 만드는데, 3단 부분에 위성이 탑재된다. 보잉은 이 회사들을 끌어들이기로 한 것이다.

로켓 제작은 각 나라에서 최고 비밀이다. 때문에 보잉은 비밀을 지키도록 로켓 1, 2단은 우크라이나에서, 3단은 러시아에서 제작해 미국의 롱비치 항으로 보내도록 했다.

두번째로 보잉은 이 로켓을 지상이 아니라 적도 부근의 바다에서 발사한다는 기상천외한 개념을 세웠다. 서경 154도쯤 되는 하와이 남쪽 적도상에는 미국 식민지인 크리스마스 섬이 있다. 이곳 바다는 잔잔하고 날씨 또한 더없이 좋다는데 주목한 것이다. 보잉은 화물선과 석유시추선을 보유한 노르웨이의 선박회사를 끌어들였다. 제니트 로켓 1, 2, 3단은 롱비치 항에서 화물선에 실려 크리스마스 섬 부근으로 가면서 배 안에서 우크라이나 기술자들에 의해 수평조립된다.

조립은 화물선이 크리스마스 섬 근처에 도착할 무렵 완료된다. 그러면 이 로켓을 화물선을 따라온 시추선에 옮겨 수직발사대에 세우고, 모든 기술자들은 화물선을 타고 안전 거리 밖으로 철수해 시추선에 세워진 제니트 로켓을 원격 발사하는 것이다(시추선은 원래 초대형 태풍을 맞아도 쓰러지지 않도록 만들어진다. 때문에 로켓이 내뿜는 엄청난 폭발력을 견딜 수 있다).

1995년 보잉은 이러한 개념 위에 ‘시론치’(Sea Launch·해상발사)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노르웨이가 제공한 화물선은 제니트 로켓을 최종 조립할 수 있도록 개조되고, 제니트를 원격조종할 수 있는 통제소가 만들어졌다. 또 4개국 기술자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호텔 시설을 만들고 이 배를 ‘커맨더(사령관)호’로 명명했다. 시추선에서는 시추시설을 제거하고 수직발사대 등을 설치했다. 제니트가 발사될 때 나오는 엄청난 화염에 견딜 수 있도록 갑판을 특별히 보강했다. 시론치사는 이 시추선을 ‘오디세이’(Odyssey)로 명명했다.

해상 발사는 육상 발사에 비해 훨씬 더 안전하다. 만에 하나 발사 직후 로켓이 폭발하더라도 잔해는 바다에 떨어지므로 피해가 적다. 당연히 보험료가 싸질 수밖에 없다. 99년 5월27일 시론치 사는 4500kg짜리 시범용 위성을 실은 제니트 로켓을 발사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해상 로켓 발사시대를 열었다. 시험발사 성공 사실이 알려지자 위성방송회사와 통신회사에서 줄줄이 위성 발사를 의뢰했다. 지난해 시론치사는 5건의 위성을 해상 발사하고, 현재 17건의 주문을 받아놓고 있다.

시론치의 성공은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현재 한국은 항공우주연구소가 중심이 돼 독자적으로 로켓을 개발하려고 하는데, 한번쯤은 구소련의 기술 이용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육지는 아무리 작은 섬일지라도 모두 임자가 있지만, 바다에는 주인 없는 공해(公海)가 많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성공 확률이 높은 적도 부근 공해상에서 구소련의 기술을 이용한 한국 로켓을 발사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하면 된다’는 근성을 되살려보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주간동아 2001.01.18 268호 (p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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