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6

2001.01.04

‘작품성+재미’ 日·佛 흥행 대작이 왔다

  • 입력2005-03-04 1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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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성+재미’ 日·佛 흥행 대작이 왔다
    해마다 연말이면 극장가에는 으레 방학을 맞은 어린이 관객을 겨냥해 한두 편의 애니메이션이 개봉을 하곤 했다. 하지만 올 겨울 극장가는 ‘애니메이션 잔치’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등장했다. 이미 ‘인랑’과 ‘치킨 런’ ‘포켓 몬스터’ 등이 개봉했고, 30일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프랑스 애니메이션 ‘키리쿠와 마녀’가 개봉한다. 이 두 작품은 각각 일본과 프랑스에서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바람계곡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84년 작품. ‘일본 애니메이션의 천황’으로도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국내에도 적잖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그가 ‘스튜디오 지브리’를 세우기 전에 만든 초기 작품. 그전까지 ‘작품성은 있는데 상업적 흥행성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미야자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원령공주’까지 이어진 흥행신화를 이루었다.

    ‘바람계곡의…’는 상업적 성공 외에 미야자키 감독이 평생을 통해 추구해온 메시지인 자연친화사상의 시발점이 되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에서 발달된 과학과 기술은 삶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악용되는 도구로 묘사된다. 특히 군국주의와 기술만능주의에 대해, 냉소주의를 넘어선 강한 적대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대학시절 좌파 학생운동의 일원이었고 도에이 동화 시절에도 열성노조원이었던 미야자키 감독의 전력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 평자는 그의 작품에 대해 ‘현실도피적인 아나키즘’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아이들과 편하게 보기에는 만만치 않은 사상적 배경이 깔려 있지만, ‘그림 즐기기’ 측면에서도 이 영화는 볼 만하다. 정교하게 계산된 액션, 특히 그의 전매특허로 꼽히는 비행신은 이 작품이 17년 전 작품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게 한다. 미야자키 감독과 환상의 콤비로 불리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도 중요 감상 포인트의 하나.

    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프랑스 애니메이션 ‘키리쿠와 마녀’ 역시 자연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강조한 점에서는 ‘바람계곡의…’와 일맥상통한다. 프랑스에서는 98년 12월에 개봉해 현재도 상영을 계속하며 500만이란 관객을 동원한 흥행 대작이다.



    아프리카의 전래 동화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감독 미셸 오셀로가 유년기 시절 아프리카 기니에서 지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미국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친숙한 관객들에게는 그림이나 화법이 무척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장면 장면이 한 폭의 그림 같은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눈과 귀를 통해 전해오는 이국적인 풍광이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라는 배경이 지닌 원시성과 자연의 싱그러움, 그 속에 배어 있는 원초적 생명력을 절묘하게 살리고 있다. 황토색 마을과 에메랄드빛 숲, 초록빛 강물 등 오셀로 감독이 되살린 영상은 프랑스의 화가 루소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음악 역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 출신 음악가 우쑤 느드르가 맡아 전통 아프리카 악기만을 이용해 원시적인 선율을 들려주고 있다.

    소재는 다르지만 두 작품이 추구하는 메시지는 묘하게도 하나로 통한다. ‘자연과 삶에 오만하지 않은 인간.’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이나 노리는 심심풀이 오락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편견이나 선입견을 바꾸는 의미에서라도 이 작품들을 감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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