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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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네가 제일 멋있다고 말해주자’ 外

  • 입력2005-06-10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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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펴들고 울다가 웃었다. 어려서 엄마를 잃은 승일이의 시 ‘단풍’을 읽다 눈시울을 적셨고, ‘영감불알’ 선생님 이야기는 배꼽을 잡는다. 학교붕괴라는 살벌한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는 요즘, 이렇게 아름다운 교단일기가 있다는 게 희망을 준다. 충남 목천중학교 국어교사인 저자가 시골학교의 살냄새나는 풍격을 담백한 문체 속에 담아냈다.

    최은숙 지음/ 문학동네 펴냄/ 248쪽/ 7500원

    ◇ 오노레 도미에

    파리 오르세 미술관을 들어서자마자 바로 왼쪽에 도미에의 방이 있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미에는 만화, 유화, 소묘, 조각에 두루 능한 19세기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만화’에서 잘 드러나는데, 두 번의 국왕 체제와 한 번의 황제 체제, 그리고 두 번의 공화국 체제를 겪으면서 오로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세태풍자만화로 그려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도미에 평전이다.

    박홍규 지음/ 소나무 펴냄/ 256쪽/ 1만2000원



    ◇ 우리 농작물 백가지

    농촌에서 자라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을 이제 책을 펼쳐놓고 따로 배워야 하는 게 서글프지만 쌀과 보리도 구분 못하는 도시내기들에게 더없이 고마운 책이다. 귀농을 꿈꾸거나 작은 텃밭이라도 가꿔볼 생각이라면 스물일곱 가지 우리 농작물에 담긴, 스물 다섯 편의 맛깔스러운 이야기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철수 지음/ 이원규 사진/ 현암사 펴냄/ 320쪽/ 1만5000원

    ◇ 시간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가

    31개국을 다니며 시간 문화를 연구해온 저자는 각각의 장소마다 독특한 시간관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장소의 사회심리학’에 몰두한다. 그는 빠른 걸음, 빠른 일처리, 공공장소에 놓인 시계의 정확도 등을 통해 31개국 사람들의 삶의 속도에 순위를 매겼는데 1위는 스위스, 31위는 멕시코였고 한국은 미국 캐나다에 이어 18위.

    로버트 레빈 지음/ 이상돈 옮김/ 황금가지 펴냄/ 308쪽/ 1만원

    ◇ 리베로를 꿈꾸는 비평

    저자에게는 어느새 문학평론가보다 문화평론가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그의 비평 대상은 닫힌 문학공간을 거부하고 미국에서 간첩으로, 경마장에서 팬터지로 넘나든다. 비평의 운명은 비평 대상의 소재, 방법, 영역 등을 항상 새롭게 사유하고 새롭게 섞어 보는 일이라고 정의한 만큼 정해진 포지션이 없는 리베로를 자처하며 문화를 분석하는 일에 몰두한다.

    이성욱 지음/ 문화과학사 펴냄/ 238쪽/ 8000원

    ◇ 고슴도치

    대인기피증, 피해의식, 자폐증, 자기혐오감 따위에 사로잡혀 있는 고슴도치 인간. 저자는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인물을 설정해놓고 이런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추적하는 기분으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고슴도치는 도처에 있다. 이혼 후 여섯 살짜리 딸을 기르며 사는 화가 헌제를 주인공으로 헌칠한 외모에 자신만만한 세진과 노처녀 수영강사 명신이 엮어가는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우리 사는 실제 모습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위기철 지음/ 청년사 펴냄/ 312쪽/ 7500원

    ◇ 외인부대원 꼬레앙 1·2

    다큐멘터리작가로 유명한 저자가 5년 간의 현지 취재 끝에 쓴 첫 장편소설. 프랑스 외인부대에는 한국인 80여명이 복무중이며 이들은 135개국에서 모인 용병 중에서도 세계 최강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은 외인부대의 전설적인 한국인 사병 2명을 모델로 해 쓰였다. 전투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양관식 일병은 사람을 죽인 전력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11년째 복무중이며 한국에서 해병대를 나온 후 외인부대에 온 강우혁 신병과 단짝이 된다.

    홍하상 지음/ 창해 펴냄/ 각 336쪽/ 각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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