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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젊은 평론가들이 본 ‘하위문화’

지배문화에 대한 저항인가 공모인가

지배문화에 대한 저항인가 공모인가

제호만 빼고 모두 ‘바꿔 바꿔‘를 외치던 계간지 ‘문학과 사회’ 가 겨울호(52호) 특집으로 ‘하위문화’를 다뤘다. 지난 가을 혁신호를 내기에 앞서 30대 평론가들로 새롭게 진용을 짠 뒤 앞으로 디지털, 이미지, 하위문화 등 관심의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셈이다.

기성세대에게는 ‘쓰레기’로 취급당하는 하위문화의 정체성과 사회적 의미를 밝히기 위해 정준영 최성실 김동식 세 명의 필자가 나섰다. 정준영씨는 ‘하위문화·스타일·저항’이라는 글에서 “하위문화의 정체성은 처음부터 완결된 형태로 존재하기보다 지배문화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형성되어가는 성질을 지녔다”고 했다. ‘저항’이라는 하위문화의 기본 속성은 늘 지배문화를 위협하며, 다양한 하위문화를 한데 엮어 지배문화에 대한 통합적 저항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성실씨는 ‘하위문화와 새로운 문학적 글쓰기’에서 ‘서태지’를 예로 들며, 하위문화의 가능성과 함께 거대 자본의 논리에 취약한 속성을 지적한다. 즉 신세대라는 청년문화-하위문화의 주체에 의해 등장한 서태지가 컴백하면서 400만원짜리 레게머리와 단지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하드코어적 음악을 들고 나왔다는 사실은, 하위문화 자체가 얼마나 지배문화 속으로 편입되기 쉬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어쨌든 하위문화는 기성문화 속에 은폐되고 감추어진 갈등을 밖으로 끄집어내 표현하며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피지배문화’의 속성을 갖는다. 최성실씨는 성기완(시집 ‘쇼핑 갔다 오십니까’), 백민석(전자소설 ‘러셔’), 이영수(SF소설 ‘면세구역’), 박청호(소설 ‘갱스터 무비’), 김종광(소설 ‘경찰서여 안녕’) 등을 텍스트삼아 하위문화적 글쓰기가 획일적인 이데올로기, 남성중심적 문화양식들을 해체하는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위문화 만유기(漫遊記)’를 쓴 김동식씨는 90년대 이후 하위문화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를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의 확산으로부터 찾는다. PC와 인터넷은 90년 이후 하위문화를 역동적으로 분출하게 만든 전자 자궁이며 테크놀로지적인 요람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90년대 이후 한국의 하위문화는 양식(장르)의 분류학이 아닌, 매체의 존재론에 근거하며 공(公)과 사(私), 지배-피지배, 노동과 놀이, 억압과 저항 등 전통사회의 대립구조가 현저하게 약화되거나 중화된 탈문화적 공간을 창출했다고 분석했다.



주간동아 2000.12.07 262호 (p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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