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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즐겁다

라틴어 배우듯 영어 배우다니…

라틴어 배우듯 영어 배우다니…

라틴어 배우듯 영어 배우다니…
외국어 학습의 역사는 인류 역사와 함께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고대 바빌로니아, 이집트, 로마시대에도 외국어학습을 많이 했었다. 그 당시 특별한 교수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외국에서 잡아온 노예들 중 학식이 있는 자들로 하여금 귀족 자녀들을 시중들게 하면서 마치 어린 아기에게 말을 가르치듯이 한 마디 한 마디씩 가르치는 식이었다. 굳이 교수법이라고 이름을 붙이자면 ‘자연식 교수법’(Natural Method)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Native Speaker가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방식’은 15세기까지 계속되었는데, 그 당시 가장 많이 배우던 언어는, 당시 유럽사회에서 ‘공통어’(lingua franca)로 쓰인 라틴어였다. 그러다가 르네상스 말기인 16세기 후반에 들어서자 라틴어는 ‘국제적인 공통어’로서의 힘을 잃고, 학교에서 ‘고전’으로만 가르치게 되었다.

그로부터 19세기 말까지 라틴어는 유럽학교의 교과목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일이 별로 없는 고전이었던 만큼 말을 통한 의사소통 연습보다는 문법규칙을 외우고 옛 글들을 문법적으로 따지고 분석하는 것이 주된 학습내용이 되었다. 그 당시의 교육개념은 ‘까다로운 라틴어 문법을 외우고, 어려운 문장들을 문법에 맞춰서 분석-번역하는 공부 자체가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발달시킨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옛날 조선시대 학생들이 한문으로 쓰인 ‘사서삼경’등의 고전을 공부한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수업내용과 방법을 보면, 먼저 교재에 나와 있는 새로운 단어들을 암기한 다음, 도표로 그려진 문법규칙을 선생이 설명하고, 그 문법사항에 관한 예문들을 공부한다. 그리고는 로마시대의 영웅 카이사르나 키케로의 연설문, 버길의 난해한 시 등을 한 단어씩 따져가며 문법을 분석하고, 차근차근 번역을 해나간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행해지고 있는 그 ‘고약한 영어교육’방식이 어디로부터 유래한 것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중에 ‘문법 번역식 교수법’(Grammar Translation Method)이라고 이름붙여진 방식이다.



이렇게 시작된 라틴어 교육방식은 다른 외국어 교육에도 그대로 쓰여 “몇 년씩 배워도 말 한 마디 못하는 쓸모없는 교육방식”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20세기 중반에 새로운 교수법이 등장할 때까지 서방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던 외국어 교수법이 되었다. 이 방법이 전세계적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던 이유는 첫째, 유창하지 않아도 문법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가르칠 수 있고 둘째, 따라서 실력이 부족한 교사도 학생들에게 권위를 세우기가 쉽고 셋째, 시험을 통해서 학습평가를 하기가 쉽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실제적인 의사소통능력을 키워주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19세기 중엽부터 이에 불만을 품은 외국어 교사들이 새로운 외국어 학습법들을 개별적으로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다음 시간에는 그 새로운 방법들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주간동아 2000.11.30 261호 (p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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