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1

2000.11.30

한·불 예술인 힘 모아 다시 문 연 역사의 장

  • 입력2005-06-01 11:3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80년대 한국미술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 서울미술관이 최근 재개관했다. 81년 문을 열어 98년 휴관에 들어갈 때까지 이곳에서 열렸던 전시들은 하나같이 미술사적 뜻과 파장이 컸던 ‘사건’들이었다. 한국 최초의 사설미술관 1호,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현대미술과 작가들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곳, 80년대 민중미술 1세대 작가들이 제 목소리를 처음 낸 전시장 등 서울미술관은 우리 미술사에 독특하면서도 의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재정난으로 97년 말 전시 활동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경매에 부쳐졌다.

    2년 동안 문을 닫았던 서울미술관이 최근 재개관할 수 있게 된 데는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으면서 한국과 프랑스간 문화교류 활동에 기여한 서울미술관에 문화훈장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 계기가 됐다. 폐관 위기를 맞은 서울미술관을 돕기 위해 그동안 서명운동을 벌여온 한국과 프랑스 예술가들과 문화인들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서울미술관을 세운 임세택씨는 부인 강명희씨와 함께 프랑스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한 화가. 오윤씨 등과 함께 70년대 초 사회비판적 성격이 강한 ‘현실과 동인’ 멤버로 활동했던 임씨는 귀국 후 전후 유럽 미술을 소개하는 굵직한 전시회들을 기획했고 민중미술 화가들의 후원자 역할을 했다. 당시 무명이던 신학철씨를 발탁하고 ‘현실과 발언’ 동인인 임옥상`-`민정기씨 개인전, 평론가들이 추천해 조직한 ‘오늘의 작가전’과 매해 주목받은 작가들을 키워낸 ‘문제작가 작품전’이 열린 곳도 서울미술관이었다.

    서울미술관을 살리자는 여론은 프랑스에서 먼저 일었다. 프랑스의 예술가들은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미술관을 살릴 방안을 찾아달라”고 탄원했다. 탄원서에는 세계적 화가인 보테로와 아로요 등 100여명이 서명했고 한국의 화가 예술인들도 “서울미술관을 살려야 한다”는 탄원서를 정부와 언론기관에 보내며 미술관 살리기 운동에 동참했다.

    현재는 경매가 연기된 채 문화관광부와 서울시가 나서 미술관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 재개관에 따라 이 미술관에서는 피카소 판화를 비롯해 뒤샹, 아르망 등 프랑스 작가와 한국의 권순철 민정기 임세택 오윤 임옥상 등의 작품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12월31일까지(문의:02-379-4117).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