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1

2000.11.30

혁신적 ‘게임 룰’이 성패 가른다

  • 입력2005-05-31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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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적 ‘게임 룰’이 성패 가른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는 후발기업보다 선발기업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즉, 시장에 먼저 진출해서 자금이나 인재는 물론 충성 고객을 선점함으로써 단기간에 후발기업과의 격차를 벌려놓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포털 업체인 라이코스는 경쟁사인 야후에 비해 불과 3개월 늦게 시장에 진출했지만, 시가 총액(11월3일 기준)은 46억달러로 370억달러인 야후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야후가 이처럼 월등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우수한 검색 기술이나 쉬운 브랜드명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시장에 빨리 진출해서 고객을 선점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업체 중에서도 무료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이나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 등은 확고부동한 1위 자리를 차지한 선발 기업들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후발기업은 영원히 선발 기업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일까.

    인터넷 비즈니스 후발기업도 1위 따라잡기 가능

    최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터넷 서점 시장의 예를 들어보자. 현재 온라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예스24, 와우북, 알라딘 등은 오프라인의 강자인 교보문고나 종로서적보다 온라인 사업을 늦게 시작한 후발기업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저렴한 가격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선발 기업들을 이미 따라잡았으며 도서 정가제의 논란 속에서도 자신의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사실 인터넷 비즈니스만큼 진입 장벽이 낮은 사업도 드물다. 대규모 투자나 설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정부 규제도 없으니,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과 인원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는 후발기업들이 선발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전략을 모방하는 것이 수월하다. 물론 특허나 법률제도가 어느 정도 자신의 모델이나 기술을 보호할 수 있지만 실제 경쟁에서는 후발 기업들의 모방을 억제할 만큼 효과적 수단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 사업은 진입 장벽이 낮고 경쟁사들의 모방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에 후발 기업에 유리한 측면도 있는 것이다. 후발 기업의 성공적인 전략은 크게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선발기업들이 구축해 놓은 비즈니스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버림으로써 성공한 유형이다. 선발 커뮤니티 업체들이 주로 연령이나 관심사 등을 기준으로 특색 없는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을 때, 아이러브스쿨(Iloveschool)은 ‘동창회’를 새로운 커뮤니티 개념으로 도입함으로써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기존의 선발 채팅 업체들이 10∼20대 위주의 채팅 서비스에 열중하고 있을 때, 세이클럽(Sayclub)은 채팅보다는 문화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사업을 재정의함으로써 고객의 연령층을 확대하고 채팅의 부정적 이미지도 극복할 수 있었다. 둘째,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해 빠른 시간 내에 선발기업을 따라잡은 유형이다. 문장을 활용하는 새로운 검색 엔진을 개발한 엠파스(Empas)나 네트워크 경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셀피아(Sellpia)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끝으로 독특한 마케팅, 홍보 전략이나 선발 기업의 약점을 활용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선발 기업을 공략한 경우다. ‘선영아 사랑해’라는 독특한 홍보 전략을 구사한 마이클럽(Miclub)이나 오프라인 서점과의 갈등에 발목이 잡힌 선발 기업을 공략한 예스24(Yes24)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상의 사례를 종합하면 후발 기업의 전략이 더 차별화되고 혁신적일수록 선발 기업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공략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진입 시점에 관계없이 누가 더 혁신적인 게임의 룰을 구축하는지가 인터넷 사업에서의 승부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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