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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개혁 주체 도덕성부터 회복하라

개혁 주체 도덕성부터 회복하라

개혁 주체 도덕성부터 회복하라
개혁은 김대중 정부의 가장 비중 있는 정책추진 과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개혁은 유감스럽게도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정치개혁 교육개혁 재벌개혁 기업개혁 금융개혁 공기업개혁 방송개혁 인사개혁 노동개혁 의료개혁 등 어느 한 분야에서도 개혁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개혁의 명분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실업자와 희생자만 양산했을 뿐 무엇 하나 제대로 바로잡아진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또다시 40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제2차 금융구조조정 등 개혁작업을 새로이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 개혁은 필요하다. 또 마땅히 추진해야 한다. 개혁에 따르는 어느 정도의 희생과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그 희생과 고통이 성과 없는 개혁으로 인해 국민에게 아무런 보람도 안겨주지 못한다면 그런 개혁은 국민의 마음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만을 남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앞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지금까지의 실패를 거울삼아 한건주의의 유혹에 사로잡혀 졸속개혁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철저한 기획과 준비과정을 거쳐 개혁정책을 마련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개혁과제만을 선택 추진해야 한다. 정부의 개혁정책은 학문과 달라 과오를 반복하는 방법(trial and error)으로 추진하다가는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개혁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성급하게 추진하는 개혁, 분명한 정책철학도 없이 대충 추진하는 개혁, 정책의 수요자는 생각하지 않고 정책 공급자의 공명심에 사로잡혀 밀어붙이는 개혁, 일관성 없이 갈팡질팡하는 개혁, 형평성을 잃은 개혁 등 실패하는 개혁의 원인은 많다. 그러나 개혁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도 개혁주체들의 도덕성 타락이다.

공직자들의 각종 부정과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것은 개혁주체의 도덕성 및 신뢰 상실로 이어져 개혁에 동참해야 할 국민으로부터 비웃음만 사고 만다. 최근에 발생한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도 권력형 비리사건의 전형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의 내일이 달려 있다는 제2차 금융구조조정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고위 간부가 불법적인 주식투자와 투자손실에 대한 뇌물성 보전으로 이 사건에 관련된 것을 비롯, 부정과 비리의 연결고리가 정-관계에까지 뻗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은 무슨 도덕성을 가지고 금융구조조정작업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개혁의 대상’에 국민들 허탈… 특단 조치 마련해야



물론 누구나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르게 마련이지만, 적어도 국민에게 희생과 고통을 요구하는 권력 주체는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만큼 도덕적으로 타락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빈번하게 터지는 고위공직자들의 부정과 비리는 개혁주체가 도덕불감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번의 동방금고 사건에서 보듯 개혁 주체가 오히려 도덕적인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이 참담한 현실 속에서 온갖 고통과 희생을 감수한 채 개혁이 성공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국민으로서는 그저 허탈할 따름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 개혁을 담당할 개혁주체의 도덕성부터 회복하기 위해서 특단의 개혁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 응급처방과 국민의 질타를 피해가려는 눈가림식 수사로는 이제 더 이상 개혁을 주도할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국민은 공권력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지 않다.

정현준-이경자 사건의 경우에도 국민은 그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나름대로 심판할 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스럽게 여겨진다면 더 이상 개혁의 지지세력으로 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혁주체가 도덕성을 회복하고 국민에게 개혁정책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어 정부의 마지막 개혁시도가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주간동아 2000.11.09 258호 (p11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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