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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도시’ 시드니를 아시나요?

물길, 집, 결혼식장 등 ‘베니스’ 못지않은 볼거리…올림픽 땐 유람선 띄워 숙박-교통난 해결

‘수상 도시’ 시드니를 아시나요?

‘수상 도시’ 시드니를 아시나요?
물위에 길이 있다. 집도 있다. 소극장이 있고 카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결혼식장과 영결식장도 있다. 이쯤 되면 십중팔구는 ‘수상도시’ 베니스를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올림픽이 개최됐던 시드니가 베니스보다 몇배나 더 큰 ‘수상도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시드니야말로, 앞바다가 내륙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아름다운 만(灣)을 형성하고 그 안에 수없이 많은 곶을 만들어놓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천혜의 수상도시인데도 말이다.

● 시드니엔 교통대란이 없다

지난 99년 초,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시드니올림픽조직위원회(SOCOG)는 ‘애틀랜타의 악몽’을 기억하면서 교통대란 타개책에 골몰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 후유증을 없애는, 즉 잉여 시설물을 양산하지 않는 숙박시설을 마련하는 일에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바로 그때 한 대학생이 누구도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갖고 올림픽조직위를 찾아왔다. ‘수상도시’ 시드니의 특성을 한껏 살려보자는 데 착안한 것이다. 대형유람선을 이용하여 시드니의 부족한 숙박시설 문제와 교통혼잡 문제를 동시에 타결해보자는 것. ‘콜럼버스의 달걀’과도 같은 발상이었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임에 틀림이 없었다.



시드니 중심가 바로 앞까지 대형유람선이 들어와 정박할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깊은 시드니 하버를 이용하여 부족한 숙박시설을 보충하고, 올림픽종합경기장 바로 앞까지 시내버스 다니듯이 운행되는 페리(ferry)들을 이용하여 경기장으로 몰려드는 인파를 최대한 분산시켜보자는 한 평범한 대학생의 건의로 올림픽조직위의 큰 고민거리 두 개가 동시에 해결됐다.

문제는 항해 스케줄이 잡혀 있는 대형유람선들을 어떻게 시드니로 불러들이는지에 있었다. 그러나 그 걱정도 잠시, 이 아이디어가 외신을 타고 날아가자 시드니올림픽을 이용해서 한몫 단단히 잡아보겠다고 잔뜩 눈독을 들이던 여행사들이 세계 곳곳을 떠돌던 많은 유람선들의 기수를 남쪽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맨처음 시드니 하버에 나타난 배는 올림픽 메이저 방송사인 미국 NBC가 전세낸 호화 유람선이었다. NBC는 이 배를 올림픽 중계요원들의 숙소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메달을 따낸 미국선수들이 선상에서 축하파티를 할 수 있도록 했고, NBC 간판프로 중 하나인 ‘투데이’를 아예 선상스튜디오에서 방송했다. IBM사와 필립스사에서 전세낸 초대형 유람선들도 시드니 시민들의 관심거리였다. 특히 네덜란드 필립스사의 유람선은 ‘오렌지색 돌풍’을 일으키며 호주사람들과 사사건건 맞닥뜨렸던 내덜란드 응원단이 안전한 장소에서 ‘광란의 파티’를 열 수 있도록 ‘노아의 방주’와도 같은 공간을 제공했다.

선상에서 잠을 자고, 페리를 이용하여 경기장을 찾아가 주요경기를 관람하고, 또다시 선상으로 돌아와 파티를 즐기면서 올림픽을 즐긴 사람들에게 번잡한 길거리와 붐비는 숙소 등에서 생기는 문제는 전혀 없었다.

● 부두소극장과 부두카페들

시드니의 아이콘인 오페라하우스 건너편에 위치한 부두소극장과 부두카페들은 ‘시드니의 연인들’이 즐겨 찾는 또 하나의 명소다. 연극 무용 음악회 등이 연중무휴로 열리는 부두소극장과 출렁이는 파도 위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부두카페들이 위치한 5번 부두는 명실공히 시드니문화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드니극단 시드니발레단 시드니합창단의 본부가 그곳에 밀집해 있고, 대표적인 호주원주민 무용단인 ‘뱅가라 무용단’의 본부가 5번 부두에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매년 5월에 개최되는 ‘시드니작가 축제’가 열리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바로 그 5번 부두에서도 젊은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빛을 발한다. 지난 80년대 초반, 호주개척시대부터 양모를 실어내는 부두로 사용되던 낡은 부두가 시드니 외항의 완공으로 더이상 쓸모없어지자 시드니 당국이 철거를 결정했다는 뉴스를 접한 한 젊은 공학도가 이의를 제기했다. 5번 부두는 역사의 유물일 뿐만 아니라, 약간의 보수공사와 내부시설 변경공사를 하면 훌륭한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 그는 아이디어만 낸 게 아니라 잠수복을 입고 바다 밑바닥까지 들어가 바다에 박혀 있는 나무파일 등의 상태를 조사했고 어떤 식으로 보수공사를 하면 경제적일 것이라는 등의 꼼꼼한 보고서를 제출하여 시 당국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의 건의는 받아들여졌고 마땅한 공간이 없어 이리저리 떠돌던 시드니 문화단체들은 더 없이 좋은 공간에 둥지를 틀게 됐다. 문화공간 주변에 그와 어울릴 만한 카페 등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부두소극장 주변에 위치한 부두카페들은 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아지트가 됐고 연인들이 즐겨 찾는 시드니의 명소가 됐다.

● 남부 시드니와 북부 시드니

지난 1788년, 아서 필립 선장이 12척의 죄수선단을 이끌고 정박하여 맨처음 정착한 곳이 바로 남부 시드니다. 남부 시드니는 식민지 시대의 호주를 상징하는 ‘서울의 사대문 안’ 같은 곳이다. 그후 시드니가 팽창하면서 비로소 북부 시드니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남부 시드니와 북부 시드니를 잇는 다리가 그 유명한 시드니 하버브리지다. ‘수상도시’ 시드니는 하버브리지를 중심 축으로 뱃길과 찻길 등으로 확대된다. 특히 크고 작은 각종 선박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하버브리지를 ‘중앙역’ 쯤으로 생각한다.

수상도시는 수상도시 나름대로의 문제점도 야기하고 있다. 해안에 거주하는 주민들 대부분이 자가 요트 등의 배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배를 운행하고 정박하는 과정에서 지상 못지않은 질서가 요구된다. 특히 배를 정박하는 과정에서 허가된 곳이 아닌 곳에 무단정박을 하면 여지없이 벌금이 부과된다.

시내버스처럼 운행되는 페리나 수상택시, 전세보트, 어선 등도 엄격한 법규를 지켜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관리하고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기관이 워터 폴리스(Water Police)다. 워터 폴리스는 호주 텔레비전의 드라마 소재가 될 정도로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각종 수상범죄가 늘어나면서 이들 경찰이 하얀 쾌속정을 타고 물살을 가르며 유유자적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브라이언 오닐 워터 폴리스 국장은 “수상도시의 범죄유형을 연구하는 것 자체가 난제다. 특히 마약 등의 문제를 많이 안고 있는 시드니의 경우 워터 폴리스 요원들의 맹활약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워터 폴리스의 본부도 하버브리지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파란 하늘을 닮아서 파란 색깔을 띠고 있는 시드니 하버에는 하얀 돛단배들이 두둥실 떠다니면서 백년가약을 맺는 신혼부부들의 결혼식장이 되어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한평생의 항해를 마치고 또 다른 피안의 세계로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영결식장이 되어주기도 한다. ‘수상도시’ 시드니의 또 다른 풍속도다.



주간동아 2000.11.09 258호 (p6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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