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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2001 국방 예산안은 軍心 달래기용?

첨단무기 도입 등 신규 사업 계속 발표…‘남북 화해 상대적 소외감’ 감안 당-정 협의도 생략

2001 국방 예산안은 軍心 달래기용?

2001 국방 예산안은 軍心 달래기용?
권위주의 정권 시절 언론은 진실을 전달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에 따라 은유적 표현으로 진실을 담곤 했는데 그래서 생긴 말이 ‘활자를 읽지 말고 진실이 숨어 있는 행간을 읽어라’였다.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정착된 지금은 신문 행간을 읽을 필요가 적어졌다. 하지만 전문 용어와 허풍스런 비전으로 국민을 현혹해 국정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세력의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허구를 벗겨내기 위해서는 행간을 읽는 것보다 더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10월2일 국방부가 2001년도 국방예산안을 내놓자, 많은 언론이 이를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긍정적으로 보도한 첫번째 이유는 이지스급 구축함인 KDX-Ⅲ의 기본 설계 착수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었다. 이지스(Aegis)는 제우스가 그의 딸인 아테네에게 주었다는 신화 속의 ‘방패’로, 이 방패는 모든 것을 막아낼 수 있다. 해군 함정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잠수함과 전투기 그리고 미사일인데, 이지스함에는 전투기와 미사일을 요격하는 장비가 탑재돼 있다.

따라서 이지스함만 있으면 항공모함을 비롯한 아군 함정은 적의 전투기와 미사일 공격을 염려하지 않고 적을 공격할 수 있다(그러나 이지스함도 적의 잠수함 공격을 완벽히 막아내지는 못한다). 이러한 이지스함을 가진 군대는 현재 미국 해군과 일본의 해상자위대뿐이다.

전략무기 착수금 적지만 도입 땐 뭉칫돈

‘꿈의 함정’인 만큼 이지스함은 매우 비싸서, 척당 가격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도 국방예산안은 15조3754억원인데, 이지스함 등 전략무기 도입에 사용될 수 있는 ‘전력투자비’는 이지스함 다섯 척을 구입할 수 있는 5조2137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4조원으로 추산되는 차기 전투기(FX) 사업, 1조원으로 추정되는 방공미사일(SAM-X) 사업과 공격헬기(AH-X) 사업 등 20개 사업을 새로 착수한다고 밝혔다.



쭛척(정확한 수치는 군사기밀이어서 밝힐 수 없음)의 이지스함은 수년에 걸쳐 도입되므로, 전력투자비 부족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전략무기 도입은 ‘시작은 미약해도 그 끝은 매우 거대한’ 것이 특징이다. 국방부가 거대한 사업을 한꺼번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착수금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착수되는 만큼 이 무기들은 비슷한 시기에 도입될 수밖에 없다. 수년 후 ‘그때’가 오면 전력투자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는데, 언론은 이지스함 도입에 현혹돼 이러한 문제점을 간과했다.

신규사업에 이러한 문제점이 있는데도 국방부는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차기 잠수함 (KSS-Ⅱ) 사업 등 145개 사업은 계속사업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신규사업 20개, 계속사업 145개, 도합 165개 사업을 매년 5조원 남짓한 전력투자비로 꾸려나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 전문가의 말이다.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하는 한, 현 정부는 국방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할 수가 없다. 국방비는 전력투자비와 장병들에 대한 월급과 부대 운영비`-`훈련비 등으로 소진되는 ‘경상운영비’로 나뉘는데, 경상유지비는 전력투자비의 두 배 정도다(내년도 경상유지비는 10조1617억원). 따라서 전력투자비가 급증하는 수년 후를 대비하려면 지금부터 경상유지비를 크게 줄여야 한다. 경상유지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병력을 대폭 감축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병력 감축도 시행하지 않았다.”

‘국민의 정부’ 출범 후 국방부는 국방중기계획 등을 통해 69만명인 국군을 2030년에는 30만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해왔다. 병력을 줄이는 대신 전략 무기는 늘려,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는 것이 국민의 정부가 표명한 국방 개혁의 골자였다. 감군의 대상으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인력(보병) 위주로 편성된 육군이 지목되었다. 2020년까지 39만명을 줄이려면 최소한 매년 1만여명씩 줄여나가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육군 감군안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병력도 줄이지 않고 국방 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할 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이지스함 등을 도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눈속임일 수도 있다. 육군 감군안을 거부하는 것이 국방부의 정서라면, 국방부는 최소한 억제전력이 큰 무기부터 도입하겠다고 발표해야 하는데, 그러한 자세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략가들은 차기 잠수함(KSS-Ⅱ)과 차기 전투기(FX)`-`차기 방공미사일(SAM-X)`-`이지스함(KDX-Ⅲ)을 억제전력이 큰 무기로 꼽고 있는데, 이 사업은 모두 해공군 분야다. 공교롭게도 육군에서는 억제력을 획기적으로 늘릴 분야가 없는 것이다.

한 전략가는 “해공군 전력을 늘리려면 육군 감군론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육군은 국방부의 절대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이용해 육군 사업을 계속 살려나감으로써 억제전력이 큰 해공군 증강안을 봉쇄하고 있다. 육군 감군론이 등장할 여지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육군 사업의 대표로는 육군전술미사일(ATACMS)과 공격헬기(AH-X) 도입 사업이 거론된다. 한미간에 미사일 협정이 타결된 뒤 육군은 재빨리 사거리 300km의 육군전술미사일 도입을 발표했다. 그러나 다수의 전략가는 “육군전술미사일로 300km 바깥에서 공격하는 것보다는 공군 전투기로 200km까지 날아가서 공격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다. 또 헬기는 한국이 북한보다 월등히 우세한 분야인데 왜 또 구입하려고 하느냐. 20억원도 안 되는 북한 전차를 파괴하기 위해 20배나 비싼 공격헬기를 구입하는 것은 비경제적이다. 공격헬기의 가격은 F-16과 비슷한데 효용가치 면에서는 F-16이 공격헬기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고 지적한다.

한 전략가는 “해-공군 무기가 억제력이 크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육군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육군도 보병 위주에서 벗어나 기계화 부대로 변모해야 한다는 정서가 형성됐으나, 그럴 경우 육군의 대규모 감군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육군은 신속히 기계화로 전환하지도 못한 채 자꾸 사업을 만들어 보병 감군론이 나올 여지를 봉쇄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이지스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혀 국방예산안을 ‘여론상으로 승인’받고, 그 틈을 이용해 육군 사업을 끼워 넣어 육군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육군의 현상 유지 전략에 박자를 맞춰주고 있는 것은 대북포용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청와대다. 정부 부처는 통상적으로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여당과 당정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사전 조율한다. 그러나 내년도 국방예산은 청와대 지시로 당정협의가 면제되었다. 한 소식통은 “청와대측은 대북 포용정책 추진 이후 국방부가 동요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국방예산은 당정협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국회로 제출하도록 배려했다. 이로써 청와대는 국방개혁을 하겠다는 정권 초기의 의지를 스스로 꺾어버렸다. 또 수년 후 폭증할 수밖에 없는 국방예산을 사실상 승인해준 셈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 국방비 부담을 줄여나가겠다고 한 청와대가 국방비를 증액할 수밖에 없는 구도를 만들어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 전략가는 “이러한 구도 때문에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첫째는 수년 후 국방비를 증액함으로써 남북 관계가 경색돼 대북 포용정책이 실패하고, 둘째로는 ‘작지만 강한 군대’를 지향한 국방개혁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셋째는 대형 무기 도입 사업이 시기상으로 현 정권 말기에 집중됨으로써, 기종 결정을 둘러싸고 무기회사에서 대선 주자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2000.11.09 258호 (p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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