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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간의 사생활 ‘몽땅’ 보여주마!

10명 참여한 ‘서바이벌 게임’ 인터넷서 생중계…최후의 생존자엔 1억원 상금 지급

60일간의 사생활 ‘몽땅’ 보여주마!

60일간의 사생활 ‘몽땅’ 보여주마!
“이런 데서 어떻게 두 달을 살아?”격리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성인남녀 10명의 모습을 60일간 생중계하는 행사에 자원한 출연자 A씨가 내뱉은 말이다. A씨는 9명의 출연자와 함께 살게 될 경기도 에버랜드 내 ‘독립가옥’을 10월6일 처음 참관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집은 ‘쇼 윈도’였다.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사생활이 드러나도록 설계돼 있었기 때문이다.

드림라인은 10월9일부터 12월7일까지 ‘5000만의 선택, 최후의 생존자’라는 이벤트를 개최한다. 주최측이 설명하는 행사내용은 이렇다. “성인 남성 6명, 여성 4명이 외부와의 접촉이 단절된 채 독립가옥에서 공동 생활한다. 17대의 카메라가 이들의 모습을 24시간 인터넷 사이트(www.5000choice. com)로 중계한다. 이를 본 네티즌들이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투표한다. 득표수가 적은 출연자 순으로 1주일에 1명씩 5명을 퇴장시킨다. 나머지 5명은 마지막 날까지 함께 생활한 뒤 순위를 가린다. 1∼5등은 각각 1억원, 5000만원, 1000만원, 500만원, 250만원의 상금을 받고 6∼10등에겐 일괄적으로 50만원이 주어진다.”

2만여 명 지원… 성악가, 주부 등 선발

주최측은 “계층, 특정세대를 대변하는 각 출연자들이 성격과 행동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이를 네티즌들이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이 시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얼굴을 찾자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용인정신병원 하지현 정신과전문의는 “이 행사는 단지 상술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국에 첫 상륙한 ‘사생활 보여주기 쇼’의 현장은 시작부터 많은 논쟁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이 행사에 출연하는 10명은 2만여 명의 신청자들과 경쟁해 선발됐다. 이들은 어떤 사람이며 왜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됐을까. 이들의 공통점은 두 달간 시간 낼 여유가 있다는 점, 그리고 1억 원을 손에 쥐는 꿈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외엔 별로 비슷한 것이 없다. 50대 무직자, 30대 성악가, 20대 사회복지사, 여대생, 여성 카피라이터, 남자미용사 등 각양각색이다. 사전 인기투표에서 1위를 한 20대 여성 출연자 최가빈씨(사진작가)는 “나의 사생활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는 지 알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화장하지 않은 얼굴, 반바지 입고 자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이게 되겠지만 상관하지 않겠다고 한다. 주부 김광숙씨(44)는 주부의 끈기와 생활력을 보여주기 위해 참여했다. 그녀는 “남편과 두 아들이 적극 후원해 줬다”고 말했다. 반대로 아내와 두 딸을 남겨두고 온 농부 김종수씨(38)는 “60일 동안 궂은 일은 자신이 도맡겠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대구에서 온 진경수씨(28)는 하루 두 갑 이상 피우는 담배를 완전히 끊고 오겠다고 가족에게 선언했다. 진씨는 “60일 후 나는 금연에 성공한 사람으로 새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미용사 이호연씨(20)는 조용한 곳에서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여대생 최은영씨(21)는 대중이 보는 앞에서 생활하면 여성적 매너를 익힐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다고 한다. 지원동기는 제각각이지만 모든 출연자들은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한다는 부분에 대해 오히려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주최측과의 면접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좋은 성적을 거둘 자신이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고 한다.



이 행사의 진행방식은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흥미를 유발하자는 데 있다. 공동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이 우선 주목 대상이었다. 출연자들은 건물 내부가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연상시키는 70평 간이 구조물에서 산다. 출연자들이 놀란 이유는 천장에 다닥다닥 달려 있는 카메라 때문이 아니라 안방, 거실 등 주거공간 내 모든 벽이 밖에서 안이 훤히 보이는 유리로 돼 있다는 사실에 있다. 출연자 정세훈씨(31)는 “유리로 된 벽은 사생활에 대해 카메라보다 더 직접적인 위압감을 준다”고 말했다. 출연자들에게 외출, TV시청은 금지돼 있으며 전화통화는 일주일에 30분, 인터넷은 10명이 하루 1시간, 술-담배도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옷은 3벌까지만 갖고 들어올 수 있다. 오전 7시30분 기상시간도 지켜야 한다. 체조를 하는 오전 1시간을 빼면 하루종일 실외로 나갈 수 없다. 식량 등 생필품도 부업을 해서 마련해야 하는데 한 사람이 하루에 1만원 벌기가 힘들다. 주최측은 “출연자들은 서로 협동하며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연자들은 영어, 태권도 등 주최측이 제공하는 과제를 익힌다. 그러나 이들은 불편하고 심심한 생활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다보면 언젠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 되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본래의 성격이나 행동이 네티즌들의 시선을 끌 것이라는 게 주최측의 의도다. 주최측은 “공동체생활을 지켜보면서 네티즌들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인간형’을 발견하게 되고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행사는 말하자면 ‘선정성’이 배제된 ‘도덕적’ 이벤트라는 것이다. 한가지 근거로 주최측은 ‘남녀 출연자는 성적 문제를 발생시켰을 경우 탈락된다’는 규칙을 들었다.

이 행사가 영화 ‘트루먼 쇼’를 연상시키는 대목은 출연자들이 쓰는 컴퓨터나 가전제품, 생필품, 가구 등을 관련 제조업체로부터 협찬받는다는 점. 하지현씨는 “그러나 이 행사와 트루먼 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이 행사의 출연자들에겐 ‘아무도 안 볼 것’이라는 전제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고액의 상금이 걸려 있으므로 ‘언젠가 출연자들이 가식 없이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게 하씨의 견해다. 하씨는 “행사 ‘취지’와 ‘실제 모습’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 관음증,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의심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씨의 논박에 대해 이 행사 진행 담당자는 “이번 행사는 재미와 인간적 덕목, 시청자의 적극적 참여를 모두 이끌어 내는 이상적 방송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티즌들은 정직하다. 그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2000.10.19 255호 (p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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