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4

2000.10.12

우습게 보이는 문화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 입력2005-06-27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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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너의 구성요소로 세가지를 꼽는다. 3분의 1의 상식, 3분의 1의 친절,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의 ‘이유’다. 매너가 상식이고 친절이라는 것은 누구나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매너가 ‘이유’라고 하면 논술문제가 떠오르고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길거리에서 가래침을 뱉지 않는 것은 상식이요,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것은 친절이다. 지하철에서 노인석에 앉지 앉는 것은 상식이요, 장애인을 위해 길 안내를 해주는 것은 친절이다. 그렇다면 논리는?

    매너여행을 처음 시작하면서 문화 이야기를 했다. 문화는 아무리 사소하고 보잘것없이 보여도 이유가 있다. 원인이 있는 것이다. 매너도 마찬가지다. 어느 것 하나 단순한 행동의 반복으로 인해 취득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본 사람들이 국사발을 들고 먹는 것은 음식을 핥아 먹는 짐승과 인간을 구분하려는 데서부터 시작된 것이며, 양복의 상의칼라에 있는 구멍은 영국에서 비오거나 추운 날 단추를 여미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유럽에서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오를 때 동행 중인 남자가 여자 뒤에서 올라가는 것은 여자의 안전을 도모(넘어질 때 뒤에서 받치기 위함)하기 위한 배려에서 시작된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이유 없는 것이 없다.

    우리는 너무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왜’라고 묻기보다는 ‘어떻게’ 또는 ‘누가’에 치우쳐 있다.

    미국사람은 파티의 초대장을 받으면 무슨 파티냐고, 왜 하느냐고 먼저 묻고 한국사람들은 누가 오느냐고 먼저 묻는다. 파티의 내용은 나중 문제다. 명함을 받으면 한국사람들은 무슨 회사에 다니는지에 무게를 실으며 미국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무게를 둔다. 매너는 균형이다. 머리만 차가운 것이 아니라 마음도 뜨거워야 하고 행동도 올발라야 한다.

    한국의 전통 인사법을 정확하게 행동으로 연출할 수 있는 태도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선조들이 왜 이렇게 해왔는지를 문화적으로 이해하며, 더 나아가 한국문화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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