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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구주류 “아~ 옛날이여”

박지원 장관 사퇴로 권`-`한`-`박 ‘삼각 편대’ 붕괴…한화갑 김중권 정동영 등 신주류 대약진

민주 구주류 “아~ 옛날이여”

민주 구주류 “아~ 옛날이여”
결국 ‘삼각편대’의 한 축이 무너졌다.”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의 사퇴(9월20일)에 대한 민주당 한 인사의 촌평이다. ‘삼각편대’란 권노갑 최고위원-박지원 전 장관-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짜인 여권 핵심 실세 진용을 일컫는 말. 권최고위원이 당과 정치권 전반에 대한 막후 조정자 기능을 했다면, 박 전 장관은 정권 홍보와 각종 사안에 대한 ‘DJ 전령사’ 역할을 맡았다. 한실장은 권위원과 박 전 장관에 대한 비서실 실무 지원 및 대통령과의 교량역.

물론 ‘권-한-박 라인’이 여권 권력 지형의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최고위층을 점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이처럼 잘 짜인 ‘삼각 정립(鼎立)’ 구도에서 한 축이 빠진 것은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닌다. 정권 유지의 중심 구도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박 전 장관의 사퇴와 신임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의 등장은 일단 여권 구주류의 퇴각과 신주류의 재부상으로 읽힌다. 김중권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신주류는 흔히 이종찬 전국정원장이나 김정길 전행자부장관, 이강래 전정무수석 등을 한데 묶는 단어로 쓰였으나 실상 김 전 실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신주류라 지칭하기 어렵다.

김 전 실장이 청와대에서 ‘제2인자’로 발돋움한 집권 초반기의 1년10여개월 동안 김 전 실장의 당쪽 카운터파트는 한화갑 최고위원이었다. 한위원이 원내총무, 특보단장 등을 거치며 청와대와 하나의 라인을 형성했던 것. 따라서 엄밀히 말해 신주류는 김중권 비서실장-한화갑 사무총장-김한길 정책기획수석-정동영 대변인으로 이어졌던 라인이라 할 수 있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이루어진 이들의 ‘연대’에는 바로 이같은 배경이 있다.

그러나 지난 97년 2월 한보사건으로 물러난 권노갑 최고위원이 99년 2월 2년 만에 당 고문으로 복귀하면서 ‘김중권 체제’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정권교체를 달성해냈음에도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는 이유 등으로 국정 경영에서 소외됐던 권위원 중심의 동교동계는 이때부터 김실장에게 파상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고, 비서실과 당 불화설까지 불거지게 됐다. 이 와중에 99년 5월 옷로비 의혹사건이 정국 교착을 부르자 권노갑-한광옥-김옥두-최재승으로 이어진 라인이 김실장의 책임을 물어 총공세에 나섰고, 결국 그해 11월 ‘김중권 실장팀’이 ‘한광옥 실장팀’으로 교체된 것. 이후 당직개편을 통해 당의 핵심(김옥두 사무총장 등)으로 등장한 이들 라인은 6·4 총선 전 과정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며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는 뒤로 한발 물러난 신주류의 재부상을 가능케 하는 기회가 되었다. 당과 비서실을 장악한 이들 구주류의 전횡 및 ‘독식 현상’이 당 관계자들의 불만을 불렀고, 이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표출된 당 쇄신론의 근간이 되었던 것.

신주류는 당내의 이런 기류에 힘입어 한화갑-김중권-정동영 최고위원 라인업에 성공했고, 김한길 의원도 박지원 장관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신주류의 ‘약진’이라 부를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전당대회 직후 당직개편이 단행되지는 않았지만, 구주류 라인인 윤철상 전 사무부총장의 선거비 실사 의혹 발언은 당직개편의 필요성을 당 전체에 각인시킨 절대적 계기가 되었다.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한화갑 1등 당선’이란 상징적 사건이 말해주듯, 전당대회 이후 권노갑 위원 라인은 패퇴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권위원만 하더라도 최근 한 달새 무려 세 차례나 공개적인 좌절을 맛보았다. 지난 9월18일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열렸던 최고위원 워크숍에서 정동영 최고위원 등이 박지원 장관 사퇴론을 거론하자, 권위원이 박병석 대변인에게 “(박장관 진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부인하는 논평을 발표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최고위원들이 박장관 사퇴론을 확인해준 것이 1차 좌절. 전당대회 이전만 해도 이같은 ‘반항’은 거의 상상할 수 없던 것이 당의 분위기.

2차 좌절은 바로 박장관의 사퇴. 권위원은 “박장관 사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적극 옹호에 나섰지만 결국 박장관의 자진 사퇴로 결말이 났다. 9월23일 서영훈 대표가 당 6역회의 직전 “이 당은 동교동당이 아니라 전국정당”이라며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안에서 무슨 얘기를 한 것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아무리 정치 선배라도 당직자도 아니면서 그러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고 비판한 것은 권위원의 3차 좌절이라 할 만하다. 서대표의 이 발언이 9월21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당 3역의 개편은 절대로 없다”고 단정한 권위원 발언에 대한 질책의 성격이기 때문. 당시 이를 전해들은 서대표는 “임명권자는 엄연히 당 총재인 대통령인데 대표인 나도 못하는 얘기를 어떻게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느냐”고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서대표의 이런 발언 역시 전당대회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금 여권의 신주류와 구주류는 당직 개편을 놓고 마지막 일합(一合)을 겨루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 쇄신”의 신주류와 “개편 불가”의 구주류가 팽팽히 맞서 있는 형국이다. 김옥두 총장은 당 장악을 위한 구주류의 최후 버팀목이라는 점에서 구주류는 완강한 저지선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신주류가 소장파의 지지를 획득하고 있고, 소장파의 ‘단체 행동’이 김대통령에게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구주류의 버티기는 힘이 상당히 약화됐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9월25일 청와대 주례보고에 앞서 서대표는 이종걸 김성호 이호웅 의원 등 당내 소장파와 오찬을 갖고 당내 문제와 정국 해법을 청취한 뒤 청와대로 향했다. ‘13인의 반란’을 일으켰던 소장파들은 “당 쇄신작업이 가시화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신주류와 구주류의 파워 게임은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전개된 측면이 강하다. 당시에도 청와대 대변인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김한길 장관과 박지원 전 장관을 서로 밀었던 신주류와 구주류의 물밑 신경전은 대단했다. 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견제와 경쟁은 민주당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당의 동력을 만드는 발전 기능을 한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임기 후반을 준비하고 정권을 재창출할 후보를 선정해야 하는 김대통령이 과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00.10.05 253호 (p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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