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2

2000.09.21

쿠바, 야구선수 망명 ‘노이로제’

  • 입력2005-06-22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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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 야구선수 망명 ‘노이로제’
    쿠바는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27회 출전해 24차례 우승했다. 대륙간컵엔 11회 출전해 여덟번 우승컵을 가져갔다. 76년 콜롬비아 세계선수권대회부터 98년 이탈리아 대회까지 10연패를 기록중이다. 1인당 국민소득 1500달러에 불과한 나라지만 야구실력은 가히 세계 최고라 할 만하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시가의 나라 쿠바. 시드니올림픽에서 한-미-일 프로야구 선수들이 과연 아마야구 세계최강 쿠바를 제압할 수 있을까. 세계 야구팬들의 이목은 지금 시드니에 있는 쿠바국가대표팀에 쏠려 있다.

    쿠바국가대표팀이 왜 강한지는 이 나라 야구정책을 살펴보면 의문이 풀린다. 야구에 대한 국민들의 열기는 종주국 미국보다 더 뜨겁다. 쿠바야구협회에 공식 등록된 야구팀 수는 4000개가 넘고 선수는 12만 명에 이른다. 쿠바 인구가 약 1100만 명이니 이 나라 국민 100명 중 한 명은 야구선수라는 얘기다. 지난 59년 집권한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우선 엄청난 야구광이다. 그가 인민들 앞에서 야구를 즐기는 모습은 수차례 외신을 통해 보도되곤 했다.

    쿠바엔 엄청나게 많은 야구 인재들이 있는 만큼 야구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가장 확실한 길은 ‘시리에 나치오날’이라고 하는 쿠바의 야구 정규리그에 출전하는 것.

    이 리그엔 16팀이 참가해 11월부터 5월까지 90게임을 치르는데 대체로 1위팀 선수들을 중심으로 국가대표선수가 선발된다고 한다.

    그러나 어려운 국가대표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눈에 낙점돼 미국으로 건너가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요즘 많아지고 있다. 해마다 쿠바에서 야구유망주들의 망명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내야수 앤디 모랄레스가 지난해 망명한 데 이어 지난 8월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에선 2명이 숙소에서 탈출했다. 지난 91년부터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는 50명에 이른다.



    선수들의 잇단 탈출과 망명에 견디지 못한 쿠바 당국은 지난해부터 야구선수들에 대한 대우를 대폭 개선했다. 대표팀에 뽑히면 최고급 대우를 해줘 더 이상의 망명을 막자는 조치였다. 대표팀에 특급 버스, 최고급 호텔을 제공했다.

    월 400페소(20달러)였던 월급을 두 배로 올려주었다. 국제대회에 참가할 경우 2000달러의 파격적인 보너스를 지급해 선수들이 망명의 모험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쿠바는 국민적 사랑을 받는 최고급 스타들이 고국을 저버리지 않도록 나름의 최대한 배려를 한 셈이다.

    그 덕인지 이번 시드니 대회에 출전하는 쿠바선수들 중엔 세계적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많이 눈에 띈다.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이미 시속 160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는 19세의 신예 마엘스 로드리게스, 외야수 야서 고메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쿠바 국영신문 그란마(Granma)는 이를 두고 이렇게 보도했다. “마엘스 로드리게스가 대표팀에 뽑힐 경우 쿠바는 그를 새장에 가둬둬야 할 정도로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하는 쿠바대표팀의 또 다른 특징은 노장선수가 많다는 점이다. 92년 바르셀로나,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3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쿠바는 이번 대표팀 구성 때 노장들을 대거 선발해 이미 자국민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나이 많은 선수들은 ‘스카우트 제외 0순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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