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2

2000.09.21

잠에서 깨어난 ‘JSA’ 원작소설

  • 입력2005-06-21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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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나니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쉬리’의 흥행기록을 앞질렀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남북화해 분위기에 맞춘, 시의적절한 소재였다고 감탄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원작소설이 4년 전 발표됐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박상연씨의 ‘DMZ’는 96년 ‘세계의 문학’ 겨울호에 발표됐고 그해 ‘오늘의 작가상’ 최종심까지 올랐던 작품이다. 이듬해 민음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지만 7000부 정도 팔렸을 뿐이다. 당시 최종심에서 지적된 부분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남북한 병사들이 휴전선에서 몰래 만나 인간적인 우정을 나누다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총소리가 들리자 반사적으로 총기를 난사하고, 김수혁 상병(영화에선 이수혁 병장, 이병헌 분)이 그에 대한 자책감 때문에 자살한다는 줄거리가 전혀 황당하지 않다. 최근의 상황이 이 소설에 부족했던 리얼리티를 부여한 것이다. 물론 영화와 소설은 설정부터 차이가 있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원작에서 판문점 살인사건의 수사 담당자인 스위스 국적의 베르사미 소령(남자)이 영화에서는 스위스 여군 소피 소령(이영애 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 원작에서 오경필 중사(송강호 분)는 북한에 의해 철저하게 테러리스트로 길러진 인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묘사가 생략돼 있다. 그 밖에도 영화를 보다 보면 소피가 아버지를 증오하는 이유가 분명치 않으나 소설에서는 공산포로 출신인 베르사미의 아버지 이야기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뤄졌다.

    42만(추석 연휴 5일 동안 ‘공동경비구역 JSA’의 관객수) 대 7000(소설 ‘DMZ’의 판매 부수). 도저히 게임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소설에는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영화를 보고도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면 꼭 소설을 읽어보기 바란다. 이미 서점가에도 ‘DMZ’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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