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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티켓|에티켓은 문화다

그 나라 문화 모르면 목숨도 왔다갔다…

그 나라 문화 모르면 목숨도 왔다갔다…

90년대 중반 말끝마다 세계화, 국제화를 쓰지 않으면 촌놈 취급받던 시절이 있었다. 덕분에 나도 바빠졌다. 범국가 차원의 국제화 드라이브에 편승, 에티켓이나 국제매너에 대한 교육수요가 엄청나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느 날 직장동료가 이런 질문을 했다.

“박과장은 매너전문가지, 문화 쪽은 아니지?”

“네? 문화하고 매너가 다른 건가요?”

지금까지 받은 질문 중에서 나를 가장 당혹케 한, 더 나아가 에티켓이나 매너 교육에 있어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know-why) 중심의 인성 고양이 아닌, ‘방법 위주’(how to)의 태도교육에 치중했던 교육방법을 반성하게 한 일침이었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매너나 에티켓이 단편적인 행동규범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매너나 에티켓에 관련된 책 몇 권 읽고,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짓는 매너 강사들로부터 강의 몇 번 들으면 글로벌 시티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에티켓은 룰이나 규범 차원을 넘어 문화의 산물이다. 아니 문화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로 파견된 어느 기업의 주재원이 현지인을 공공연히 야단치고 머리 한두 번 쥐어박았다 해서 토막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또 멕시코의 한 주재원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현지인의 체면을 손상시켰다 해서 며칠 후 권총으로 살해됐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현지인이 “어이!”(‘여보세요’라는 뜻)라고 부르는 것을 한국식 ‘어이’로 착각해 혼내주었다가 베트남 감옥에 갇힌 외국인 1호가 되는 등, 현지문화나 에티켓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일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에티켓을 지키는 것은 문화를 배우는 것이요, 문화를 배우는 것은 우리의 관점을 자기중심적인 차원이 아니라 상대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인식의 폭을 넓혀준다. 현지 문화에 뿌리를 둔 에티켓을 배우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필수사항’이요, 복잡다단한 21세기의 변화를 주도해 나갈 글로벌 리더들의 핵심역량이다.

이제부터 마음의 문을 열고 세계로 가는 에티켓 문화여행을 시작해 보자. 더 이상 일본인들이 국그릇을 들고 먹는다고 상놈이라 놀리고, 프랑스 연인들이 길거리에서 사랑을 속삭인다고 손가락질하고, 브라질 사람들이 시간관념이 없어 게으르다고 말하는 소시민이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All doors open to courtesy(예의바름은 어디에서나 통한다―Thomas FullerM.D.).



주간동아 2000.09.14 251호 (p188~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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