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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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캐리, 그가 돌아왔다

  • 입력2005-06-20 1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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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TV시리즈가 있었다. 주인공은 평소엔 조용하고 평범한 사람이지만, 흥분하면 야수 같은 괴물 헐크로 변한다. 눈동자가 이상한 빛을 띠고, ‘두두둑’하고 근육이 옷을 찢고 나오면서 지적인 물리학자가 괴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이 프로의 재미였다. ‘내 속에 감춰진 또 다른 나’는 영화나 문학작품이 즐겨 찾는 주제 중 하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처럼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상반된 두 가지 인격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영화의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배우의 ‘그럴싸한’ 연기일 것이다.

    ‘두 얼굴의 사나이’처럼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라 코미디의 경우라면 배우의 몫은 더 커진다. 자유자재로 동작과 표정을 바꾸어가며 천연덕스럽게 착한 사람도 되었다가, 또 천하에 몹쓸 악인이 될 수도 있는 사람. 그러면서 10분마다 한 번씩 관객을 웃음의 도가니에 몰아넣을 수 있는 배우가 과연 있을까. 그의 영화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단박에 떠올릴 수 있는 이름, 바로 짐 캐리다.

    짐 캐리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영화 ‘마스크’에서 그는 소심한 은행원이었다가 가면만 쓰면 멋진 영웅으로 돌변했다. 그리고 이번엔 가면도 벗은 채 이성적이고 착한 찰리와, 원시적인 리비도의 결정체 같은 행크를 동시에 연기해냈다. 서로 싸우는 행크와 찰리를 혼자서 연기하는 짐 캐리를 보고 있자면, 그가 태생부터 타고난 코미디언임을 느끼게 된다. ‘마스크’가 그랬듯,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 역시 짐 캐리에 의한, 짐 캐리를 위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이 영화가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세상의 모든 금기를 깨는’ 영화감독 패럴리 형제의 작품이란 점이다. 성과 배설에 대한 외설적 개그를 스크린에 펼쳐놓는 것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데 일가견이 있는 이들 형제 감독은 ‘덤 앤 더머’ 이후 다시 짐 캐리와 손잡고 엽기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탄생시켰다.

    17년 경력의 로드 아일랜드 경찰 찰리는 아내가 흑인 운전사와 눈이 맞아 아이들을 두고 떠나버렸지만 화 한번 안 내고 아이들을 키우며 착하게 살아간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이성을 잃지 않고 마냥 속으로 삭이며 살아가던 그가 어느 날 사람들로부터 심한 모욕을 당한 뒤 포악하게 돌변한다. 마음속에 쌓인 분노가 행크라는 전혀 다른 인격체를 만들어낸 것. 행크는 찰리와 달리 거친 욕을 해대며 인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여자 앞에서 섹스만 밝히는 인물. 어느 날 교통법규 위반으로 경찰에 연행돼 온 아이린(르네 젤위거)이 나타나면서 문제가 복잡해진다. 둘이 동시에 아이린을 사랑하게 되면서 이제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서로 피 튀기는 전쟁을 시작한다.



    패럴리표 영화답게 기괴하고 불편한 장면이 많아 사람에 따라서는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는 영화지만, 정서적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기발한 장면이 많다. 짐 캐리의 뛰어난 연기를 감상하면서, 내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나와 은밀한 만남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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