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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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게 & 아스카, 일본 대중음악이 온다

8월27, 28일 서울공연…세계 2위 음악 생산국 자존심 걸고 ‘교두보’ 확보 나서

  • 입력2005-10-11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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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게 & 아스카, 일본 대중음악이 온다
    구차하게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8월27, 28일 양일간 잠실체조경기장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차게 앤 아스카의 한국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이미 몇몇 일본의 록 밴드들이 한국에서 공연을 가졌지만, 단독으로 대형 콘서트를 여는 것은 차게 앤 아스카가 처음이다. 또한 차게 앤 아스카의 일본 내 인지도 덕분에 이번 콘서트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60여명의 일본 기자단이 내한했고 후지TV는 이 공연을 계기로 한-일 관계를 재조명하는 ‘역사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는 등 떠들썩한 분위기다.

    이처럼 한-일 문화교류의 첫 테이프를 끊는 가수가 된 차게 앤 아스카는 78년 데뷔 이래 지금까지 약 3000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명실상부한 일본의 대표 가수다. 이들의 노래는 누구나 거부감 없이 쉽게 수용할 수 있는 록 발라드로 일본 내에서 드물게 대중과 평론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차게 앤 아스카는 차게(본명 시바타 슈지)와 아스카(본명 미야자키 시게아키)가 이루는 남성 2인조. 둘은 똑같이 58년 후쿠오카 출생이며, 고교시절 처음 만난 이후 뜻을 같이해 차게 앤 아스카라는 팀을 결성,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78년 야마하 송 콘테스트에서의 우승을 계기로 야마하 프로덕션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고, 79년 ‘히토리 자키’란 곡을 발표하며 정식으로 데뷔했다.

    이후 적극적인 라이브 활동을 통해 인기를 얻은 이들은 91년 마침내 그들의 최고 히트곡이라고 할 수 있는 ‘SAY YES’를 발표한다. 이 곡은 한국에서도 영화화됐던 일본드라마 ‘101번째 프로포즈’의 주제가로,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차게 앤 아스카를 일본 최정상 그룹으로 만들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동남아시아로 수출되면서 차게 앤 아스카는 활동영역을 점차 넓혀간다.



    곧이어 발표한 앨범 ‘TREE’와 싱글 ‘Yah ! Yah ! Yah!’ 역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그들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이런 일련의 히트로 이들은 모나코에서 열리는 ‘월드 뮤직 어워드’에서 92년부터 3년간 연속 일본 최대 앨범 판매상을 받기도 했다.

    93년 차게 앤 아스카는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에서 열린 자선 콘서트를 시작으로(이번 한국공연도 입장료 수익 전액을 한국여성기금으로 기부한다), 이후 거의 매년 동남아 순회공연을 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일본뿐만 아니라 범아시아적인 인기그룹으로 부상했다.

    95년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공동 제작한 7분짜리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On your Mark’를 발표했는데, 이 뮤직비디오는 인터넷과 MTV를 통해 전세계에 방영되면서 이들은 월드 아티스트로 성장하게 된다(당시 PC통신과 인터넷 붐이 일기 시작한 한국에서도 이 작품의 인기는 상당했다). 이를 계기로 96년 미국 MTV의 최고 인기프로였던 ‘MTV Unplugged’에 출연했다. 그리고 이들 음악에 매료된 영국 아티스트 보이 조지를 비롯한 여러 서구 아티스트가 차게 앤 아스카의 곡을 영어로 부른 ‘One Voice’가 발매됐다.

    이후 차게 앤 아스카는 소속 음반사를 옮기면서 듀엣활동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간간이 솔로로 뛰는 것에 만족하는 듯했다. 그러나 99년 12월31일 자신들의 고향인 일본 후쿠오카 돔에서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공연을 시작으로 다시금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번 공연이 성사된 배경과 왜 일본이 문화개방의 선봉으로 차게 앤 아스카를 내세웠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세계 2위의 음악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일본이지만, 그들이 자신있게 세계 시장에 ‘메이드 인 재팬’으로 내세울 수 있는 아티스트는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일본이 이웃나라 한국에서 그들의 문화에 대해 점차적 개방을 단행하자, 일본문화의 선진성을 과시하기 위해 내세울 음악을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해답이 바로 차게 앤 아스카였다. 어찌 보면 그들로서는 차게 앤 아스카가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국의 일본음악 팬 중에는 현재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우타다 히카루나,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아무로 나미에가 아니라 왜 차게 앤 아스카인지 의문을 품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한국 내에서 일본문화의 위상이다. 정치적 역사적인 이유를 배제하고라도 한국인들에게 일본문화는 어떤 의미로 각인돼 있는가. 음란, 저질, 퇴폐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만약 아무로 나미에를 첫 주자로 내세웠다면 한국인의 의식 속에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일본문화=퇴폐”라는 등식을 공고히 해주는 역할밖에는 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로 나미에는 한때 일본 10대 소녀들의 비행을 조장하는 노래를 불렀을 뿐만 아니라 19세의 어린 나이에 혼전 임신을 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얼마 전 일본 오키나와에서 있었던 G8에서 아무로 나미에가 일본을 대표해 ‘Never End’라는 테마송을 부르기도 했지만, 이는 그가 오키나와 출신인 덕분이었을 것이다.

    또 현재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우타다 히카루의 경우 10대라는 점과 라이브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해 일본을 대표하는 가수로 내세우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은 대만의 일본문화 개방 때 선두주자로 큰 인기를 얻었고, 이미 아시아의 스타가 되어 있는 차게 앤 아스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차게 앤 아스카’를 받아들이기로 했을까. 이번 공연의 후원을 보면 우리가 이 공연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4월 ‘한국여성기금’ 초청으로 차게 앤 아스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들의 범아시아적인 인지도를 의식한 문화관광부는 ‘2001년 한국방문의 해’홍보사절로,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홍보사절’로 각각 위촉했다.

    차게 앤 아스카는 아시아 국가 공연 때마다 항상 수많은 일본 팬을 몰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도 이 그룹의 공연을 유치하면서 많은 일본 팬이 역사적인 한국공연을 놓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이번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으로 오는 일본 팬이 1만~2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여하튼 이런 점들은 관광수입과 한국의 이미지 제고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에 차게 앤 아스카의 공연이 일방적으로 일본에 이익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들이 출연료를 받지 않고 공연 수익금 전액을 여성단체에 기부한다는 점 역시 일본 대중문화 개방으로 인해 한국인들이 받고 있는 심리적 압박을 상당부분 해소해줄 것이다.

    이번 콘서트가 예상대로 성공을 거둔다면, 일본은 한국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알리는 교두보를 마련하고, 한국은 일본문화 개방을 통해 일방적으로 손해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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