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7

2000.08.17

과학과 함께 떠나는 공룡여행

  • 입력2005-09-14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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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과 함께 떠나는 공룡여행
    아이들은 한결같이 공룡에 열광한다. 공룡책을 읽고 공룡비디오를 보고 공룡인형을 가지고 논다. 열중한 만큼 자연스럽게 공룡박사가 된다. 티라노싸우루스, 스테고싸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벨로키랍토르…. 발음조차 어려운 공룡 이름들을 척척 대서 어른들을 흐뭇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이름조차 까맣게 잊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사람들에게 공룡은 여전히 상상과 만화의 세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융남 박사(40·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초빙연구원·척추고생물학)에게 공룡은 현실이요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다. 그는 공룡에 대해 일반인의 관심이 큰 이유를 세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지구상에서 멸종했다. 살아 있는 공룡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둘째, 덩치가 크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어떤 종보다 큰 동물이다. 셋째, 괴물(monster)이라는 이미지는 매우 자극적이다. 그러나 이박사는 “잘못된 지식이 전달되면 얼마나 큰 교육적 부작용을 낳는지 생각한다면 공룡에 대해서도 그냥 열광할 게 아니라 과학적인 시각으로 공룡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미국에서 척추고생물학(공룡 전공)을 공부하고 국내에 들어와 보니 영화 ‘쥬라기공원’ ‘잃어버린 세계’의 영향으로 공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자료라 할 만한 게 없었다. 있다 해도 일본을 거쳐 들어온 어린이용 공룡책들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과장과 오류, 오역투성이였다.

    “공룡에서 과학을 빼면 그것은 공룡이 아니라 고질라”라고 말하는 저자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들을 정리해 ‘공룡대탐험’(창작과비평사)을 썼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긴 후에도 340컷에 달하는 각종 컬러 사진과 그림, 도표 등을 넣어가며 편집하는 데만 6개월이 걸릴 정도로 공을 들였다.

    이렇게 탄생한 ‘공룡대탐험’은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공룡, 출현에서 멸종까지’는 중생대에 출현하여 번성하다가 사라져버린 공룡의 일대기를 그렸고, 2부 ‘공룡백과’는 말 그대로 공룡에 관한 소백과사전. 공룡이 계통발생학적으로 어떻게 진화돼 갔는지 살펴보고 가장 특징적인 공룡 80여종을 선별해 공룡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제3부 ‘공룡을 쫓는 사람들’은 공룡연구의 역사 탐사와 복원, 전시를 하는 공룡학자들의 이야기다.



    저자가 특히 3부에 주력한 이유는 공룡연구가 고생물학의 주요 학문 분야임을 재인식시켜야 한다는 학자로서의 소명감 때문이었다. 그는 1822년 이구아나 이빨을 발견한 맨텔 부부 이야기부터 공룡연구의 맞수 코프와 마시의 발굴 경쟁 등 유명한 공룡연구자들의 일화를 들려주고, 실제 공룡학자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했다.

    그러나 이 책에 현장감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이융남 박사 자신의 발굴 이야기다. 그는 3부 3장 ‘텍사스의 공룡’에서 자신이 텍사스주 댈러스에 위치한 남부감리대학에서 6년간 탐사하고 발굴한 공룡들을 소개했다. 94년 겨울 아마추어 화석채집가가 그랩바인 호수 근처에서 발견한 이상한 뼛조각이 오리주둥이 공룡의 뒷발 발톱 한 개였음을 확인하고, 그는 발견 장소인 우드바인 지층(9500만년 된 지층)으로 달려가 조사를 마친 결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리주둥이 공룡의 완전한 머리뼈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소식은 CNN뉴스로 전세계에 방영됐다.

    그 밖에도 몽골 고비사막에서 모래폭풍에 시달리며 역시 8000만년 전 모래폭풍에 의해 갑자기 묻혀버린 공룡들을 발굴한 과정 등이 자세하게 실려 있다. 책의 권말에는 공룡일람표, 공룡골격도, 용어해설과 사진 및 그림 출처까지 꼼꼼하게 밝혀두었다.

    아직도 논란이 많은 공룡의 멸종 원인에 대해서는 기존의 운석충돌설이나 화산이론을 들어 설명하고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는 것으로 끝맺는다.

    이융남 지음/ 창작과비평사 펴냄/ 224쪽/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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