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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회창 연합전선을 깨라”

이회창 총재, JP와 우호관계로 ‘경부벨트’ 만들기…국민지도자 이미지 구축 노려

“반이회창 연합전선을 깨라”

“반이회창 연합전선을 깨라”
여권이 반이회창 연합전선을 형성하려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8월3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한 측근은 ‘이총재와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JP)의 회동(7월22일)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측근은 “여권에서는 한나라당을 영남권에 고립시켜 지역당이라는 테두리로 묶어두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맞서는 이총재의 ‘반이회창 연합전선’ 허물기는 취약고리인 충청권을 주공략 대상으로 ‘이미지 정치’라는 형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여권이 반이회창 연합전선 구축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신당 김용환 대표(4월29일), 민국당 김윤환 대표(5월1일)와 연쇄 회동을 하고 난 뒤부터였다.

이같은 소문에 대해 이총재는 “총선 민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 이총재가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은 국회의장 표결(6월5일)과 이한동 총리 인준 표결(6월27일) 이후부터였다. 민주당(119석) 자민련(17석) 민국당(2석) 한국신당(1석) 무소속(1석) 등을 망라한 140석의 ‘연합전선’ 구축을 확인함으로써 전략을 수정하게 된 것.

이총재의 정무보좌역 권영진씨는 “이총재가 김영삼 전 대통령(YS)을 상도동으로 찾아간 것(7월13일)이나 JP를 만난 것 등을 그들과 세력간 연대를 꾀하려 한다는 과거의 틀로만 보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총재의 이미지 변화라는 관점도 중요한 고려 요소”라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과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다르다. 누구든 못 만날 이유가 없다.”(윤여준 의원) “모든 것을 상생의 정치라는 틀에서 보면 된다.”(양휘부 언론특보) “정치인이 누구는 만나고 누구는 안 만난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정태윤 총재비서실 차장) 등 이총재 주변 인사들의 진단도 비슷하다.



이총재측에서는 YS, JP에 이어 김윤환 이기택 전 의원 등과도 만날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JP와의 회동 이후 불거진 밀약설(이총재와 JP가 지난 7월22일 골프장 회동에서 교섭단체 요건을 15석으로 낮추기로 합의했다는 것) 때문에 당분간 현실화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총재의 폭넓은 행보를 위해 서청원 의원-권철현 대변인(YS), 박희태 의원(JP), 양정규 부총재(김 전 의원), 강창성 부총재(이 전 의원) 등이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여권의 ‘연합전선’이 현실화한 뒤 이총재는 비주류인 강삼재 의원에게 납북자-국군포로대책특 위 위원장을 맡기고(7월11일) 김수한 고문과 조찬회동(7월13일)을 갖는 등 당내 ‘비토세력 끌어안기’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이총재측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경우 민주산악회를 통한 독자세력화 움직임만 저지하면 별 문제가 안 된다고 보고 있다. “2002년 대선 때는 똘똘 뭉치자”는 영남 정서 속에서 부산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운신 폭이 그리 넓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 단, 교섭단체 요건이 여권 의도대로 10석으로 낮춰진다면 한나라당 민주계 등에서 별도의 교섭단체를 만들 가능성이 있어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JP. 민주당과 한나라당 간 밀약설 공방이 한창일 때 한나라당은 김 명예총재를 한번도 공격하지 않았다. 국회법 개정안이 날치기 처리된 7월24일부터 8월5일 현재까지 한나라당 대변인실에서 보도자료, 논평 등으로 낸 자료는 모두 43건. 이 가운데 JP에 관한 것은 ‘JP가 골프를 좋아하는 일곱 가지 이유’(8월4일)라는 보도자료 단 하나뿐이었다. 이마저 한나라당 홈페이지에는 올려놓지 않았다. 측근들도 “김 명예총재가 직접 밀약설을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윤여준 의원) “앞으로도 이총재와 JP의 관계는 괜찮을 것”(양휘보 언론특보) “시간이 지나면 두 분은 또 만날 것”(이총재의 한 측근)이라고 이야기한다.

최근까지 ‘JP 무시 전략’을 구사했던 이총재측이 이처럼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배경은 무엇인가. 이총재측이 충청권을 ‘반이회창 연합전선’을 허물 수 있는 취약고리로 판단하기 때문일 거라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그동안 정가 일각에서는 여권에서 수도권-충청권-호남권-영남 일부를 묶는 이른바 ‘L-project’를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여권의 L-project에 맞서 우리는 ‘경부프로젝트’(이총재에 대한 영남권의 지지를 충청권을 통해 수도권으로 북상시키는 것)를 마련하고 있으며 이를 현실화하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청권은 L-project와 경부프로젝트의 접점에 위치한 곳. 때문에 여야간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데다 JP와 민주당 이인제 상임고문 간의 불화가 이총재에게 뚫고 들어갈 틈을 줬다는 것. 이총재의 한 측근은 “2002년 대선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는 충청권이 될 것이고 이런 측면에서 JP와 굳이 나쁜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총재의 ‘반이회창 연합전선 허물기’가 과거와 다른 틀로 전개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른바 ‘이미지 정치’다. “지금은 이미지 정치 시대다. 협량-독선적이라는 이총재의 이미지를 정치원로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 ‘통큰 사람’으로 자연스레 바꿔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세력은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다.”(이총재의 한 보좌역)

그는 “‘반이회창 연합전선’을 허무는 작업은 국가지도자-국민지도자 이미지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두 개의 틀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진행되고 있다는 것. 이총재가 YS와 JP 등을 만나는 것은 통합-조정력을 보여주는 국가지도자 이미지 구축과 연결돼 있다. 국민지도자 이미지 구축은 최근 이총재가 시도하고 있는 ‘민생현장 방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총재는 8월8일 전남 광양에서 열리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 참석을 시작으로 인천신공항 건설현장, 충북 영동 미래연대(한나라당 개혁파 초선의원들 14명의 모임) 농활 참가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총재는 ‘반이회창 연합전선’ 중심에 서 있는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유화 제스처를 취하는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한나라당 기획위원회(위원장 맹형규 의원)는 최근 이총재에게 “김대통령이 위기감을 느끼고 이총재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집권 플랜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현 정권 실세들에 대한 정치보복이나 호남 출신 인사들에 대한 인사상 차별이 없도록 하겠다”는 등의 실천 방안도 들어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총재의 한 측근은 ‘화해적 청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집권 이전 발생한 일에 대해서는 화해적-관용적 청산작업을 하는 대신 집권 이후에는 ‘사면복권을 하지 않겠다’ ‘각종 비리나 범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리하겠다’는 등의 선언이 필요하다”는 것. ‘반이회창 연합전선’을 무너뜨리고 대권을 거머쥐려는 이총재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00.08.17 247호 (p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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