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6

2000.08.10

‘고래 심줄’이 따로 없네

민주당 박상희 의원 중소기업회장직 버티기 일관 …당에선 “본인 알아서 할 일” 수수방관

  • 입력2005-08-22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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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 심줄’이 따로 없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협의회(중기협) 회장인 민주당 전국구 박상희 의원의 감투욕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국회의원이 된 후 중기협 회장직을 사퇴하겠다던 그의 약속은 계속되는 말 뒤집기에 이어 급기야 휴짓조각이 될 전망이다.

    박회장은 4·13총선을 앞두고 3월 말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적 중립 훼손 등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총선 후 사퇴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총선이 끝난 뒤엔 “10월 세계중소기업자대회를 마치고 사퇴하겠다”며 말을 바꿨고, 요즘엔 “어차피 내년 2월에 차기선거가 열리기 때문에 번거롭지 않느냐”며 임기를 끝까지 채울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는 MBC TV ‘성공시대’에 출연할 정도로 국내의 대표적인 중소기업인. 그러나 지난해 5월 그가 운영하는 미주실업과 미주제강 등 5개사 중 4개 계열사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대우사태가 터진 뒤 바로 전경련 회장직을 내놓은 것과 달리, 그는 오히려 여당 국회의원으로 변신하면서 중기협 회장직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바쁜 정치일정 때문에 중기협 사무실에도 잘 나가지 못하지만 그는 회장 자격으로 남북경협과 금융대책 등 현안을 논의하는 경제5단체장회의에는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부실기업주로서 부실은행 정리 등 금융현안을 논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경제단체장과 ‘당론’을 따르는 정당원을 겸직하면서 정체성 혼란은 이미 예견됐던 일. 이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박의원은 외국인 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해 민주당이 당내에 설치한 ‘외국인 노동자 특별대책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그러나 이 대책위에서 추진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시 임금상승과 절차가 복잡해지는 것을 우려해 중소기업인들이 반대하고 있다.



    결국 박회장은 중소기업인들로부터는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회장이 무엇하고 있느냐며 성토를 당하고 있고, 시민단체들로부터는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라며 대책위에 박의원의 참여를 반대하는 등 협공을 당하고 있다.

    더구나 박회장은 1996년 외국인 산업연수생 관리회사 선정과정에서 연수생 송출입업체로부터 20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98년 12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현재 서울지법에서 1심 재판이 계류 중이어서 도덕성 시비는 더욱 불거지고 있다.

    중기협 회장은 공식적으로 경제5단체장의 한 축을 이루면서 경제장관 등과 수시로 만나 중소기업정책을 논한다. 때로는 정치적으로 국회의원보다 더 막강한 힘을 갖기도 한다. 이 때문에 3년 임기인 중기협 회장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정당의 총재 경선에 버금가는 선거전이 벌어진다. 중소기업계 일각에서는 “박회장이 자신의 기업을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이 된 뒤에도 중기협 회장 자리를 끝까지 고수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총선 전 중소기업 대표 300여명과 함께 무더기로 민주당에 입당한 박회장의 거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내가 할 이야기가 아니다”며 말문을 닫았다. 이처럼 여당지도부는 박의원 문제에 대해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수수방관하는 상태. 이 때문에 여권이 뭔가 박의원에게 약점을 잡혔거나, 여권 고위층에서 박의원을 보호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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