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5

2000.08.03

좋은 거짓말

  • 이응춘/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3가

    입력2005-08-18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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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거짓말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할 때도 있고 아이들과의 약속을 깜박 잊어버려 본의 아니게 거짓말하는 부모가 될 경우도 있다. 거짓말이 반복되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로 뒤덮인 21세기를 살아가면서 때로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경우도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맞벌이를 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는 남자 가장들의 경우 쥐꼬리만한 봉급마저 매월 통장으로 입금되다 보니 돈은 구경도 못한 채 항상 용돈이 부족하게 마련이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내에게서 한 달치 용돈으로 10만원을 받지만 10만원으로는 교통비, 점심값, 커피값으로도 모자란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별도의 용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보니 아내 몰래 비자금을 만들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내는 적은 봉급으로도 근검절약하여 가계를 이끌어간다. 그렇지만 남들처럼 넉넉한 생활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학원비를 납부하다 보면 항상 생활비가 부족하고 그나마 모아놓은 돈은 매년 인상되는 전세비로 쓰이게 된다. 이런 문제들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아내 몰래 부업을 시작했다. 백화점 신용카드 영업이었다. 한 건 유치하는 데 몇천원씩 수당을 받아 통장에 모으기 시작했고 몇 달이 지나자 100만원의 비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술 담배를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쪼개 한푼 두푼 저축한 결과였다.

    결혼생활 12년 동안 여행 한번 제대로 못했기에 이 돈으로 아내와 함께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때마침 다가온 결혼기념일에 제주도 3박4일 여행권을 구입해 아내에게 선물했다. 아내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했고 또한 기뻐했다. 그동안의 고생이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

    이렇게 비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던 데에는 거짓말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내에게는 주로 도서관에 공부하러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내의 추궁에 여러 차례 다른 거짓말로 둘러댄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부 사이에 이런 거짓말이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다.



    거짓말을 자주 하다 보면 양치는 소년처럼 상습적으로 하게 되어 다른 사람에게 신용을 잃을 수도 있지만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한 것 같다. 우리는 정치인들과 사기꾼, 사업가들이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일삼는 것을 자주 본다. 물론 이런 거짓말은 사라져야겠지만 남몰래 좋은 일을 위해 사용되는 참된 거짓말은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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