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4

2000.07.27

주체할 수 없는 방랑벽… “여행은 곧 자유”

  • 김현미 khmzip@donga.com

    입력2005-08-03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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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가 조주청씨(55)를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부럽다”는 말부터 꺼낸다. 국내 오지란 오지는 다 가보았고, 이제 전세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느라 일년의 절반은 한국에 없는 그의 떠돌이 삶을 부러워하지 않는 이가 드물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머지 시간 동안 그가 부지런히 원고 쓰고 그림 그려서 여행비를 마련한다는 사실은 잊어버린다. 삶의 절반은 여행으로, 나머지 절반은 여행준비로 보낸다는 것을.

    ‘지구떠돌이 함께 뒹굴며 108나라’(금토 펴냄)는 그가 지난 15년 동안 여행한 나라의 단편적 기억을 모은 것이다. 남태평양, 카리브해와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북구 등 108나라에서 겪은 주관적 체험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백미는 서문 ‘나 홀로 여행을 재미있게 하는 7가지 조건’에 있다. “준비는 없을수록 자유롭고, 말은 모를수록 편하다”는 말 그대로 그는 속옷 한 벌, 양말 두 켤레, 비옷 겸 점퍼, 치약`-`칫솔, 면도기로 여행준비가 끝난다. 여행 코스도 사전에 완벽하게 짜지 않는다. 여행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또 오지에서는 ‘개판영어’가 더 잘 통한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언어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대신 어디서든 누구와든 어울릴 수 있는 넉살만큼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조언을 염두에 두고 책이 펼쳐지는 대로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자유’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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