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3

2000.07.20

‘회장자리’ 짝사랑으로 끝나려나

최원석씨 동아건설 회장 공채 응모…채권은행단 등 복귀 반대 거세 실현은 힘들 듯

  • 입력2005-07-22 13: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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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장자리’ 짝사랑으로 끝나려나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이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최 전 회장의 컴백 시도는 ‘한여름밤의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채권은행단과 동아 임직원들이 최 전 회장의 복귀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위 관계자도 “채권은행장들이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최 전 회장 복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어떤 기업이 채권은행 돈을 정해진 날짜에 갚지 못할 경우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변제 날짜를 연기해주는 것 △경영진 교체 △회사를 분할해 재구성하는 방법 등 크게 세 가지”라고 전제, 최 전 회장의 경우 두번째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덧붙였다.

    동아건설은 현재 채권은행단이 대출금 802억원을 출자전환, 53.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채권은행단은 변호사 교수 공인회계사 등 외부 인사와 채권은행단 관계자 2명 등 7명으로 경영진 추천위원회를 구성, 공정하고 투명하게 회장과 사장을 선임한다는 방침. 경영진추천위원회가 결정한 회장과 사장 후보는 채권단운영위원회 승인을 받아 7월21일 예정된 동아건설 임시주총에서 정식 선임된다.

    98년 5월 부실경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최원석 전 회장이 다시 세인의 관심을 끈 것은 7월 초. 작년 혼인신고를 한 전 방송인 장은영씨와 서울 장충동 자택에서 조용히 지내던 그가 ‘느닷없이’ 6월30일 마감한 동아건설 전문경영인 공채 회장에 정식 응모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이에 앞서 서울은행 등 동아건설 채권단은 6월7일 경영진간 갈등과 경영악화, 4·13 총선 당시 특정 후보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 의혹 등의 책임을 물어 고병우 전 회장과 이창복 전 사장을 퇴진시켰다. 이어 공개 채용을 통해 경영진을 뽑기로 하고 이번에 1차 지원자 신청을 마감했다.



    동아건설 주변에서는 그간 최 전 회장의 컴백설이 간간이 나돌았다. 그는 5월경 평소 알고 지내던 검찰 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경영에 다시 복귀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조심스레 의견을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인사는 “여론이 부정적일 텐데 가능하겠느냐”고만 답했다고 한다.

    일부 직원들이 고병우 전 회장 퇴진 배후에 최 전 회장이 있다는 의혹을 갖는 것도 최 전 회장의 이런 집착 때문으로 해석된다. 동아건설의 한 임원은 “고병우 전 회장이 4·13 총선 당시 일부 후보들에게 돈을 뿌렸다는 것이 잘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최 전 회장측이 고병우 전 회장을 흔들기 위해 언론에 그런 사실을 누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물론 최회장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뛴다.

    그러나 동아건설 내에는 최 전 회장의 복귀를 바라는 임직원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 간부는 “고병우 전 회장이 취임 이후 한 건의 수주도 하지 못하는 등 회사경영에 문제를 보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최 전 회장 복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간부는 특히 최 전 회장이 복귀해야 동아건설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 수주도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전 회장도 7월9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98년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자 부자인 은행에 맡기면 잘되겠지 하는 생각에 미련없이 회사를 나왔는데 지금은 회사가 뿌리째 흔들리는 상태가 됐다”면서 “지금 회사가 잘 굴러가고 있으면 다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시 일하게 된다면 오너로서보다 전문경영인으로서 경영에 복귀하는 것이고, 고생만 할 것이 뻔하다”면서 “그러나 20년 동안의 경험을 살려 회사만큼은 제 궤도에 올려놓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감위 관계자는 “최 전 회장이 복귀해야 리비아 대수로 공사 추가 수주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그럴듯한 구실에 불과할 뿐 믿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최 전 회장의 복귀 시도가 물건너갔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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