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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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기술’은 망한다

  • 입력2005-07-06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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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없는 기술’은 망한다
    최근의 기술 발전은 일하는 방식뿐 아니라 여가를 즐기는 방식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영화 TV 출판 음악 게임 광고 등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부문뿐 아니라 이제 사회 전반에서 즐거움을 주는 기술이 과거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우선,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신기술이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영화부문에서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특수 효과가 관람객들에게 끝없는 상상의 세계를 제공하고 있음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이와 더불어 인터넷 기술은 커뮤니케이션의 향상을 통해 영화제작 과정을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업계 종사자간 정보 교환 및 사업 거래를 원활하게 해주는 웹사이트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으며, 영화사들은 내부 인트라넷을 이용한 관련자들의 정보 공유를 통해 엄청난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MP3 파일의 불법유통 문제에서도 역시 해결책은 신기술이다. 저작권 보호를 위한 표준을 마련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어 그 결과 2001년 초에는 CD를 불법 복제하거나 웹을 통해 불법 다운로드 받을 경우 파일 자체에 손상이 가해지는 보안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음반회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향후 음반유통시장을 지배하려는 것이어서 기존 유통시장의 구도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게임기 부문에서는 소니 닌텐도 세가 등 대형 게임기 제작업체에 더해 MS사 등 PC기반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 업체의 다양한 전략 중에서 공통적인 현상은 보다 많은 기술적 요소가 가미되고 보다 기능이 확대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미 게임기를 커뮤니케이션 제품으로 진화시키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으며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킹’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PC와 TV의 기능이 통합되면서 게임기 업체와 PC기반 게임업체 간의 한판 승부가 점쳐지기도 한다.

    다른 부문에 비해 보수적인 특성이 강했던 출판업계에도 인터넷 태풍이 상륙하고 있다. 출판업계에서는 자동화 및 디지털화가 지연되면서 서적의 공급부족이나 재고처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출판업계에서도 디지털화된 새로운 프로세스가 구축되고 있다. 서적의 주요 내용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은 출판업체의 업무 효율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편리함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처럼 전통적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각 부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변화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변화는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경쟁상대를 누를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에 잡히는 상품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어 가면서 ‘느끼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대형 할인매장의 매상은 그 점포가 어떤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도입하여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는지에 직결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다양한 오락 요소를 도입한 기내 서비스로 경쟁사에 대항하고 있으며, 딱딱한 경제뉴스 전문 채널에서도 즐길 수 있는 내용을 도입하고 있다.

    더 큰 규모의 변화도 있다. 도심 공동화와 슬럼화로 고심하던 미국의 몇몇 도시들은 거대복합상영관(메가 플렉스)을 중심으로 쇼핑몰, 놀이공원까지 결합된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통해 다시 사람들을 중심가로 모으는데 성공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함께 이제 엔터테인먼트는 일과 여가를 포함한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 점점 더 깊이 침투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산업부문도 이러한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들에게는 엔터테인먼트의 발달이 더욱 피곤한 삶을 가져다 줄지 모른다. 이것이 21세기 산업구도의 역설이라면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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