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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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뛰기 이진택, 여유도 대표급

  • 입력2005-12-23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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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이뛰기 이진택, 여유도 대표급
    경북고 시절 국가대표로 발탁된 육상 남자 높이뛰기 국가대표 이진택(28·대구시청)의 별명은 스카이 리(sky lee)다. 그는 태릉선수촌 생활이 벌써 11년째다. 전 종목을 다 합해도 태릉에 오래 산 것으론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태릉귀신’이다. 대구가 고향이지만 이제 태릉이 자기 집처럼 더 편안하다고 한다.

    올림픽을 앞두고 최근 기대했던 만큼 기록이 나오지 않아 주위에서는 걱정이지만 본인은 이상하리만큼 밝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이진택은 1m90에 70kg의 호리호리한 체격이다. 옷을 벗으면 군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의 ‘각선미’는 태릉에서 알아주는 모델급이라고 한다. 피부는 햇볕에 그을렸고 작은 눈이 무척 선하게 보인다.

    이진택은 육상계에선 대표적인 ‘범생이’로 통한다. 본인은 “(운동을) 하다보니 놀 때를 놓쳤다”고 하지만 원래가 그런 타입이다. 취미는 독서와 컴퓨터. 운동이 끝나면 컴퓨터 앞에 앉거나 책을 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기껏 태릉후배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이 가장 잘 노는 축에 속한다.

    선후배간 ‘군기’가 센 운동세계에서 최고참이 이렇다보니 육상대표선수들은 사실 좀 피곤하다. 지도자들 몰래 슬쩍 술을 한 잔 하고 싶어도 ‘왕고참’ 이진택의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96애틀랜타서 한국 올림픽출전 사상 육상필드 종목의 첫 결선진출, 97하계유니버시아드 우승(2m32), 98방콕아시아경기대회 우승, 99세계선수권 역대 한국최고성적(6위), 한국기록보유자(2m34). 아시아 최고의 높이뛰기 선수 이진택의 경력은 화려하다. 마라톤 중심의 척박한 한국 육상에서 그는 ‘아스팔트에서 핀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그는 부진하다. 97년 유니버시아드대회 이후 2m3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99년 2m29(세계선수권)로 올림픽진출권을 확보했지만 2000시즌 최고기록이 2m25이고, 최근 국내대회서는 2m20에 그쳤다.

    일부에서는 ‘전성기가 지났다’ ‘운동을 게을리한다’는 등 걱정과 비난이 많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하다.

    “컨디션이 나쁜 편은 아니에요. 워낙 예민한 종목이라 경기적응력이 좀 더 필요해요. 목표를 올림픽에 맞추고 있기 때문에 좋아질 겁니다.” 사실 지구 중력과 싸우는 높이뛰기는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최고기록은 연습 때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개구리가 높이 점프하기 위해서는 힘을 비축하듯 높이뛰기 선수도 컨디션을 조절하다가 대회 당일 폭발적인 힘을 내뿜어야 한다.

    또 최고기록이 2m34라고 해서 항상 그 수준을 뛰는 것은 아니다. 세계기록(2m45)보유자 소토마요르도 국제대회에서 2m30 근방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진택은 “예전에는 기록이 안나오면 제가 먼저 조바심이 났어요. 하지만 이제 여유가 생겼어요.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또 생각보다 기록이 저조해도 계획대로 운동을 하면 반드시 좋은 성과가 나오는 걸 알거든요”라고 답했다. 스카이 리는 이진택의 이메일 주소이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높이뛰기 인생’ 이진택의 모습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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