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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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투자자금 떠난 흔적 없다”

위기설 터무니 없어… 공적자금 64조원으로 회전, 클린뱅크 반드시 실현

  • 입력2005-12-20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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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 투자자금 떠난 흔적 없다”
    금융시장이 혼미를 거듭하는 가운데 5월24일 열린 당정회의에서 ‘실패한 경제관료’라는 질책까지 들어야 했던 재경부 관료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재경부 내에서 거시 지표, 금융, 기업구조조정 등 최근 경제현안을 총괄 조정하는 핵심 위치에 서있는 권오규 경제정책국장은 말을 아꼈지만 답답하고 억울하다는 속내를 숨기지는 않았다. “이제는 레토릭(修辭)이 필요한 게 아니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최근 증시폭락 등 금융시장 불안 문제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 시장을 떠난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위기설을 일축했다.

    당정회의 분위기가 꽤나 무거웠을텐데….

    “장관께서도 왜 그런 지적이 나왔는지 다들 돌이켜 보자는 말씀을 했다. 정부는 당정회의에서 공적 자금에 관해 아주 상세한 자료를 내놓았다. 날짜별 기관별로 공적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상세히 기술했다. 그러나 IMF 위기 초기에는 정부 지급보증 형태의 공적자금이 아닌 별도의 추가자금을 사용한 것도 26조원이나 된다. 중소기업의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중소기업은행 증자에 참여한 것 등이다. 이런 자료들까지 모두 투명하게 공개했는데….”

    그런 자료를 공개한 것은 처음인가?

    “전체적으로는 수시로 자료를 제공하지만 매 건마다 공적자금이 얼마나 나갔고 얼마가 회수되었는지 밝힌 것은 처음이다.”



    당쪽에서 요청이 있었는가?

    “공적자금 규모나 사용처를 모르겠다거나 불투명하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를 공개한 것이다.”

    그렇다면 공적자금 논란은 이제 불식된 것으로 보는가.

    “공적자금에 대한 오해는 불식되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현재 시중에는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라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것은 해당 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실사에 들어가 부실의 모든 내용을 파악한 뒤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예금보험공사나 자산관리공사의 채권을 발행해 조성한 돈을 갖고 은행의 부실채권을 사든지 아니면 증자에 참여하든지 예금을 대지급하든지 하는 방법으로 진행해야 한다.”

    은행 부실은 이미 금감원에서 5월초까지 조사하지 않았는가.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에 따라 은행 여신을 정밀 조사한 것은 작년 12월말부터였다. 이것은 미래의 대출금 상환 능력까지 감안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라는 것이다. 충당금이 충분하게 쌓여 있는지를 감독당국에서 6월말까지 더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수한 은행은 클린뱅크 선언을 유도할 것이다. 머지 않아 은행 한 개가 주주와 투자자들을 모두 모아놓고 회계 장부를 속속들이 설명한 뒤 클린뱅크 선언을 내놓게 될 것이다.”

    추가 부실이 발견되면 어떻게 하는가.

    “경영정상화 계획을 통해 부실을 메워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그래도 부족할 경우에는 후순위채를 발행하도록 정부가 일부 도와주고 이것도 어려울 경우 비로소 정부가 증자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때에 가서야 국회동의도 필요하고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적자금도 현재로서는 64조원을 갖고 회전시키겠다는 것인데 왜 그것을 갖고 시비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은행들은 경영정상화 계획을 내놓고 버티기로 나올 것이 뻔한데 결국 구조조정이 장기화되면서 부실은 심화되는 것 아닌가.

    “은행들이 경영정상화를 뒤로 미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뒤로 미뤄서 부실이 발생하거나 커지게 될 경우 본인에게 책임이 모두 돌아온다. 현재 1000명이 넘는 금융기관 임원이 고발되어 있고 임원진 재산도 가압류처분되어 있다. 이에 대해 모두 소송을 걸어서 재판 계류중이다. 그 사람들은 판결에 따라서는 전재산을 날릴 뿐 아니라 신체상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사후적 처벌은 당연한 것이지만 문제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주는 심리적 불안감이 계속되는 것 아닌가.

    “모든 걸 한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꾸준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팔당호가 오염되었다고 해서 팔당호를 바닥에서부터 한꺼번에 준설하겠다고 들면 상수원으로서의 기능은 상실돼 버린다. 상류 부분부터 차례차례 준설 작업을 해야 한다.”

    언론의 지적이나 정치권의 질타가 억울하다는 말인가

    “조급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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