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7

2000.06.08

“정상회담서 북한인권 거론해 달라”

황장엽-김덕홍씨 입장 발표…북한 주체는 2천3백만 주민, 일방적인 양보 ‘안될 말’

  • 입력2005-12-08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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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회담서 북한인권 거론해 달라”
    1997년 2월12일 중국 베이징의 한국영사관으로 망명해 국내외에 큰 충격을 주었던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씨와 전여광무역 총사장 김덕홍씨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온 세상 사람들이 모조리 김정일과 타협하고 그를 포용한다 하더라도 우리들만은 그럴 수 없으며, 그와의 투쟁을 끝까지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언해 주목받고 있다.

    탈북자동지회보인 ‘민족통일’ 5월호에 ‘역사 앞의 다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글에서 두 사람은, ‘3년 전 남으로 넘어올 때 남한 형제들에게 북한의 참상을 그대로 알려주고 힘을 모아 싸우면 5년 이내에 김정일 독재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족통일의 문을 열어 놓을 수 있다고 예측했는데, 이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우리는 남한을 잘 몰랐으며 남한 동포들도 북한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명백히 알았다’며 위와 같이 선언한 것이다.

    두 사람은 ‘민족통일’ 4월호에서도 같은 내용의 글을 실은 바 있다. 보다 정교한 논리를 담고 있는 4월호 글에서 두 사람은 ‘국가 대 국가 관계는 ‘평화공존’을 지향해야 하지만, 남북한은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그런데 평화통일을 방해하는 것은 주변 4강이 아니고 남한도 아니다. 수령 절대주의를 주장하는 북한이다’며, ‘주한미군은 평화를 보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평화통일 방해 세력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황장엽씨는 모스크바대학에서 헤겔의 변증법을 공부한 철학박사다. 모스크바 유학 후 그는 김일성대 창립 10주년 때 ‘부정의 부정의 철학’이란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논문이 주체사상을 형성하는 기초가 됐다. 부정의 부정의 철학이란 “세상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살피면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인 모순을 찾아낼 수가 있다. 이러한 모순을 없애는 것이 발전인데, 모순을 없애기 위해서는 정-반-합의 변증법적 논리를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모순을 찾아내고, 그 모순을 변증법에 따라 해결하는 ‘주체’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두 사람은 이 글에서 ‘북한통치자들은 수령의 남침 의욕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마치 김일성이 남북 전체 인민의 민족적 지도자로 공인되어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으며, 김정일은 김일성의 장남으로 수령의 지위를 세습하고 수령의 남침 야망을 실현하는 것이 본분인 것처럼 분수없이 행동하고 있다. 수령 절대주의 정권이 강화되면 북한 정권의 침략성도 강화된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가장 친한 위대한 인방(隣邦·이웃나라)인 중국도 물심양면으로 막대한 원조를 주면서도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어 주지 못하고 있다(그런데 주적 관계인 한국이 북한을 개혁-개방시킬 수 있겠느냐)’며 ‘북한이 수령 절대주의를 변경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대북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황씨가 강의한 김일성대 출신으로 지금도 황씨를 자주 만나는 한 인사는 “황선생은 북한의 주체를 김정일이 아닌 2300만 북한 동포로 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황선생은 배가 고파 이남으로 온 사람이 아니다. 김정일 때문에 민족의 장래에 큰 불행이 닥쳐온다는 것을 감지하고 이를 남쪽 동포들에게 알림으로써 미연에 방지하려고 온 사람이다. 하지만 황선생은 남한 생활에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어 자유롭게 뜻을 밝히지 못해 왔다. 이런 가운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니, 황선생은 많은 제약을 무릅쓰며 ‘정상회담도 남한 국민의 세금으로 열리는 것인 만큼 김대통령은 자기 중심으로 일방적인 통일을 노리는 김정일에게 양보만 하지 말고, 북한의 주체인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신장을 거론해 달라’는 뜻에서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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