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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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도 386 입김 세졌네

  • 입력2005-11-01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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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계도 386 입김 세졌네
    공휴일이 많은 5월은 공연이 집중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아이들 손잡고 가는 ‘어린이용’ 이거나 노부모를 위한 효도잔치다. 솔직히 ‘386’들은 갈 데도 없고 갈 시간도 없다.

    공연뿐만 아니라 음반계에서도 386 대상으로 앨범을 만들면 장사가 안된다. 요즘 우리 나라 음반 시장을 먹여 살리는 것은 여러 가수의 곡을 한 장에 담는 ‘편집 앨범’이다. 그 중에도 10, 20대를 겨냥해 댄스곡이나 발라드 곡을 모으면 백발백중 ‘된다’는 게 음반 담당자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유독 386세대를 겨냥한 음반만 매출이 저조하다. 오히려 아바 비틀스 카펜터스 블론디 이글스 등으로 대표되는 60, 70년대 올드 팝 세대(40대 후반 이후 세대)의 구매력이 높은 편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가요무대’에 친숙한 노년층이 확실하게 추억의 가요 팬으로 자리잡고 있다.

    왜 음악계에서 386세대는 공백이 돼버렸을까. 이들도 한때는 대중 음악의 중심에 있었다. 이들의 학창시절인 80년대는 서양 팝의 전성기였다. 지금 10대들이 가요에 열광하는 것처럼 386들은 이 시절 FM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에 심취했고, 음반 시장을 좌지우지했다.

    세월이 20년쯤 지나 학창시절에 즐겨 듣던 음악에 향수를 느낄 때도 됐건만 386들은 좀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공연기획자나 음반기획자들이 아예 포기해버린 세대가 됐다.

    하지만 최근 386을 겨냥한 음반 판매량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소니뮤직은 ‘오라이 386’ 2집을 냈다. 예상 외로 지난해 발매한 ‘오라이 386’ 1집의 판매고가 꾸준히 올라간 덕분이다. 2집은 만원 버스에 시달리며 등교하던 ‘그 시절’ 모습을 재킷에 담아 향수를 자극했다.



    또 공연장에서도 작년부터 386의 위력이 나타나고 있다. 록 기타리스트 잉베이 맘스틴 내한 공연에는 넥타이 부대가 몰려들어 공연기획사를 놀라게 했고, 세실극장에서 열린 유익종 콘서트는 입석까지 꽉 차는 대성황을 이루며 유익종에게 제2의 전성기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가창력 있는 가수 김경호나 이은미 콘서트가 꾸준히 인기를 얻는 것도 386들이 움직인 덕분이다.

    이처럼 386세대가 문화계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반가운 한편 이런 생각도 든다. 세상을 바꿀 것처럼 펄펄 뛰던 사람들도 ‘향수’에 눈을 돌리는 것을 보면 세월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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