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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재검표

“뒤집기냐 굳히기냐” 피말리는 연장전

박빙 승부 많아 재검표 잇따를 듯…‘기적 연출될까’ 초미 관심

“뒤집기냐 굳히기냐” 피말리는 연장전

“뒤집기냐 굳히기냐” 피말리는 연장전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김중권후보와 접전을 벌인 한나라당 김광원의원은 4월13일 숨막히는 개표과정을 차마 지켜볼 수 없어 측근들에게 “나중에 개표결과만 알려달라”고 말한 뒤 모처로 숨어버렸다.

시종 엎치락뒤치락한 1위 자리는 자정을 넘기면서 김광원의원으로 굳어지기 시작했고 김의원은 끝내 김중권후보를 19표차로 따돌렸다. 가슴을 쓸어내린 김의원은 ‘19’라는 숫자를 기념하기 위해 지구당 당직자들과 19차례 만세를 하며 ‘신승’을 자축했다고 한다.

축배를 든 당선자의 이면에는 낙선자의 쓰라림이 있는 법.

근소한 표차로 고배를 마신 낙선자들은 개표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허점’에 주목한다. 재검표를 통해 개표과정의 실수가 드러난다면 혹시나 당락의 반전이 있지 않겠느냐는 실낱 같은 희망 때문.

이처럼 애석한 낙선자들이 재검표를 겨냥해 법원에 투표함 보전신청을 낸 선거구는 김중권후보의 경북 봉화-울진을 비롯해 △서울 용산 △서울 동대문을 △인천 중-동-옹진 △경기 군포 △경기 광주 등 6곳(4월24일 현재). 앞으로 충북 청원과 경남 진해에서도 투표함 보전신청이 접수될 것이라고 중앙선관위는 전망했다.



경기 광주에서 한나라당 박혁규후보와 막판까지 ‘시소게임’을 벌인 민주당 문학진후보는 3표차로 배지를 놓쳤다. 서울 동대문을에서 한나라당 김영구의원에게 밀린 민주당 허인회후보는 11표차, 충북 청원에서 한나라당 신경식의원에게 낙선한 자민련 오효진후보는 16표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신의원과 오후보는 지난 15대 총선당시에도 막판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 신의원이 375표차로 신승한 적이 있어 오후보의 속은 더욱 쓰린 상태. 한나라당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투표함 보전신청을 낸 진영후보는 민주당 설송웅당선자와 막판까지 숨막히는 접전을 벌이다 113표차로 분루를 삼켰었다.

방송사의 출구여론조사가 빚어낸 엄청난 오보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선거는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한 진기록을 세웠다. 20표차 이내로 당락이 갈린 선거구가 네 곳이나 됐는데 15대 총선 당시 가장 근소한 표차가 350표(경기 안양만안)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 총선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 지금까지는 3대 때 전남 완도에서 김선태후보가 이준호후보를 7표차로, 2대 때 전남고흥갑에서 박팔봉후보가 손문경후보를 19표차로 이긴 경우 등이 있다.

재검표를 기다리는 낙선자들은 14대 총선당시 서울 노원을에서 36표차로 당선한 김용채의원(공화)이 재검표 과정에서 상대후보였던 임채정의원(평민)에게 오히려 172표차로 역전당한 기억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재검표의 핵심은 무효표 판정 여부.

선거법에는 ‘어느 난에 찍은 것이 불분명할 때 무효’라고 명기돼 있지만 ‘불분명’의 잣대에 대한 의견차이가 남아 있기 때문.

예를 들어 날인이 투표용지의 양 후보 한가운데 찍혔을 때 선관위와 법원은 많이 기운 쪽으로 손을 들어주지만 이에 대한 판정이 쉽지 않다고 한다.

역대 총선사상(15대 총선까지) 재검표를 포함한 당선 및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된 건수는 700건 정도. 이 가운데 재검표는 200여건 정도 이뤄졌지만 당락이 바뀐 경우는 △4대 3건 △7대 1건 △9대 1건 △14대 1건 등 겨우 6건에 불과하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당장 15대 총선이 끝난 직후 9개 선거구에서 재검표가 실시됐지만 일부에서 표차의 변동만 있었을 뿐 당락이 바뀐 경우는 없었다.

중앙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14대 노원을에서는 당시 임채정후보측 참관인이 있던 개표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며 “자기 후보측 참관인이 있어 안심하고 표를 살피기보다는 숫자만 계산했던 것인데 이 표뭉치가 바뀌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앞으로도 큰 이변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무튼 총선후 6개월 안에 실시될 재검표의 ‘바늘구멍’을 뚫고 생환할 낙선자가 누구일지 정가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사실이다. 막판 이변을 기대하는 인간의 심리 때문일까.



주간동아 2000.05.04 232호 (p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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