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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과 지옥 넘나든 총선 출구여론조사

여론조사가들 하루아침 ‘벌거숭이’

천당과 지옥 넘나든 총선 출구여론조사

16대 총선에서도 15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방송사가 실시한 선거예측조사가 크게 빗나갔다. 영국에서도 1992년 총선에서 해리스나 갤럽 등 유수의 여론조사기관들이 노동당의 승리를 예측하였지만 실제 결과는 보수당의 승리로 나타난 적이 있었다. R&R은 방송사 여론조사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여론조사를 하는 한 사람으로서 또 하나의 실패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번에 참여한 조사기관들은 선거예측에 있어 전화여론조사로 일단 비경합지역과 경합지역을 구분하고 경합지역으로 지정된 80 군데만 출구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구조사란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나오는 투표자들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조사하는 방식으로 1983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이래 이제까지 가장 정확한 선거예측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출구조사를 제대로 실시하려면 과학적인 조사설계와 조사인력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즉, 총 227개 선거구의 1만6000개에 달하는 투표소를 선정할 때 지역구의 특성을 반영하도록 투표소를 잘 선정해야 하고, 그 투표소 앞에서 무작위의 원칙을 지켜가며 조사해야 한다.

이번에 선정된 80개 지역구를 예로 든다면 전체 약 5000개의 투표소 중에서 약 10%의 투표소를 선정하고 한 투표소에 5명의 조사원이 투입되었다고 가정한다면, 동원되어야 할 총 조사원 수는 적어도 2500명에 육박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조사기관들의 평소 조사역량을 크게 웃도는 조사규모다. 자연히 실사운영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 선거운동기간 중에 일어난 낙선운동, 신상공개, 남북정상회담 등이 영향을 주어 선거 초반과는 다른 경합-비경합양상이 선거 종반에 나타났고 전화여론조사에서 조사를 거부하는 층과 대답을 하지 않은 무응답층에 야당 지지자들이 많이 포함되어 야당 지지를 과소평가하게 되었던 것 같다.

조지 갤럽은 ‘선거가 끝난 직후 여론조사가들은 벌거숭이로 남게 된다’고 했다. 여론조사가들처럼 성공과 실패를 하루 아침에 평가받고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직업도 없는 것 같다.



주간동아 2000.05.04 232호 (p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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